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차 트렌드, 우리가 이끈다"

입력 2008년01월1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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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열심히 한다."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약중인 한국인 디자이너들에 대한 사내에서의 공통된 평가라고 한다.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개막된 13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현지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디자인센터에 근무하는 200명 가량의 디자이너 가운데 한국인 디자이너는 40명 가량. 이곳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그야말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상엽(39)씨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ACCD(Art Center College og Design)을 나와 지난 1999년 GM에 입사했다. 현재 이씨는 "카마로"(Camaro) 디자인 매니저로 근무중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주인공 역할을 한 자동차 "범블비"가 바로 이씨가 디자인한 카마로이다. "앞으로 10년은 디자인이 이끄는 시대가 될 것이며, 따라서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는 게 이씨가 밝힌 각오였다. 그에게 이날 미국시장에 공개된 현대차의 제네시스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씨는 "경쟁사이지만 엔지니어링 측면은 렉서스 수준이었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execution"(실행)이 좋았다"고 답했다.

김현철(39)씨는 GM의 캐딜락 외관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었다. 허머 H3, 사브 9-7 X, 9-4 X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현재 차세대 캐딜락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김현철씨는 지금의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비즈니스와 환경 측면에서 있어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김현철씨는 대화도중 웃음을 잃지 않았다. "GM에 입사할 당시인 2001년만 해도 한국인 디자이너는 15명에 불과했으나 "가장 잘한다" 또는 "이들을 쓰면 괜찮아진다"는 평가를 받아 한국인이 7년새 두배 이상 늘었다"는 말 속에 그 웃음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위 "잘나가는" 이들 GM 디자이너도 남모를 속병이 있었다. GM대우에서 윈스톰 디자인 담당으로 일하다 현재 GM에서 파견근무중인 전병권(44) 부장은 "수많은 디자인중에 1명의 디자이너가 제시한 디자인만 채택된다. 겉으로는 일상생활을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서로를 견제한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GM 입사 10년차로 뷰익 안클레이브(Enclave), 셰비 트래비스(Travis) 등의 프로젝트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김윤태(42)씨는 "창조는 벽을 허물어야 하는 고통스런 작업"이라고 정리했다.

이들에게 한국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언급을 부탁했다. 김윤태씨는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 디자인 역량은 강하다. 한국 자동차의 디자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너무 한국적 특색이 강조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고참인 전병권 부장은 "한국 기업들은 디자이너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고위경영진들이 "노"(No) 하면 단박에 끝나버린다"며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한 단면을 소개한데 이어 "자동차 디자이너는 시장상황이나 기업여건에 따라 카멜레온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이날 모터쇼장에서 또다른 한국인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었다.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닛산 디자인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백철민(28)씨로, 백씨는 이번 모터쇼에서 눈길을 끈 닛산 미니밴 "포럼"의 외관을 디자인한 주인공이다. ACCD와 함께 미국 디자인 학교의 양대산맥인 CCS(College for Creative Studies)를 졸업한 백씨는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미니밴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가운데 최연소자 그룹에 해당하는 백씨는 도전적이었다. "자동차의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수십명이 모여서 하는 게 아니라 단 한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게 성공을 거두면 그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과거 60, 70년대 만들어진 차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는다는 백씨는 "은퇴하기 전에 한 브랜드를 책임지는 스튜디오 디렉터가 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beom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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