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부쩍 부암동 예찬이 쏟아지고 있다. 그 동안 부암동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라곤 ‘청와대 옆동네’라 군사보호구역이고,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새로 집을 짓거나 고치기가 어려운 동네 정도였다. 그래서 투기꾼과 땅장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동네라고 소문났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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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부암동 풍경을 만드는 가게 |
그런데 요즘 이 동네, 부암동이 뜨고 있다. 그 것도 바로 오랜 세월 이 동네를 옭아매고 있던 그 사실들로 인해. 물론 <삼순이> <커피 프린스 1호점> 등 TV 인기 드라마의 배경지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소문나기 시작했으나, 부암동이 간직한 독특한 분위기와 정서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독특한 문화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부암동은 북쪽으로 평창동, 신영동에, 서쪽으로는 홍지동과 서대문구 홍제동에, 동쪽으로는 성북구 성북동, 삼청동에, 남쪽으론 삼청동, 옥인동에 둘러싸여 있다. 서울의 명산인 북악, 인왕,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지만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어 대부분이 자연녹지인 저층저밀의 전원주택지다. 그런 까닭에 부암동에 들어서면 오래되고 낮은 주택들이 인왕산 비탈에 다닥다닥 머리를 맞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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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골목에 개성 있는 상점이 어우러진다 |
창의문로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부암동 풍경이 펼쳐진다.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오래된 이발소와 철물점, 미용실, 세탁소 등은 여느 시골풍경과 다름없지만 그 사이사이에 자리한 현대적인 갤러리와 공예품점, 카페와 소품가게 등은 이 거리를 그냥 시골풍경에 머물게 하지 않고 독특한 분위기의 ‘부암동 골목’을 만들어낸다.
일찍이 소문난 에스프레소 맛으로 커피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클럽 에스프레소’(02-764-8719)를 기점으로 해 부암동 순례는 이뤄진다. 북악스카이웨이로 오르는 길을 버리고 환기미술관 이정표를 따라 샛길로 접어들면 미로처럼 펼쳐지는 골목길과 만난다. 유심슈퍼를 지나 왼쪽으로 갈라지는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환기미술관이, 오른쪽으로 연결되는 오르막길을 오르면 소문난 카페와 갤러리가 구석구석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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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로 뜬 한성이네집 |
먼저 환기미술관(02-391-7701)을 둘러보자. 환기미술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제1세대로 손꼽히는 수화 김환기 선생을 기념해 건립된 미술관이다. 산, 강, 달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수화 선생의 작품세계는 한국적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한 고유의 예술세계를 정립해 한국을 비롯, 현대 미술의 중심지인 파리와 뉴욕으로까지 그 이름을 알렸다. 수화 선생 작고 이듬해 설립된 환기재단에 의해 1992년에 세워진 환기미술관은 수화 선생의 작품전시를 비롯해 다양하고 활발한 기획전시, 행사,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시는 김환기·이중섭·유영국·장욱진·이규상·백영수 등 한국미술을 이끌었던 6명 작가의 그림과 스케치, 전성기 시절 사진 등을 볼 수 있는 ‘신사실파 6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1월13일까지.
미술관을 나와 경사진 산길(능금나무길)로 접어들면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건물을 지나 각양각색의 집들이 산비탈에 머리를 맞대고 자리하고 있다. 낡고 오래된 기와집도 있고, 앙증맞은 대문이 달린 멋스런 주택과, 한옥을 개조해 현대식 건물로 모습을 바꾼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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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한성이네 뜨락 풍경 |
‘아트 포 라이프’는 그 중에도 눈에 띄는 곳. 전통 한옥과 현대식 건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 곳은 오보에 연주자 성필관 씨와 그의 아내 플로리스트 용미중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이자 중앙대, 숙명여대, 한양대에서 강의했던 오보이스트 성필관 씨는 몇 년 전부터 모든 일을 그만두고 쉬면서 일반인과 함께 하는 예술활동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결과 이 공간이 만들어졌고, 이 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식사와 와인 파티를 겸한 작은 공연이 열린다(02-3217-9364).
‘아트 포 라이프’를 지나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며 이제나저제나 나타날까, 혹시 길을 잘못 든 게 아닐까 할 무렵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카페 산모퉁이(02-391-4737). 인기 드라마였던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매력적인 등장인물 최한성(이선균 배역)의 집으로 유명해진 곳을 카페로 개조했다. 서울성곽과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잘 가꿔진 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카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부암동 순례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가기에 그만인 장소다. 향긋한 커피 머그잔을 감싸쥐고 눈 앞의 전망에 취해 있노라면 연신 전화벨이 울리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오셔서요…”하는 종업원들의 응답이 계속된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한성이네집을 찾는 사람들은 오늘도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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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 콘서트가 열리는 집 |
*맛집
클럽 에스프레소 뒤, 북악스카이웨이 초입에 있는 자하손만두집(02-379-2648:그 동안은 그냥 ‘손만두집’이었으나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분점을 내면서 상호를 바꿨다)은 서울식 만두로 유명하다. 예전 서울 음식 그대로, 인공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고 자극없는 맛이 특징이다. 만두는 일일이 손으로 싸고, 음식에 사용하는 장이며 김치도 모두 집에서 만든다. 만두소에 표고버섯, 쇠고기, 오이 세 가지만 들어가 깔끔하고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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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철물점과 현대식 가게가 공존하는 부암동 |
*가는 요령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여유있게 순례하기 좋다. 버스는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20, 212, 7022번을 타고 부암동사무소 또는 자하문고개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클럽 에스프레소를 기점으로 이정표를 따라 움직인다.
승용차는 효자 3거리에서 자하문터널 - SK주유소 - 하림각 - 상명대 앞 3거리에서 유턴해 터널 우측길(창의문로) - 부암동사무소 - 에스프레소 3거리에서 좌회전한다. 혹은 광화문에서 효자 3거리 못가 국립민속박물관을 끼고 우회전, 청와대 옆으로 난 창의문길로 접어들면 청운중학교 - 최규식경무관동상을 지나 에스프레소 앞에서 우회전하면 환기미술관 - 능금나무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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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난 만두집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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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기미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