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소형차 충돌시험 결과를 두고 자동차업계가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보험개발원은 시험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어 이번 논란이 양측의 세력 대결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논란의 불씨는 소형차 충돌시험 방식에서 비롯됐다. 보험개발원은 최근 국산 소형차인 현대자동차 베르나,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GM대우자동차 젠트라, 르노삼성자동차 뉴 SM3의 충돌시험을 진행하면서 옵셋 방식을 사용했다. 옵셋이란 차의 정면이 아닌 일부분만 충돌시키는 것으로, 이번 시험에는 유럽과 호주에서 실시하는 40% 옵셋을 채택했다. 즉 시속 64㎞로 주행시키다 차 앞부분의 40%만 충돌시키는 것.
그 결과 베르나, 프라이드, 젠트라의 왼쪽 다리와 발 보호성능은 가장 낮은 4등급으로 나타났고, 오른쪽 다리와 발 보호성능도 2~3등급으로 안전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험개발원은 따라서 자동차업체들이 하체 부상방지 노력에 매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국내 신차평가 프로그램에 하체 부상을 줄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으로선 실제 사고 시 하체 부상으로 지급되는 평균보험금이 머리나 얼굴에 비해 2배, 목부분에 비해 4배나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둔 셈이다.
그러나 보험개발원의 시험결과에 자동차업계가 발끈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개발원이 실시한 시험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보험개발원의 시험속도가 미국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가 규정한 시속 64㎞를 초과한 65.5㎞였고, 옵셋 또한 허용오차인 ±20㎜를 10㎜나 초과한 30㎜에 달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또 보험개발원이 자체 제작, 장착한 가속페달 작동장치가 더미 하지(하부다리) 거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음을 들어 상해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나아가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국산차의 안전도 향상을 위해 옵셋시험 외에 56㎞/h 고정벽 정면충돌 시험도 자체적으로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공업협회의 주장에 대해 보험개발원은 이번 시험에서 미국 IIHS 기준을 준수했고, 오차도 허용범위 내라고 밝혔다. 개발원측은 “자동차공업협회는 속도오차에 대해 지적했는데, IIHS의 시험속도 기준은 40mph로 이를 ㎞/h로 환산하면 64.4㎞/h"라며 "IIHS의 시험속도 허용오차는 ±1mph(±1.61㎞)여서 시험속도는 62.8~66.0㎞/h 이내면 정상”이라고 반박했다. 보험개발원은 따라서 베르나(65.1㎞/h), 프라이드(64.05㎞), 젠트라(64.15㎞), 뉴 SM3(64.57㎞)는 모두 기준에 부합하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은 또 옵셋 허용오차를 초과했다는 자동차공업협회의 지적에 대해선 “IIHS의 옵셋량 허용오차는 ±5%”라며 “이를 베르나 전폭 1,695㎜에 적용하면 ±85㎜로 보험개발원의 옵셋 편차 30㎜는 허용 옵셋 범위 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험장치에 의한 하체 부상위험 증가 가능성에 대해선 “시험차 내부에는 더미의 하체 거동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가속페달 작동장치가 없었다”며 “따라서 시험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건 자동차공업협회가 보험개발원의 시험시설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판단된다”고 비꼬았다.
양측이 이 처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는 건 자동차를 두고 벌이는 이해관계가 상충돼서다. 자동차 수리비를 절감하려는 보험업계는 자동차업체가 인체 상해를 줄이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동차업체는 국제 기준에 부합되는 자동차를 두고 보험사가 신뢰할 수 없는 시험을 통해 자동차업체들의 이미지에 손상을 준 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수리비를 아끼려는 보험업계와, 단순히 자동차를 수리비로만 평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자동차업계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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