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르노삼성자동차의 QM5가 출시됐을 때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짧은 시간 이 차를 타본 적이 있다. 당시 르노삼성은 핸들링 및 코너링 제어 수준이 경쟁차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강원도 고갯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내린 눈 때문에 도로가 미끄럽기는 했으나 이 차의 안정된 코너링은 꽤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그 뒤로 한 달 정도 지나 QM5를 다시 탔다. 이번에는 3일 정도 주행했다. 덕분에 고속도로와 시내도로 등 다양한 구간을 경험하며 첫 대면 때보다 좀더 냉정하게 차를 판단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물론 그 사이 QM5는 2,500여대가 팔려 나갔다. 치열한 국내 SUV시장에서 한 회사가 처음 만든 SUV치고는 괜찮은 판매실적이 아닐 수 없다.
▲스타일
QM5는 스타일에서 유럽 냄새를 물씬 풍긴다. 물론 여기서 ‘유럽적’이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다. 일반적으로 ‘유럽형’엔 "디자인 아트"(Design Art)의 개념이 많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날렵한 일본차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설어 보일 수 있다. 물론 V자 형태의 캐릭터라인으로 SM3 및 SM5 등과의 패밀리룩을 시도했으나 완전한 정체성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QM5는 조금 튀어 보인다. 특히 조개를 형상화했다는 클렘셸 게이트와 어우러진 리어 램프는 QM5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만하다.
QM5가 다소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태어난 건 개발과정에서 르노의 입김이 적지 않아서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르노 입장에서 보면 한국시장보다 유럽 및 그 외 지역이 훨씬 클 수밖에 없어 굳이 한국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고집할 수가 없었던 셈이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균형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택한 듯하다. 모든 조작장치는 센터페시아에 몰려 있다. 이는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가 철저히 분리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대시보드를 크게 가져가면서 센터페시아는 작은 면적을 할당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넓은 대시보드가 낮게 설계돼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 만큼 윈드실드가 커져 넓은 시야가 확보되는데, 여성 운전자에게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실내공간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크지 않다. 5인승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차의 공간활용성은 오랜 동안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 같다. 반면 편의품목은 상당히 많다.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자동으로 걸리는 스타트&스톱 버튼과 파노라마 선루프가 우선 강점이다. 센터콘솔 앞에 위치한 내비게이션도 조작스위치를 쉽게 다룰 수 있다. 오렌지색 계기판도 멋있고, 사각지대를 없앤 대형 사이드미러에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넓은 햇빛가리개도 이채롭고, 조개 모양을 형상화한 실내 송풍구도 가지런하다. 뒷좌석을 훤히 볼 수 있는 컨버세이션 미러도 있고, 전자동 주차브레이크도 적용됐다. 그야말로 어지간한 건 다 있다. 르노삼성으로선 각종 편의품목을 기본으로 넣되 가격을 약간 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성능
스마트 키를 몸에 지니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경쾌하게 엔진이 돌아간다. 디젤엔진이지만 실내에서 느끼는 밸브 소음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변속기를 ‘D"로 옮길 때 느껴지는 변속레버의 조작감은 다소 거칠다. 최근들어 스위치 조작의 느낌과 질감 그리고 변속레버의 조작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이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절도감을 확보하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출발 후 시속 80㎞까지 급가속을 시도했다. 엔진 소음이 실내로 일부 유입된다. 그러나 그 건 이 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디젤 SUV 대부분이 급가속을 하면 엔진 소음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평범한 수준으로 가속하면 조용하다. 오히려 가속감이 뛰어난 편인데, 6단 변속기를 쓴 덕분이다. 물론 변속충격도 거의 느낄 수 없다. 변속기의 세분화는 그 만큼 엔진에서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해 손실을 줄이기 마련이다. 보통 같은 배기량일 경우 4단 변속기에 비해 5단 변속기는 배기량 300㏄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급이지만 6단 변속기로 손실을 줄여 가속성능을 높인 셈이다.
진동과 소음도 잘 처리했다. 시속 100㎞를 유지하면 풍절음만 약간 들릴 뿐 디젤차답지 않다. 정지 상태에서의 진동도 별로 없다. 덕분에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깨끗한 음질이 제대로 귀에 들어온다.
차의 속도를 높이면 시속 150㎞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다 이후는 다소 주춤해진다. 탄력을 받으면 시속 180㎞도 올릴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시보드의 낮은 설계에 따라 탁 트인 시야가 고속주행 때도 큰 도움이 된다.
핸들링은 좋은 편이다. 순간적인 반응속도도 빠르다. 370㎜ 지름의 스티어링 휠도 손에 잘 잡힌다. 그러나 시트는 다소 좁은 편이다. 조금 큰 체구라면 꽉 찬 느낌이 들 것 같다.
▲ 가격
QM5의 가격은 디젤 2WD 기준 2,165만원에서 2,990만원까지다. 자동변속기는 195만원을 더해야 한다. 4WD의 경우 동일차종 기준에 190만원이 더해진다. 쉽게 보면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그럼에도 각종 편의품목 등을 고려하면 상품성은 높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을 놓고 보면 현대 싼타페 2.0과 GM대우 윈스톰 2.0, 쌍용 카이런 2.0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체구는 작지만 화려한 상품성으로 약간 덩치가 큰 상대를 견제하려는 르노삼성의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볼 지 두고 볼 일이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