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 91년 국민차 티코 등장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분위기다. 더구나 정부는 경차에 한해 연간 10만원 정도의 유류세를 감면해줄 방침이어서 서민을 위해 인심을 "팍팍" 쓰는 셈이다. 덕분에 경차는 없어서 난리다. 특히 기아자동차 뉴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공장은 일손이 부족할 만큼 최대 능력을 가동하는 중이다. 그 동안 경차시장을 독점해 왔던 GM대우자동차 마티즈도 굳건함은 여전하다. 경차시장 자체가 커져 전년 대비 판매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류세가 10% 인하됐다. 정부가 서민들의 경제안정을 위해 과감(?)하게 기름 1ℓ에 붙는 세금 중 교통세의 10%를 내렸다. 덩달아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떨어져 ℓ당 82원 정도 기름값이 싸졌다. 그러나 ℓ당 82원의 인하효과를 체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사이 국제유가가 올라서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류세를 추가로 10% 더 내리겠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으로 이해되지만 유류세를 내린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유류세 인하로 세수감소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도 정책적으로는 우려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반긴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그 만큼 기름값이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유류세의 대폭적인 인하가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흔히 세금을 풍선이라고 한다. 한 햇동안 쓸 돈을 정하면 여기에 맞춰 세금을 걷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유류세 인하로 줄어든 세금은 다른 부문에서 보전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경제상식을 동원해 "줄어든 세금은 비용절감으로 극복하면 되겠지"라고 여기지만 재정을 아낀다고 표창장을 주기보다 이듬해 예산을 깎는 지금의 구조를 본다면 누구 하나 예산절감에 앞장설 공무원은 없어 보인다.
경차도 마찬가지다. 경차가 늘어나면 그 만큼 줄어드는 차종이 생긴다. 바로 소형차다. 실제 경차 기준 확대로 소형차는 개점휴업 상태다. 요즘 소형차를 사려던 사람은 아예 경차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소형차와 경차는 분명 다르다. 소형차는 생애 첫 차 구입자가 많은 반면 경차는 두 번째 차로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기름 사용을 줄이려면 현재 국내에 만연된 중·대형차 선호도를 낮춰야 하지만 지금의 정책 포커스는 경차에 집중돼 있다.
중·대형차 비중을 낮추기 위해 경차에 혜택을 줬으나 중·대형차 판매는 되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소형차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정부라면 더더욱 그렇다는 것. 좁은 도로에 큰 차만 다닌다고 대형차 선호현상을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근본적인 대책 제시에는 몸을 사린다. 지금의 고유가 극복방안 중 하나가 경·소형차 확대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말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형차의 절반 정도가 렌트나 리스 등으로 이용된다는 통계가 있다. 일종의 세금절약 방법이다. 따라서 자동차 구매 시 업무비용을 3,000만원까지만 인정토록 하는 법안이 지난해 발의됐으나 여전히 잠을 자고 있다. 경차만 세금혜택이 있는 게 아니라 중·대형차도 세금혜택이 있는 셈이다. 소형차만 이래저래 찬밥 신세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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