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광고판"이라고 불리는 모터스포츠에서 스폰서는 상당히 중요한 존재다. 그러나 국내 모터스포츠는 여전히 스폰서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에서 모터스포츠가 시작된 지 약 20년이 됐다. 모터스포츠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옵저버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변화된 게 없다고 한다.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지만 보는 시각과 견해가 다르다는 점은 아직도 국내 모터스포츠가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터스포츠에 필요한 건 열정뿐만이 아니라는 건 이미 오래 전에 알았다. 따라서 레이싱팀들은 스폰서 유치에 적극 나서 왔다. 그러나 스폰서들은 쉽게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수익성이 없다는 점이다. 즉 얻을 게 없다고 보기 때문에 발을 딛는 걸 꺼리고, 후원을 했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모터스포츠에 들어왔을 때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빠져나간다.
세계적인 모터스포츠를 보면 스폰서들의 열의는 매우 뜨겁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스폰서들이 자동차메이커이며, IT와 자동차관련 기업들의 참여도도 높다. 이런 스폰서들이 모터스포츠를 보는 관점은 ‘스피드와 정열’에서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스폰서들은 이익에 앞서 홍보와 광고효과를 최대한 얻어내기 위한 간접이익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바로 이런 부분이 국내 모터스포츠에 후원하고 있는 스폰서들과의 차이점이다.
불과 5년 전 국내 모터스포츠는 "새로운 도약"을 외쳤고, 스폰서들이 앞다퉈 레이싱팀들과 후원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이들 중 스폰서에만 의존한 팀들은 스폰서가 떠나며 곧 사라졌다. 프로팀으로 활약하던 카맨파크, 벤투스, 제임스딘, 오일뱅크, 인디고 등이 그렇다. 손실만을 따지는 스폰서들도 문제지만, 스폰서에만 목을 매다는 팀들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빠른 변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건 경제논리이며, 모터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즉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는 모터스포츠가 그 효과를 충분히 스폰서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스폰서가 떠나는 건 당연하다. 단지 짧은 기간 내에 효과를 얻어내려는 스폰서와, 장기적인 면을 고려하는 팀 간의 줄다리기 싸움에서 항상 승자는 ‘가진 자’가 돼 왔고, 이 때문에 국내 모터스포츠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모순은 국내외 모터스포츠에도 존재한다. 적극적인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외국 모터스포츠에 "억" 소리가 날 정도의 금액을 뿌리며 스폰서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LG는 유럽에서 진행되는 ETCC(Europe Touring Car Championship)에서 몇 십억원대의 타이틀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F1의 BMW 자우버에 후원하려다 실패한 후 미국에서 개최되는 나스카애 투자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르노팀 스폰서로 활약해 왔다. 모터스포츠 관계자들과 마니아들은 우리 기업들이 외국에 후원하는 금액의 절반만 국내 모터스포츠에 내놓는다면 많은 발전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내 모터스포츠가 활성화되도록 스폰서 역할을 제대로 해 온 기업도 있다. 그 중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모터스포츠의 가장 큰 후원자는 BAT다. 국내에서 프로경기로 진행된 BAT GT 챔피업십은 5년간 국내 모터스포츠를 활성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폰서 역할을 지속하고 싶었던 BAT는 담배회사가 대중적인 스포츠에 후원해서는 안된다는 법에 따라 철수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CJ가 스폰서로 자리잡으면서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하고 있으나 후원액은 미미하다. 여기에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도 아마추어 레이스에 지원하고 있으나, 경기가 활성화됐을 경우를 대비해 보험료만 지불하고 있는 정도다.
단상 하나. 현재 국내에는 많은 모터스포츠 경기가 열리고 있다. 프로경기인 CJ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준 프로로 GT와 드래그 및 드리프트가 열리는 한국 DDGT 챔피언십, 비록 규모는 작지만 현대, 기아가 후원하는 클릭과 쎄라토의 원메이크 경기인 스피드 페스티벌, 타임 트라이얼과 GT 마스터 경기 등이다. 또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단거리 경기인 드래그레이스, 카트, 4륜 경기 등 무수히 많은 레이스가 개최되고 있으나 주최측은 항상 운영자금에 허덕이는 게 현실이다.
단상 둘. 세계 최대 레이스인 F1의 경우 스폰서들이 앞다퉈 후원계약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스폰서에 대한 배려 등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는 게 어려워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은 월드랠리챔피언(WR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론. 기업의 목표는 이익창출이지만 국내에서 모터스포츠를 후원해 직접적인 이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모터스포츠는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할 뿐이며, 스폰서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 홍보효과를 얻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모터스포츠인들은 스폰서에게 광고판으로서의 값어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모터스포츠는 살아남고,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다.
한창희 기자
motor01@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