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체어맨W의 원류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벤츠다. 1994년 W카 프로젝트로 시작돼 1997년 체어맨으로 나왔을 때도 그랬고, 2008년 대한민국 최고급 대형 세단을 표방하며 등장한 체어맨W도 마찬가지다. 다만 97년 선보인 체어맨은 벤츠 E클래스의 기반이 된 W124 플랫폼을 들여와 S클래스급으로 키운 반면 체어맨W는 애초부터 S클래급 차체에 벤츠의 V8 5.0ℓ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게 차이점이다. 그러나 V8 5,000㏄급 엔진만 들여왔을 뿐 3,600㏄급 엔진은 기존 벤츠의 3,200㏄ 엔진을 독자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대형 세단 10년을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 셈이다.
▲스타일
앞모양은 한 마디로 중후하다. 5선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보수성이 사각 형태의 헤드 램프와 맞물려 점잖은 모습을 자아낸다. 위압감도 상당하다. 잔잔한 미소가 흐르면서도 카리스마가 물씬 풍기는 것. 동시에 LED 타입의 방향지시등이 헤드 램프에 내장된 건 개성이다. 자칫 지나치게 보수로 흐를 수 있는 스타일에 활력을 주는 부분이다.
옆모양도 기존의 유려함에서 보수로 옷을 갈아입었다. 물 흐르는듯 했던 체어맨 라인의 굴곡이 얇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직선에 가까워졌다. 또 탑승자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중요한 차급인 만큼 벨트라인도 높게 설정했다. 전반적으로 단아한 모습이어서 자칫 차가 작아 보일 수 있으나 다른 차와 나란히 세워 놓으면 5m가 넘는 크기에 압도당한다. 중후하면서도, 대형차일수록 크기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동시에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뒷모양은 군더더기없이 처리했다. 어떤 기교도 없는 깔끔함이 특징인데, 무엇보다 품격에 충실한 결과다. 그럼에도 트윈 머플러로 시각적인 역동성은 살려냈다.
전반적으로 대형 세단이 지녀야 할 무게감과 중후함을 살리는 데 치중했다. 국내 대형 고급 세단 구입자의 대부분이 일본이나 미국보다는 독일 등 유럽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점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
실내는 보수와 첨단의 적절한 배합으로 볼 수 있다. 우선 계기판은 대칭 원형으로 일목요연하게 자리잡았다. 계기판 상단에는 모니터가 있어 주행상황 및 차량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모니터에는 ACC 기능도 표시된다. ACC 레버는 스티어링 휠 아래에 있는데, 온(On)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 모니터에 ACC 주행모습이 나타난다. 한 번 레버를 올리면 시속 10㎞씩 속도가 오르고, 앞으로 당기면 1㎞씩 증가한다. 앞차와의 거리도 설정할 수 있다. 일정속도와 거리를 설정해두면 운전자는 가속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다. 스스로 거리와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속도로 등에서 ACC를 오래 이용하면 졸릴 수 있다. 따라서 앞차와의 간격이 급격히 줄어들면 속도를 제어하는 동시에 경고음을 보내 운전자로 하여금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한다. 적어도 추돌 가능성은 크게 낮출 것 같다.
센터페시아는 전반적으로 직선보다는 가로의 곡선 형태로 만들었다. 벤츠 S클래스 실내와 비슷하다. 그 가운데서도 8인치 LCD는 단연 압권이다. LCD 모니터는 뒷좌석 VIP를 위해 운전석 암레스트에도 달려 있다.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조그 키도 암레스트에 있는데, 기능은 지극히 한정돼 있다. VIP석 암레스트에 부착된 조절버튼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음성명령 기능도 있다.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음성명령 버튼을 눌러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디스크, DMB 등을 조작할 수 있다. 명령버튼을 누르면 ‘비프음’이 들리는데, 비교적 정확하게 명령을 인식한다. 별도로 버튼을 누르지 않아 편리하다. 물론 뒷좌석에선 암레스트에 마련된 조절장치로 직접 버튼을 눌러야 한다.
윈도 버튼은 벤츠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표면 소재만 다를 뿐 모양과 형태는 같다. 전반적으로 S클래스의 실내를 상당히 벤치마킹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체어맨W는 이 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편의장치를 갖췄다. 가속 페달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마사지가 가능한 시트도 있다. 뒷좌석은 앞뒤로 전후진이 가능하고,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마련됐다.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개폐되고, 횔은 크롬으로 만들었다. USB 단자도 있고, 휴대전화 충전기능도 있다. 쉽게 보면 최고급 대형 세단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능은 모두 넣었다. 독일 고급 수입차 못지 않은 수준이다. 물론 서스펜션도 스포츠 모드로 바꿀 수 있고, 높낮이 조절도 가능하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타이어 공기압 감지장치도 있다. ACC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 체어맨에 있던 기능이기도 하다. 후진할 때는 LCD에 후방상황이 비춰지는데, 방향선이 함께 제공돼 주차를 돕는다.
▲성능&승차감
시승차는 벤츠의 V8 5.0ℓ와 7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체어맨W V8 5000이다. 가속 페달은 비교적 가볍다. 그러나 차의 움직임은 가볍지 않다. 살짝 밟았지만 비교적 빠르게 반응한다. 조금 깊이 밟으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느껴진다. 300마력 이상의 출력이 단순한 숫자에 불과한 건 아닌 셈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서스펜션을 다소 부드럽게 설계한 덕에 승차감은 매우 편안하다. 특히 뒷좌석에 앉아 갈 때는 뒤에서 살짝 밀어주는 느낌이 든다. 뒷좌석은 앞뒤로 이동이 가능하고, 조수석 등받이에 탁자가 부착돼 있어 업무를 볼 수 있다. 특히 암레스트 테두리가 오렌지 색상으로 둘러져 있어 야간운행 시 뒷좌석의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니 보기가 좋은 기능이다.
변속충격이 거의 없는 이유는 7단 변속기 덕분이다. 게다가 시속 100㎞에서 엔진회전계는 2,000rpm 이하를 가리킨다. 그 만큼 변속단계의 세분화로 저회전에서 높은 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 물론 7단 적용에 따라 동력전달의 손실이 크게 줄어든 점은 연료효율 향상으로 극대화됐다.
속도를 올리면 시속 160㎞까지 안정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 이상이 되면 약간의 흔들림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굴곡진 도로에서의 코너링에는 별도 도움이 안되지만 스포츠 모드로 전환시키면 코너링 성능은 한층 높아진다. 고속도로에선 ‘컴포트’를, 굴곡진 도로에선 ‘스포츠 모드’가 유리하다. 물론 편안하게 탈 요량이라면 ‘컴포트’ 모드로 일관해도 무방하다. 승차감에서만큼은 대형 세단의 자존심을 지켜낸 덕분이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뒷좌석에서 받는 충격이 상당히 적다.
정숙성은 대형 세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다. 시속 100㎞까지는 조용하다. 그 이상이 되면 약간의 풍절음이 들리지만 거슬리지는 않는다. 하만카돈 오디오의 음질을 느끼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 S클래스와 견줘도 정숙성은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시트의 착좌감도 좋다. 어떤 체형이라도 넉넉히 받아줄 수 있을 만큼 넓다.
▲경제성 & 소감
이 차는 ℓ당 7.3㎞의 연료효율을 갖췄다. 대형차로는 괜찮은 연비다. 8,770만원이란 차값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고급 세단으로서 손색이 없는 차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시승 내내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실내 곳곳에 적용된 우드그레인은 무광으로 처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검은색의 점잖은 실내에 우드그레인의 번쩍임은 어색하다. 또 S클래스 등이 지닌 묵직한 중량감의 부족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고급차의 흐름은 일정한 거리를 주파한다고 했을 때 ‘빨리’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라는 부분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형 세단의 제품력면에선 국내 최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말처럼 그 동안 체어맨에서 얻은 쌍용의 뒷바퀴굴림 대형 세단 개발 노하우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출시 3주만에 3,700대가 계약된 것도 체어맨이 지닌 탄탄한 브랜드와 쌍용의 노하우가 제대로 궁합을 이룬 덕분일 것이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