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산업의 추격이 무섭다. 중국 1위 자동차업체인 상하이자동차만 해도 지난해 판매실적이 134만대에 이른다. 올해는 180만대가 목표다. 이미 목표치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는 게 상하이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하이차의 자신감 뒤에는 해외 선진업체가 버티고 있다. 지난 85년 등소평이 상하이자동차와 폭스바겐의 합작사 설립을 허가, 상하이폭스바겐(SVW)이 출범하면서 상하이의 글로벌 도약도 시작됐다. 이어 97년에는 상하이와 GM이 50대 50으로 설립한 상하이GM(SGM)이 출범했고, 동시에 기술축적을 위해 GM과 50대 50으로 ‘팬아시아 테크니컬 오토모티브 센터(PATAC)"을 세우면서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상하이차는 2004년 영국 MG로버로부터 승용차 2개 차종의 지적재산권을 인수한 뒤 2005년에는 쌍용자동차의 지분 51.3%를 확보했다. 이어 2006년에는 로버로부터 사들인 지적재산권을 활용, 자체 브랜드 로위(Roewe)를 발표한 뒤, 올초 독자모델 750을 중국시장에 출시했다. 로위는 지난 11월까지 2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급 세단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또 SVW가 생산한 폴로의 경우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외국 선진업체와는 합작사를 통해 생산 및 기술경험을 흡수하는 한편 상하이차의 독자 브랜드 행보를 위해 걸음을 옮겨 놓는 동시전략을 추구해 온 게 성공하고 있는 것. 이런 이유로 쌍용이 상하이자동차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이 회사 천홍 총재는 한국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상하이차는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을 따라가는 데 치중하고, 쌍용은 해외 진출에 적극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 내 자동차수요만 충족시켜도 양적 성장은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상하이차 내에서 쌍용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출이다. 이는 브랜드 전략에 따른 상하이차의 판단에 기초한다. 제품력은 자신있으나 세계시장에서 중요하게 떠오른 브랜드 측면에선 상하이보다 쌍용이 낫다고 보는 셈이다. 즉 상하이는 중국 내 1위 업체로 내수시장을 담당할테니 해외에선 상하이보다 브랜드 인지도에서 앞선 쌍용이 상하이의 수출을 주도하라는 얘기다. 쌍용이 SUV&RV 전문회사지만 승용 세단 풀라인업을 갖추겠다는 계획도 수출확대전략에서 비롯됐다.
양적 성장은 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쉽게 보면 양적 성장을 위해 질적(기술)인 부분을 선진업체들이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상하이와 GM의 합작연구소인 PATAC의 중국 연구진은 GM의 기술을 활발히 전수받는 중이다. GM이 기술을 전수하지 않으려 해도 중국 내 폭발적인 시장을 의식하면 결국 주지 않을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 같은 경우는 현대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세타 엔진공장 설립으로 엔진기술의 일부 노하우를 베이징자동차에 전수했고, 최근 중국 내 생산차종도 한국과 차이가 없는 신형이 대부분이다. 뒤늦게 기술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업체들의 노력과, 중국정부의 규제가 껄끄럽지만 거대 중국시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해외 선진업체들의 욕심은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여개에 달하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재편과정까지 아직 남아 있는 시점에서 중국은 그야말로 자동차시장에서도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국은 자동차산업에서 한국을 점차 의식하지 않는 수준이 되고 있다. SVW 주행시험장에서 만난 상하이차 연구원은 자신들이 개발한 로위 750을 태워주면서 750의 경쟁모델로 토요타 캠리를 꼽았다. "현대차는 어떠냐"는 질문에 "현대차는 큰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완성차는 곧 부품이 중요한데, 중국에는 수많은 해외 부품업체들이 진출해 있어 부품산업 기반이 튼튼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로위의 신형 차종으로 개발중인 로위 1.8 터보의 경우 BMW 3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로위는 중국의 독자모델로 볼 수 없을 만큼 수준급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영국 기술진을 기반으로 중국 내 PATAC 및 SVW 출신이 모여 개발한 만큼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선진업체와의 합작이지만 아시아 최대 규모의 주행시험장에서 상하이의 독자차종 개발이 이뤄지고, 기술수준 향상을 위해 해외업체를 통째로 사들이는 중국의 전략이 한국에 기회가 될 지, 위협이 될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중심지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시아, 그 중에서도 중국으로 이동하는 점에 비춰 보면 우리에게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은 여전히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기아가 중국에 적극 진출해 있고, 쌍용이 중국 내수 1위 업체를 교두보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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