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바이오연료"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효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녹색연합과 에너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오연료는 생물을 통해 생산되는 대체 연료의 통칭으로 주로 곡물에서 추출한 기름이 원료가 되는 바이오디젤과 곡물의 당분을 발효시켜 만든 바이오에탄올을 지칭한다. 그동안 먹을거리로 사용되던 사탕수수, 옥수수, 콩, 종려나무 같은 곡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만큼 가장 큰 장점은 언젠가는 고갈될 화석연료와 달리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온난화에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는 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지구가 원하는 새로운 에너지" 바이오연료 = 핀란드의 유일한 정유회사로 "넥스비티엘"(NexBTL)이라는 브랜드의 바이오연료를 개발한 "네스테 오일"(Neste Oil)은 자사 홈페이지에 "지구가 원하는 새로운 에너지"라고 바이오연료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바이오연료가 지구의 골칫거리인 석유 고갈과 지구 온난화라는 2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싱가포르에 820만 달러를 들여 사상 최대인 연간 80만t 생산 규모의 바이오연료 제조 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이 같은 믿음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바이오연료가 마치 지구를 "한 방"에 구해 줄 "도깨비 방망이"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유럽연합(EU)의 회원국 정상들은 작년 3월 2020년까지 모든 자동차에 바이오연료의 사용비율을 최소한 10% 수준까지 높이기로 했으며 미국의 부시대통령도 작년 연두교서에서 수송용 에너지의 5.75%를 바이오연료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네스테 오일을 비롯해 영국의 BP, 프랑스의 Total 같은 거대 석유회사들이 바이오연료의 개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며 브라질의 경우는 바이오연료를 자동차 연료의 25%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열풍은 유가 인상이 연일 계속되며 "피크 오일"(Peak Oil)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특히나 힘을 얻고 있다. 피크 오일은 석유의 생산량이 확대되다가 감소세로 내려서는 시점을 말한다. 만약 피크 오일을 지났다면 생산량이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에 유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결국 바이오연료가 가격경쟁력을 갖게된다는 논리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지난 1월 바이오연료의 생산원가는 1t당 1천달러로 780달러인 원유에 비해 높았지만 점점 고갈돼 가는 석유의 값은 계속 오르겠지만 곡물은 유한하지 않은 만큼 조만간 상황은 역전될 전망이다.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바이오연료의 지지자들은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면 석유 사용시의 온실가스 방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스테 오일의 경우 곡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안해도 바이오연료가 석유연료보다 40~60% 가량 온실가스 감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이오연료 열풍은 거품" 비판도 거세 = 이처럼 바이오연료가 각광받고 있는 이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큰 비판은 최근의 애그플레이션(Agflationㆍ농산물 가격의 급등)의 원인 제공자가 바이오연료 생산 붐이라는 것이다. 옥수수 등 바이오연료의 재료로 사용되는 일부 곡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값이 올랐고 이 같은 현상이 다른 작물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곡물이 사람이 아닌 자동차의 "먹이"가 되면서 값이 올라가고 가난한 국가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을 빼앗는다는 식으로 바이오에너지가 비인간적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SUV 차량을 한 번 채울 에탄올을 생산하는데 한 사람이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곡물이 들어간다"며 "미국의 경우 1년 연료 생산에 들어간 옥수수의 양은 가난한 나라 100개국 국민들이 소비하는 것과 같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바이오연료가 지구온난화를 막을 대안이라는 찬성론자들의 주장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스위스의 라이너 자 박사팀은 지난 1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바이오연료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있지만 환경비용은 화석연료보다 더 크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오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만 따지면 석유보다 30% 이상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연료를 생산하는 데 파괴된 자연생태계를 감안하면 오히려 더 큰 환경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이다.
열대우림을 파괴한 뒤 사탕수수 밭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방식이라면 결국 삼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비료는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를 배출해 온난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여기에 생물다양성, 물의 순환, 토양 보호 등 삼림의 이득을 고려하면 바이오연료가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 기대와 우려 사이 한국이 설 자리는? = 이처럼 바이오연료에 대해 환호와 비판이 오가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섣불리 찬반을 결정하기 보다 일단은 "판단유보"한 채 환경과 인간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기술 개발과 생산 방식을 이끄는 게 현명하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값이 싸면서도 삼림을 파괴하지 않고 물의 소비도 적은 원료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다 에너지 발생 효율을 높이려는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콩 같은 기존의 원료작물 외에도 볏짚이나 쓰고 남은 나무, 폐식용유, 해초류 등 다양한 원료를 이용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방식이 실용화되고 있고 독성이 있는 식물로 에너지 생산량이 다른 곡물보다 큰 "자트로파"도 바이오연료의 중요한 원료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연료가 기존의 삼림을 파괴하고 사람의 식량을 빼앗는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유럽연합의 경우를 참고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은 바이오연료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숲이나 초원, 습지인 곳에서 재배된 농작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연료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세계가 바이오연료에 대한 논쟁에 빠져있지만 한국의 관련 산업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 차원이나 중소기업 단계에서 콩이나 유채 등을 이용해 연료를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시범 실시 단계이며 거대 정유회사들이 바이오연료 생산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바이오연료 산업이 곡물의 대량 확보를 필수적으로 하기 때문에 제조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원료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대기업들이 적극성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며 "여기에 산업계가 바이오연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도도 낮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의 이유진 에너지ㆍ기후변화 팀장은 "일부 국가에서 원료작물이 무분별하게 대량생산되는 방식만 보고 바이오연료를 반대만 해서는 안된다"며 "환경과 기후변화를 고려하면서 각 지역별로 알맞은 작물을 사용하는 바이오연료를 개발하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연료가 마치 "도깨비방망이" 인 것처럼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며 "경제 전반에서 에너지소비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다양한 대안 에너지 중 하나로 바이오 연료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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