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성지는 변방에 있다 / 오늘같이 싸락눈 내리는 날은 / 싸락싸락 걸어서 유배 가고 싶은 곳 / 외투 깃 세우고 주머니에 손 넣고 / 건달처럼 어슬렁 잠입하고 싶은 곳 / 이미 낡아 색 바랜 시집 같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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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그네를 들뜨게 하는 포구 |
시인 임영조의 시 <오이도>를 읊조리다 불현듯 오이도행 지하철에 올라탔다.
‘-오이도행 열차가 도착합니다 / 나는 아직도 그 섬에 가본 적 없다 / 이마에 "오이도"라고 쓴 전철을 / 날마다 도중에 타고 내릴 뿐이다 / 끝내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 가슴속에 묻어둔 여자 같은 오이도 / 문득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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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도의 명물 낙조전망대 |
시인은 뒷날에라도 오이도에 가보았을까. 투병 끝에 몇 해 전 타계한 시인을 떠올리자 문득 가슴 한쪽이 싸아,해진다.
‘···배밭 지나 선창 가 포장마차엔 / 곱게 늙은 주모가 간데라 불빛 쓰고 / 푸지게 썰어주는 파도 소리 한 접시/ 소주 몇 잔 곁들여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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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화를 굽는 포구 |
그러나 지하철 4호선의 종착점인 오이도역에 이르렀을 땐 후다닥 ‘취기’가 달아난다. 시인이 노래했던 그 바다는 보이지 않고 빽빽한 아파트단지가 나그네의 어설픈 객기를 비웃기나 하듯 앞을 가로막아 섰다. 바다는 오이도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10여분 더 가야 했다.
“오이도가 초행길이냐”고 묻던 버스기사는 친절한 가이드가 돼 오이도를 소개한다. 까마귀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오이도(烏耳島)"라 불리지만 사실 오이도는 이름과 달리 이제 섬이 아니라고 한다. 원래는 서해의 작은 섬이었지만 일제시대인 1922년 염전을 만들기 위해 이 곳과 안산시 사이에 제방을 쌓으면서 육지가 된, 섬 아닌 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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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 창으로 보이는 송도신도시 |
시화공단과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오이도에 도착하면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제방도로(해안산책로)가 쭉 이어진다. 펄펄 뛰는 생선과 해산물로 가득찬 수족관을 내단 음식점의 끝없는 행렬과 번쩍이는 간판과 마주하면 좀전까지의 삭막했던 공단 풍경이 아득해진다.
어시장 입구에서 버스를 내리면 쿵작거리는 품바 엿장수와 솜사탕을 파는 수레들이 시끌벅적하게 시선을 끌지만 그 보다 먼저 나그네를 낚아채는 건 제방도로 위에 세워진 빨간색 등대 모양의 낙조전망대. 오이도의 명물인 낙조전망대는 일반 건물의 6~7층 높이에 원형으로 설계돼 있다. 이 곳에 오르면 시내 풍경은 물론 서해의 일몰, 시화방조제와 저 멀리 인천 송도 신도시의 위용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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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시장 풍경 |
포구로 나가면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마다 그야말로 ‘곱게 늙은 주모가 간데라 불빛 쓰고 / 푸지게 썰어주는 파도 소리 한 접시’며, 즉석에서 회를 뜨는 아낙의 빠른 손놀림, 숯불에 장어를 굽는 하얀 연기가 해안 풍경을 맛있게 만든다. 드럼통에 불을 지펴 놓고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석화를 굽는 풍경도 쉬 볼 수 있다.
낙조가 시작될 무렵이면 포구풍경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품바 가락은 더욱 신명나지고, 고소한 새우튀김 냄새가 해풍에 뒤섞여 어우러질 때면 주변은 온통 노을에 물든다.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흥에 겨운 아이들이 포구를 뛰어다니고, 진작에 취한 술꾼은 소주병을 흔들며 늙은 주모에게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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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산물이 맛있게 익어간다 |
“여기, 파도 소리 안주 한 접시 추가요!”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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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 주변 풍경 |
오이도종합어시장을 중심으로 빼곡하게 상가가 형성돼 있다. 어시장에서 회를 떠 건물 위 식당가로 자리를 옮기는 실속파들이 많다. 거리 식당가는 집집마다 나와 호객행위를 하는 점이 좀 부담스럽다. 조개구이, 해물탕, 칼국수를 대부분 메뉴로 선보인다. 포구쪽으로 나가면 더 저렴하게 다양한 메뉴를 접할 수 있으나 제반 환경은 열악하다.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월곶 인터체인지(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안산분기점과 제2경인고속국도 서창분기점에서 3~10분 거리에 위치)에서 빠져 77번 국도를 타고 시화방조제, 대부도 방향으로 향한다. 7km 정도 가면 오이도마을 들어가는 우회전 입간판이 보인다. 이 곳에서 우회전해 600m 진행 후 3거리가 나오면 좌회전, 1km 남짓 더 가면 오이도마을 상가지역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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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지는 오이도 |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내려 30-2번 시내버스를 타고 오이도 어시장입구에서 내린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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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물칼국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