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발길 잡는 봄날 풍경

입력 2008년03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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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꽃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구미 금오산도립공원은 지금 벚꽃이 한창이다. 진입로의 화사한 벚꽃터널은 말할 것도 없고, 금오저수지를 에워싼 벚나무들도 다퉈 꽃을 피워 멀리서 보면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대궐이 따로 없다. 짓궂은 봄바람에 난분분 몸을 날려 저수지 물 위를 수놓은 꽃잎은 그 애잔함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꽃잎이 흐르는 계곡


또 한 곳, 나그네의 발길을 멈춰세우는 곳이 있다. 금오산 입구에 위치한 채미정(採薇亭)이다. 채미정은 고려말 충신이며 대학자인 야은 길재(1353∼1419)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기 위해 조선 영조 44년(1768)에 건립된 정자다.



"채미"는 고사리를 캔다는 뜻으로 중국의 백이와 숙제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서 먹고 살았다는 고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와 함께 고려의 삼은(三隱)이라 불리는 야은 길재 선생은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하자 관직을 받고도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 하여 벼슬을 버리고 금오산에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다. 세종 원년(1419)에 67세로 별세하자 나라에서는 ‘충절’이라는 시호를 내렸고, 그의 지조가 백이·숙제와 같다고 여겨 뒷날 세워진 정자에 채미정이란 이름을 붙였다.

채미정


금오산으로 오르는 길목 초입, 소나무가 숲을 이룬 송림 사이에 위치한 채미정 앞으로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가 놓였다. 이 다리를 건너기 전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큰 바위에 새겨진, 길재의 그 유명한 회고가(懷古歌)이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연초록 신록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옛 고려 왕조의 화려했던 모습을 회고하며 인생무상을 노래한 그의 탄식이 6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헛되고 헛된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 했으니 인생무상을 노래한 그의 회고가는 또다시 600년의 세월이 흐른 뒷날에도 변함없는 공감을 불러오리라.

울창한 송림


잘 깎아 세운 석교를 건너 흥기문을 들어서면 채미정 정자 외에도 경모각과 구인재, 유허비각 등의 건물이 흩어져 있다. 우측에 자리한 채미정은 벽체가 없이 기둥만 16개다. 앞면과 옆면 모두 3칸씩으로, 중앙에 방을 만들고 사방을 마루로 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뒤편에는 길재의 충절을 기린 숙종의 "어필오언구"가 있는 경모각과 유허비각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유적이 있으나 오랜 세월동안 황폐화된 것을 1977년 정부에서 보수했고, 현재는 경역을 잘 정돈해 놓았다.

마루에 앉아 봄풍경을 누리다


바쁜 걸음이 아니라면 정자 마루에 올라 주변에 찬연한 봄빛을 완상해 봄은 어떨까. 눈 들어 바라보는 곳 모두가 한 폭의 풍경화다.



*맛집

봄꽃으로 화사한 등산로
금오산도립공원 진입로 양쪽에 분위기 좋고 깔끔한 시설을 자랑하는 한정식집이 많다. 공원 안 금오랜드 주변으로 자리한 맛집들은 토속음식을 선보인다. 금오산의 명물인 전통닭백숙을 맛보려면 2대째 손맛을 자랑하고 있는 대혜골(054-443-6234)을 비롯해 다양한 한방약재의 웰빙 백숙을 내놓는 금오산삼계탕(054-455-8230), 닭요리 명가로 손꼽히는 금오동산(054-452-8801) 등이 있다.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구미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구미시를 통과하는 33번 국도를 탄다. 금오산 4거리에서 약 2km 가면 금오산 주차장이다.

바위에 새겨진 회고가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만개한 벚꽃과 금오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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