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정유사들이 실적 부진에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 정부의 독과점 구도 깨기 시도 등으로 고달픈 시기를 보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고유가로 인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를 했으나 작년 말부터 꺾이기 시작해 올 1.4분기에는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일찌감치 돌파했지만 수익을 결정하는 정제마진이 줄어드는데 따라 SK에너지의 경우 1.4분기 영업이익이 2천500억원선으로 작년 동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순이익은 환차손 때문에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벙커C유 가격이 작년에는 원유에 비해 10달러 낮은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 1월 14달러, 2월 17달러가 됐고 이달 들어서는 21달러까지 차이가 나면서 정제마진이 매우 악화됐다가 근래에는 다소 나아져서 19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석유화학부문도 작년 4.4분기부터 시황이 악화돼 올해 1-2월에는 오히려 적자가 발생했으며 정유사들은 이에 대응해 공장 가동률까지 낮춰뒀다.
물론 실적 자체는 외환위기 끝자락이던 2000-2001년 만큼 나쁘지 않다. 당시에는 2년간 정유업체 적자가 1조원이 넘었고 인천정유가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등 정유사가 존립 여부에 대해 고민해야했으며 수입사들도 대거 등장해 경쟁을 벌였다. 지금은 실적보다는 "서민들은 고유가로 고통받는데 혼자 배불리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과 이를 반영하는 정부 정책이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에 유가에 대한 글이 올라가면 댓글의 99%는 정유업계를 욕하는 내용이다"고 말하고 "실적이 나쁘다고 하면 "이럴 때 평소 부실을 털어내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동안에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유사 담합건을 적발하는 등 독과점 구도인 정유업계의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를 없애려는 노력을 벌여왔다. 작년 2월 4개 정유사가 지난 2004년 4월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혐의를 적발해 과징금 526억원을 부과했으며 작년 하반기에는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담합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해뒀다. 휘발유와 등유는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지만 경유와 관련해서는 담합 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물가 급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유류세를 10% 인하한데 이어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가격을 집중 관리하는 생활필수품 52개에 주요 석유제품인 휘발유와 경유, LPG를 넣었고 대형 마트에서도 석유제품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정유사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진 대형 프랜차이즈 형태의 유통점을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주유소 판매 가격 공개를 추진하면서 정유사 공급 가격도 밝히라는 주유소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재 월 단위로 공개하는 것을 주간 단위로 주기를 단축하고 업체별, 시군구별로까지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유사 직원은 "정부가 지금 당장 유류세를 낮추고 국내 유가를 억눌러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거시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에너지를 아끼거나 자원을 확보하든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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