선택이란 설렘과 두려움의 교차점은 아닐까. 둘의 만남이 빠를수록 누구도 갖지 못한 기회의 땅에 깃발을 꽂을 수 있는 대신 자신이 개척자로서 그 만큼의 위험 또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둘의 만남이 늦을수록 기회는 줄어들지만 앞선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두 가지 선택사항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성격과 여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공격적인 마케팅 능력을 선호하는 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보수적인 이라면 후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
| <사진 제공 : GP코리아닷컴> |
국내 최고의 자동차경주인 CJ 슈퍼레이스를 이끌고 있는 홍원의 KGTCR 대표는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전자에 속한다. ‘가치가 있다’는 판단과 확신이 서면 주저하지 않고 판을 벌리는 스타일이다. 결정이 빠를수록 경쟁자보다 앞서고, 더 나은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홍 대표의 이런 생각은 자신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자동차경주로 눈을 돌리게 했다. 홍 대표가 국내 모터스포츠에 발을 디딘 건 지난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CJ’를 스폰서로 맞아들인 후 제4전부터 남은 3경기를 치러내면서부터다. 이 때 홍 대표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국내 모터스포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김의수 공동대표와 팀원들을 구성한 후 조율자 역할을 충실히 했던 것.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1년여동안 모터스포츠의 특성을 파악한 올해부터는 스폰서 영입 등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기대와 두려움으로 올 시즌을 열었다”는 홍 대표는 지난 11일 최종전이 끝난 후 "부족한 점이 있었으나 대체로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그 만큼 홍 대표가 바라본 올 한 해는 2008년, 아니 미래를 위해 충분한 가치를 부여했다고 여기고 있는 것.
홍 대표는 “전반적으로 잘된 한 해였다”며 “올해 역점을 뒀던 방송과 언론보도의 내용이 충실해졌고, 관중의 발길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르노삼성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의 참여는 우리의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CJ 슈퍼레이스에 대한 구상과 운영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재미있는 레이스’를 만들겠다는 것. 이는 참여자인 드라이버와 팀은 물론 관중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걸 뜻한다. 그런 면에서 홍 대표의 의도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최종전까지 각 클래스에서 불꽃승부가 펼쳐지며 드라이버와 팀은 경쟁의 최선봉에 자리했고, 관중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만끽할 수 있어서였다.
그럼에도 회사의 수익은 생각만큼 개선되지 않았다. 대중화를 위한 방송과, 참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타이어 제공 등 투자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재무구조는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홍 대표는 “KGTCR의 자체 손익으로는 멋진 해가 아니었다”며 “대회를 더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 각종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일부는 실행중”이라고 털어놨다.
KGTCR의 수입원은 티켓 판매와 스폰서 자금 그리고 홍 대표의 출자금액이 전부다. 대회 장소인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특성 상 특별히 관중 수입을 기대할 수 없어 자금원을 확보하기는 앞으로도 힘들다. 이 때문에 수익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홍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도했던 경기장 내 유료화가 올해는 정착됐다는 판단을 내렸고, 적지만 관중도 늘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경기장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풀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서로 의견을 나누고 힘을 모으면 분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회 운영과 관련해 올해 CJ 슈퍼레이스는 높은 점수를 받기에 부족하다. 시즌 내내 항의와 페널티 등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서였다. 규정 변경이나 징계 등의 사유도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는 CJ 슈퍼레이스 자체를 ‘회사’라고 가정했을 때 회사의 구성원인 ‘드라이버와 팀 관계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회사가 조직원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면서 ‘고객경영’이나 ‘감동경영’을 외치는 건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자명하다.
현장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홍 대표는 “대회 운영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던 건 원칙과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부 운영요원들의 자질이 문제로 지적된 점에 대해서는 시리즈 전체를 책임질 오피셜들에 대해 연간 두 차례 이상의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개선책을 내놨다.
내년 시즌에 대한 홍 대표의 포부는 크다. 바로 6전에서 잔행한 스톡카 레이스에 대한 기대와 열정 때문이다. 이미 두 차례 국내 방송과 언론 그리고 팬들에게 선보인 스톡카는 긍정적인 시각과 회의론이 있다. 홍 대표는 회의론적인 시각에 대해 "지나치다"고 표현한다. 그 만큼 국내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 대표는 “1년여의 검토 끝에 누구나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부문은 스톡카라는 결론을 내렸고, 세계적인 동향도 원메이크가 추세”라며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뛰어나기에 드라이버들은 물론 지금까지 투자를 기피했던 기업들의 참여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참가팀이나 드라이버가 적을 경우 KGTCR팀 소속으로라도 8대 이상이 개막전에 참가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은 ‘미리 투자하면 선순환의 고리가 연결되고, 나중에 투자하면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된다’고 믿는 데 있다.
내년 일정과 관련해 홍 대표는 “각 팀과 스폰서 등의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8경기를 치르고, 또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터스포츠의 본질을 꿰뚫으면서 공격적인 경영으로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KGTCR 그리고 홍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모터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들이 내년에는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태종 기자
kls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