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깊어가는 고민

입력 2008년03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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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고민에 빠졌다. 수입차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증가해서다. 아직 견딜만한 수준으로는 보고 있으나 토요타와 미쓰비시, 닛산 등의 진출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 최근 수입차와의 비교시승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일본차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얼마 전 현대파워텍 주행시험장에서 열린 비교시승회에서 만난 이 회사 임종헌 마케팅담당 이사는 “수입차 공세가 대대적이기는 하지만 현대의 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졌다”며 “최근 신차 등의 공세로 수입차의 증가율을 둔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애써 수입차의 증가세 둔화를 언급하는 건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외견 상의 태연함과 달리 속내는 타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성장기반이 됐던 내수시장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랜저 등의 준대형차 수요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의 자존심으로 평가받는 쏘나타도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이미 한국에 진출한 혼다가 어코드 등의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요타와 닛산, 미쓰비시가 한국 문을 본격 두드림으로써 혼다와 렉서스만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 현대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본 3사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곧 현대의 점유율 하락을 의미한다. 실제 일본 3사는 한국 내 경쟁자로 현대를 꼽고 있다. 미쓰비시는 아예 국내에서 ‘수입차’라는 인식을 갖지 못할 정도로 박리다매를 공언하고 있다. 토요타는 캠리 등을 앞세워 그랜저와 겨룬다. 닛산도 현대의 그랜저와 싼타페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왕 붙을 바에야 현대의 주력차종 점유율을 뺏겠다는 전략이다. 토요타가 월 판매대수를 1,000대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본 것도 그래서다. 미쓰비시와 닛산도 월 1,000대 정도의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다. 결국 일본 3사의 공격적 행보에 그랜저시장이 반토막날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 등의 대형차시장도 일본업체들이 탐내는 분야다. 어차피 한국 내 소형차 수요가 적다는 점에 비춰 중·대형차에 집중한다는 게 일본업체들의 기본전략이다.

이 같은 일본업체들의 진출을 소비자들은 반기고 있다. 제대로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현대가 내수의 독점적 지위에 힘입어 소비자 위에 군림(?)했다고 보는 데다 노조의 행태도 소비자들의 비판을 부추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현대는 최근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고객우선경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고객을 섬기는 마음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배 떠난 뒤 손 흔들어봐야 소용없다’며 현대의 뒤늦은 배려(?)를 꼬집고 있다.

자동차동호회의 한 관계자는 “급격한 가격인상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을 마구잡이로 높여 놓은 걸 현대가 잊은 것 아니냐”며 “실컷 때린 뒤 어루만져준다고 마음의 상처가 모두 치유되는 건 아닐 것”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일본업체의 공세를 소비자들이 환영하게 된 것도 결국 현대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현대가 다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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