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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의 준봉이 절을 에워싼다. |
설악산은 역시 설악산이다. 벚꽃 피는 계절이나 단풍철에는 감히 엄두도 못내고, 칼바람 몰아치는 한겨울이라 찾는 이 드물겠거니 짐작하고 찾아갔건만 설악산국립공원 주차장까지 진입하기도 쉽지 않다. 도로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선 앞차들의 꽁무니를 노려보며, "이렇게 기다릴 바에야 차라리 안보고 말지"하는 마음이 불끈 솟구쳐 운전대를 움켜잡게 될 때면 그제사 주차장 한쪽에 차를 세우게 된다. 권금성 케이블카 타는 것도 잽싸게 움직이지 않으면 1~2시간 기다려야 하는 건 기본이고, 겨울철이라 녹록히 생각했던 여러 부분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달으며 ‘그래, 설악산은 역시 설악산이다’라고 마음 속으로 승복하게 된다.
신흥사는 그 설악산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설악산천연보호구역 안에 있는 많은 천연기념물과 문화유산을 다 둘러보기는 무리지만, 초입에 위치한 신흥사는 누구나 다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그 만큼 사람들이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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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대불과 그 뒤로 보이는 울산바위. |
기념품과 음식을 파는 상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일주문을 통과하면 신흥사의 거대한 통일대불이 먼저 모습을 보인다. 아파트 6층 높이에 이른다는 청동대불은 1997년 만들어졌다. 좌대 높이 4.3m, 대불 높이 14.6m, 좌대 직경 13m 크기에 108t의 청동이 쓰였다고 한다. 8면 좌대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십육나한상이 섬세하게 새겨졌고, 석가모니 부처 미간 백호는 지름 10㎝의 인조 큐빅 1개와 8㎝짜리 8개로 만들어져 광채를 낸다. 청동좌상 몸 안에는 내원법당이 만들어졌는데,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갖춘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대불을 지나 신흥사까지 가는 진입로는 ‘역시 설악산’답게 잘 정비됐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화강암 다리가 위풍당당하다. 다리를 지나 절집에 이르기까지, 몇 발짝 되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칼바람은 매섭기 짝이 없다. 역시 바람도 설악의 바람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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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불 몸 안에 조성된 내원법당. |
단청이 바랜 사천왕문을 지나자 신흥사 극락보전이 모습을 보인다. 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에 자장율사가 세워 처음에는 향성사라 불렀다. 향성사는 지금의 켄싱턴호텔 자리에 세워져 46년간 존속하다가 화재로 소실됐는데, 당시 9층이던 향성탑이 현재 켄싱턴호텔 앞에 3층만 남아 있어 향성사지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그 후 여러 차례 불에 탄 것을 조선 16대 인조 22년(1644년)에 영서, 연옥, 혜원의 세 스님이 똑같은 꿈을 현몽해 지금의 자리에 절을 세우고, 절 이름을 신의 계시를 받고 세웠다 하여 신흥사(神興寺)라 했다. 그런데 1995년부터 절 이름을 신흥사(新興寺)로 바꿔 쓰고 있다. 영동지역의 불교를 새롭게 일으키는 사업과, 포교에 전념하며 과거의 신흥사가 아니라 새로운 신흥사가 됐다는 의미에서 고친 것이다. 이런 사연을 아는 이들은 일주문을 들어설 때부터 경내에 붙은 여러 현판 글씨를 둘러보며 그런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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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성사지 석탑. |
신흥사 경내에는 창건 당시 주조한 1400년된 범종과 조선 순조가 하사한 청동시루, 극락보전(지방문화재 14호), 경판(지방문화재 15호), 보제루(지방문화재 104호), 향성사지 3층석탑(보물 제443호) 및 삼불상, 명부전, 선제루, 칠성각 등이 남아 있다. 극락보전에 오르는 석조계단은 하나의 돌로 구성된 층계인데, 아래 양쪽에 용두를 조각하고 측면에는 귀면상을 조각했다. 단아한 전각 안에는 아미타불과 관음보살, 대세지보살 그리고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된 신흥사 경판 280매가 있다.
*맛집
미시령 46번 국도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80여개의 순두부식당이 순두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바로 학사평 콩꽃마을이다. 바닷물을 간수로 한 학사평 순두부는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이 곳의 순두부찌개는 일반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얼큰한 순두부찌개와 달리 강원도 전통방식으로 콩을 삶고 갈아 물에 둥둥 뜨는 순두부로 쪄낸 것이다. 말 그대로 순두부에 물을 부어 간을 맞춘 맑은 탕이다. 순두부와 양념간장을 밥에 쓱쓱 비벼먹는 게 별미. 저마다 원조를 내세우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최옥란할머니순두부(033-635-0322~3), 원조재래식할머니순두부본가(033-635-5438), 옥돌할머니순두부(033-636-0503), 대원할머니순두부(033-636-0001)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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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사 일주문. |
*가는 요령
서울에서 국도를 이용할 경우 강변북로 - 양수리(6번 국도) - 양평(44번 국도) - 홍천 - 인제 - 한계 3거리(46번 국도) - 용대 3거리(56번 지방도) - 미시령 - 대명설악레저타운 안내비가 있는 3거리 - 속초 방면 4.6km - 설악프라자리조텔 - 우회전 - 척산온천 - 설악동 숙박단지 - 설악산국립공원 주차장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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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사평 순두부.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