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 1월 판매 성적표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신차 모하비가 현대자동차 베라크루즈보다 덜 팔린 데 이어 현대 제네시스 출시로 오피러스마저 판매가 줄어서다. 또 현대 싼타페는 5,575대가 팔리며 선전한 반면 쏘렌토는 812대 판매에 그쳤고, 스포티지(1,367대) 또한 투싼(1,460대)에 근소한 차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현대와 기아의 "브랜드 충돌"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기아가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앞세워 새로운 디자인을 강점으로 들고 나섰으나 국내에선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 게다가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현대가 기아의 "형님"격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어 어지간한 차이를 두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쏘나타와 로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쏘나타는 1월중 1만3,000대 이상 팔리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이어간 반면 로체는 2,000대를 채우기에도 바빴다. 또 아반떼는 8,319대가 판매됐으나 쎄라토는 434대라는 치욕적인 판매실적을 보였다. 결국 기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현대의 그늘이라는 점이 현실로 입증된 셈이다. 기아는 이에 따라 최근 현대와의 차별화에 팔을 벗고 나섰다. 과거 통합했던 조직을 분리하는가 하면 상품성도 차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현대 그늘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 관계자는 "우리도 그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대가 기아를 인수한 사실은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 등으로 제품 차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현대 밑의 기아"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않는 이유가 인수 사실에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피터 슈라이어 효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을 들어 현대 그늘막 배제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기아 관계자는 "모하비의 첫 시험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주력시장인 미국에선 다를 것"이라며 "좁은 내수시장보다는 드넓은 수출시장이 기아의 주력무대"라고 설명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은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담당 부사장을 앞세워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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