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 사막 평정 나선 기아차 모하비

입력 2008년02월21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프로젝트명 HM의 원래 뜻은 "허리케인 메이커(Hurricane Maker)"다. 물론 특별한 의미없이 붙여진 이름이지만 말 그대로 놓고 보면 "돌풍을 일으키는 곳"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만큼 기아는 HM에 공을 들였고, 시장에서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한 셈이다.

HM은 연초 모하비(MOHAVE)란 이름으로 출시됐다. 해안가를 강타하는 허리케인과는 거리가 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동부 네바다와 애리조나, 유타주 일부에 걸쳐 있는 건조한 사막지역을 이름으로 채택했다. 북미 수출명 보레고(BORREGO)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사막 주립공원일 만큼 유명한 건조 사막지명이다. 기아로선 사막지명을 차명으로 사용, 사막에서의 돌풍을 내심 반겼던 것일까. 물론 사막지역의 돌풍은 바로 북미에서의 히트를 의미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모하비는 철저하게 북미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미시장을 겨냥하려면 무엇보다 안락한 승차감과 넓은 공간활용성이 우선이다. 여기에 최근 북미의 일본차가 그렇듯 갖가지 편의장치도 구비해야 한다. 과거 시보레와 크라이슬러, 포드 등이 쏟아낸 거대 배기량의 육중한 풀사이즈 SUV의 시대가 저무는 대신 최근 북미는 연료효율성이 높고, 조용하고, 잘 달리는, 그러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지닌 차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북미에선 3.8ℓ와 4.6ℓ 가솔린엔진 차종이 모하비의 주력이다. 반면 국내에선 3.0ℓ 디젤엔진을 얹었다. 국내 휘발유값과 경유값 차이가 존재하는 한 3.8ℓ는 고사하고 4.6ℓ 가솔린엔진차를 살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디젤의 연료효율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어서다.

모하비는 출시 첫 달 1,300여대가 팔렸다. 가격과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실망은 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더 지켜봐야 성공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디자인에 대한 논란이 있을 뿐 성능 등 기타 측면에선 별다른 혹평이 아직 없다. 그 만큼 실제 타보면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차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승차는 530만원 상당의 DVD 내비이게이션이 제외된 모하비 2WD KV300 6단 AT 최고급형이었다. 가격으로만 보면 4,160만원에 달한다. DVD 내비게이션과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더해지면 차값은 4,690만원이 된다. 국내에서 4,000만원이 이상의 국산 SUV는 현대자동차 베라크루즈와 쌍용자동차 렉스턴 노블레스뿐이다. 따라서 모하비는 이들 차종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디자인
외관은 직선이다. 기아 디자인부문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영향 때문이다. ‘직선의 단순화’를 기아 디자인의 모토로 삼겠다는 그의 계획이 실현된 셈이다. 물론 모하비를 100% 슈라이어 부사장의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미 개발과정에 들어간 이후 슈라이어 부사장이 합류해서다. 그러나 디자인 클리닉 과정을 거치며 직선 위주로 많이 다듬어진 게 사실이다.

통상 직선을 많이 사용하면 다소 보수적인 면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으나 모하비는 직선이면서도 묘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크롬 도금의 대형 4선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렇고, 후드의 직선 캐릭터 라인도 보수에 역동성을 가미한 흔적이다. 그러나 뒷모양은 웅장한 앞모양과 달리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다. 아마도 리어 램프의 크기가 전체 면적에 비해 작아 보여서 나타난 현상이리라. 물론 작다고 느끼는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견해다.

헤드 램프는 HID 방식이다. 차의 방향에 따라 램프가 움직이는 조향가변형 전조등 시스템이며, 워셔가 뿌려지도록 했다. 다양한 기후조건을 지닌 드넓은 미국의 지리적 요건을 감안한 결과다.

인테리어 특징도 직선이다. 특히 계기판은 근래 보기 드문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트립컴퓨터 모니터가 원형의 속도계 한가운데 자리잡았고 왼쪽에는 엔진회전계가, 오른쪽에는 연료계가 있다. 통상 원형으로 대칭을 강조하는 것에서 탈피해 직선을 썼다. 일단 불편함이 없는 데다 이채롭기까지 하다. 다만 트립컴퓨터 LCD창이 다소 커서 속도계 지침 길이가 짧아 보이는 건 아쉽다.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물론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LCD창이 작으면 정보의 효율적인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속도계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낫지 않았을까.

스티어링 휠에도 직선의 디자인은 어김없이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은 원형이지만 각종 조작버튼은 사각형이 빼곡히 자리했다. 핸즈프리 조작버튼도, 채널 변경버튼도, 볼륨 높낮이 스위치도 모두 사각형이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 바라본 메탈릭 센터페시아 역시 사각형의 직선 위주다. 전반적인 형태가 사각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각종 버튼이 모두 네모다. 인테리어 전반이 직선을 대표하는 사각형의 범주에 있는 셈이다. 기아로선 ‘직선의 단순화’라는 한 가지 디자인 주제에 최대한 몰입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우선 스티어링 칼럼이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잘 안보이는 부분이기에 더욱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또 ‘하이(H)"와 "로(L)"의 2단에 머문 시트열선 온도조절 기능도 감점 부분이다. 최근 대중적인 수입차에도 3단 조절 기능이 장착되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4,000만원이 넘는 모하비라면 최대 5단계는 아닐 지라도 최소 3단(H.M.L) 조절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성능
시동을 걸었다. 스마트 키여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채 시동버튼을 누르면 된다. 경쾌하게 엔진이 움직인다. 공회전 상태에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약간의 진동이 느껴진다. 그러나 디젤엔진임을 감안하면 수준급이다. 정숙성도 뛰어나다. 베라크루즈를 탔을 때 조용함에 놀란 적이 있는데, 모하비도 공회전 시 정숙성은 베라크루즈뿐 아니라 렉서스 RX에도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주차 브레이크는 한 번 밟으면 작동되고 다시 밟으면 해제되는 족동식이다. 브레이크를 풀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순간 차체가 반응하더니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디젤엔진이지만 가솔린엔진과 같은 순발력을 보인다.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시속 100㎞에 이르는 동안 변속충격이 거의 없다. 엔진회전수도 낮다. 6단 자동변속기 덕분인데, 6단의 효과는 주행중 확실하게 나타난다. 어지간히 속도를 높여도 엔진회전은 분당 3,000회를 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속도에선 2,000rpm 이하로 유지된다. 엔진회전수가 적다는 건 그 만큼 연료를 덜 쓴다는 말과 같다. 반면 엔진에서 나오는 동력을 보다 세분화해 바퀴에 전달하기에 동력손실도 적어진다. 쉽게 보면 힘 좋아지고, 연료소비가 줄어드는 것. 그럼에도 급가속을 시도하면 무리없이 받쳐준다. 적어도 성능에 대해 불평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성능의 원천은 V6 2,959㏄의 E-VGT 엔진이다. 연료분사를 정밀화한 피에조 인젝터와 전자식 가변용량 터보차저가 더해져 최고출력 250마력과 최대토크 55.0㎏·m를 발휘한다. 실제 가속에서 체감토크는 제원표에 나온 수치 이상이다. 육중한 체구여서 디젤 세단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지는 않지만 SUV라는 조건을 개입시키면 시각은 달라진다.

승차감은 북미시장 겨냥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역동적인 SUV가 아닌 만큼 편안함이 특징이다. 실제 출시 전 모하비를 잠시 탔을 때 모하비 섀시를 담당한 연구원을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그는 국내 소비자들이 모하비를 타면 조금 부드럽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유는 북미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승차감 트렌드가 "부드러움"에서 ‘견고함’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알고 있으나 주력 수출시장인 북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핸들링도 부드럽다. 뒷바퀴굴림 방식이어서 주행 때의 안정감은 비교적 높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감안해 무리한 과속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VDC도 개입 포인트가 빠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해당 기능은 보조장치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반적으로 모하비의 상품성은 높은 편이다. 브랜드 이미지로 점프해야 하는 기아로선 가장 기본적인 제품력부터 기초를 단단히 한 셈이다. 뒷좌석 수납공간의 활용성 등 일부 개선해야 할 점은 있으나 전체적인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주차할 때 후진 기어를 넣으면 후방카메라가 작동하면서 룸미러 좌측에 표시창을 띄워주는 기능도 새롭다.

대형 SUV로 기아를 지켜낼 모하비가 북미지역 모하비와 보레고 사막의 허리케인이 되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