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기간 내내 이용했던 기아자동차 그랜드카니발 리무진이 화제다. 이 차는 리무진 전문제작업체가 만들고, 기아가 판매하는 일종의 외주제작차다. 양산메이커로서 리무진을 만들어봐야 별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외부 제작업체를 통해 기아가 소비자에게 조달하는 셈이다.
여기서 얘기하고픈 대상은 이 차가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자동차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가이다. 물론 업종마다 또는 직종마다 "우리를 이해해달라"고 외치지만 대통령이 신이 아닌 이상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최종결정권을 행사할 뿐 대부분의 정책은 해당 부처의 실무자가 만들기 마련이다. 오히려 정책과 제도의 경우 대통령보다 각 부처 실무자의 권력(?)이 훨씬 더 강하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배출가스관련 권한은 환경부 교통환경기획 실무자가 최고권력자이고, 안전인증은 건설교통부 자동차팀 해당 업무 소관자가 단연 대통령이다. 또 자동차세금과 연관해선 재정경제부(특별소비세)와 행정자치부(등록 및 취득세, 자동차세) 실무자가 왕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업계는 항상 이들 관련 부처의 동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 부처 장관의 언급보다 실무부서가 만들어내는 제도와 정책이 더 우선이라는 얘기다.
자동차를 가운데 둔 관련부처의 밥그릇싸움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건교부는 자동차에 있어 모든 권한을 우선적으로 행사하려고 한다. 쉽게 보면 건교부가 자동차의 주무부서라는 얘기다. 건설과 교통을 합친 곳답게 교통에 자동차를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교통과 자동차는 그리 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교통은 "운송수단" 그리고 "운송수단의 이동수단"을 다루는 것이지만 "자동차"는 첨단 복합기기는 물론, 이제는 문화적 가치로서도 자리하고 있어서다. 분명 구분되는 항목이지만 대부분 자동차를 "교통"이라는 범주에 놓고 잣대를 들이댄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단절돼 있다는 점이다. 통상 자동차관련 정책 공청회를 가면 국민들은 오간 데 없고 온통 해당 부처 관계자와 관련 업계 사람들뿐이다. 일부 시민단체가 참여하기는 하나 정확히 추진정책 분야의 시민단체는 별로 없다. 대부분 엉뚱한 시민단체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시민단체"라는 이유만으로 들러리를 서기 일쑤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토론회인 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그 이유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그리고 좋아하는 또는 만드는 사람들의 모든 일을 다룰 만한 부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좀 지나친 발상일 지 모르지만 환경부의 배출가스와 건교부의 제품인증, 재경부와 행자부의 자동차관련 세금 문제를 떼어내 아예 "자동차부"를 신설하는 건 어떨까. 물론 여기서는 문화재로서의 자동차도 다뤄야 한다. 일반 서민이 50년 이상 탄 자동차도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을까.
자동차선진국 독일의 경우 이미 자동차를 문화재로 여기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오래된 자동차는 함부로 폐차하지 못하도록 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가 하면, 배출가스 문제로 운행을 금지시키는 우리와 달리 일정 연한에 따라 연간 주행일수를 허용하는 제도도 시행중이다. 당장의 배출가스 문제도 중요하고,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자동차를 문화재로 여기면서 그들만의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세계에서 독일차가 단연 앞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이유도 자동차를 사랑하는 독일 국민과 정부가 있어서다.
우리나라처럼 정부 부처가 앞다퉈 자동차와 자동차 타는 사람들을 "봉"으로 여기고, 권한만을 앞세워 각 부처 간 밥그릇싸움만 벌인다면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릴 수밖에 없다. 주무부처 실무자의 왕권(?)에 도전해봐야 돌아오는 건 "덤비는 거야?"라는 대답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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