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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틀리 엠블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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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엠블럼.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엠블럼을 놓고 벤틀리의 엠블럼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벤틀리는 "B"를 가운데 원형으로 두고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이다. 제네시스는 "GENESIS" 글자를 중심으로 좌우 날개 모양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제네시스가 벤틀리의 엠블럼을 베꼈다는 주장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자동차회사의 엠블럼에는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 포르쉐와 페라리는 말을 사용하고, 사브는 신화 속의 동물 "그리핀"을 내세운다. 그렇다고 페라리의 말과 포르쉐의 말을 같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새도 마찬가지다. 새의 형상을 엠블럼으로 쓰는 업체는 애스톤마틴도 있다. 높이, 멀리 그리고 빨리 나는 동물의 대표가 "새"이고, 새를 표현하려면 날개를 빼놓을 수 없어 외형상 비슷해진 셈이다. 벤틀리와 애스톤마틴의 엠블럼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엠블럼의 통일작업에 있어 현대·기아는 어느 업체보다 빠른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기아와 현대의 엠블럼은 크기와 모양이 같다. 따라서 기아차에 현대 로고를 붙이면 되고, 현대차에 기아 로고를 붙이면 된다. 2004년부터 양사의 제품 주고받기가 가능하도록 통일시킨 덕분이다. 그 이전만 해도 기아는 원형의 로고를 사용했다. 쉽게 보면 기아를 현대 것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 처럼 엠블럼 전략에 있어 통일성을 보여주는 현대가 제네시스의 엠블럼을 달리했다는 건 그 만큼 제네시스에 거는 기대가 커서다. 제네시스가 성공해야만 향후 생존이 가능하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 관계자는 "제네시스 엠블럼 표절 논란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굳이 얘기해봐야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것 같다"며 속내 털기를 주저했다.
제네시스의 엠블럼 표절 논란은 제네시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부에선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판매대수에 물음표를 내놓기도 하지만 현대 내부에선 이른 바 "그랜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랜저 효과"란 예기치 못한 판매증대를 말한다. 즉 그랜저를 내놨을 때 판매가 잘 될 것으로 예상치 않았던 만큼 제네시스도 정작 뚜껑을 열면 그랜저 수요가 제네시스로 뭉텅 옮겨 갈 수 있음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그랜저와 분명히 다르다. 그랜저는 수입차 중에서 마땅히 경쟁할 만한 차종이 없었던 데 비해 제네시스는 인피니티와 렉서스라는 쟁쟁한 브랜드가 버티고 있다. 뒤늦게 나온 만큼 상품성에서 근소한 우위를 보일 지 모르지만 구입층의 특성을 고려하면 마음을 움직일 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국내에서 제네시스 표절 논란이 벌어지는 또 다른 이유로 현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들 수 있다. 그 동안 독점적 시장지위로 지나치게 가격을 많이 올렸다는 게 그 이유다. 물론 가격책정이야 기업의 고유권한인 만큼 뭐라고 시비걸 수는 없지만 소득수준 향상에 비해 차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게 소비자들의 대체적인 정서다.
이런 점에서 제네시스는 현대가 제품력으로 승부해야 할 좋은 표본이 아닐까 싶다. 그 동안에는 수입차 대비 낮은 가격과 잘 갖춰진 편의품목을 우위요소로 내세웠다면 제네시스는 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수입차가격에 거품이 빠지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현대가 제네시스 쇼케이스에 벤츠 E350과 BMW 530i를 등장시키며 내보였던 자신감이 그저 "쇼(show)"에 불과하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