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정부가 오는 4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국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계획인 가운데 부산 금정구청이 지난 해 5월부터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금정구청은 지난 해 5월부터 매월 2차례씩 지역 33개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을 전수조사해 구청 홈페이지(www.geumjeong.go.kr)의 "산업.경제" 코너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주유소 간 경쟁을 유발해 석유제품의 유통비용을 축소, 가격안정을 꾀한다는 정부의 구상과 같은 취지에서다. 금정구청은 각 주유소의 판매가격과 함께 주유소의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제공하면서 판매 가격이 낮은 주유소는 별도의 색깔로 표시해 주민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각 동사무소에 이 같은 자료를 배포하고, "물가정보"라는 월간 책자에도 수록해 각급 학교와 기업, 단체 등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 경쟁유발, 가격안정엔 기여 = 최근 세계적인 유가상승으로 인해 주유소의 전반적인 판매가격은 계속 인상되고 있으나 주유소 간 경쟁으로 인상폭은 인접한 동래구와 해운대구에 비해 작다는 게 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개된 판매가격을 비교하며 싼 주유소를 찾아가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어 지난 달 21일 3개에 그쳤던 최저가 주유소가 이달 들어 5개로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금정구에 직장을 두고 월 3~4차례 승용차에 기름을 넣는다는 회사원 김모(43)씨는 "최근 기름값에 대한 부담이 커 금정구청에서 제공하는 주유소 판매가격 정보를 이용, 가능하면 싼 주유소를 이용한다"면서 "특히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는 가격정보를 꼼꼼하게 챙긴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53.여)씨도 "처음에는 같은 지역인데 주유소별로 판매가격에 큰 차이가 있을까 하고 시큰둥했지만 최근에는 가장 싸게 팔면서도 가까운 주유소를 반드시 확인한 뒤 집을 나선다"고 말했다.
인접 주유소에 비해 판매가격이 다소 비싼 A주유소 대표는 "인터넷 가격공개 후 매출이 줄고 있다"면서 "주유소는 서비스보다 가격이 말을 해주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을 조정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래구에 인접한 B주유소 대표는 "지금은 금정구에 있는 주유소와만 경쟁을 해 우리 주유소가 비교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쟁지역이 확대될 경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정밀한 비교 가능해야" = 주유업계는 주유소 판매가격의 실시간 공개가 주유소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해 영세한 주유소를 고사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C주유소 대표는 "기름을 사오는 가격은 주유소별로 큰 차이가 없고, 각 주유소의 재정상태와 차량 통행량 등에 따라 판매가격에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판매가를 낮게 책정할 수 있는 주유소는 더 장사가 잘되고, 영세한 주유소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정구청과 주유업계 관계자는 "판매가격 실시간 공개제도가 주유소에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는 있지만 실효성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면서 철저한 준비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가까운 주유소 간에는 판매가격에 큰 차이가 없는데다 주유 할인카드를 잘 활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무작정 싸게 파는 주유소를 찾아갔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소비자가 거주하거나 주로 활동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 가능한 할인카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당히 정밀한 검색기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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