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연분홍 꽃구름에 뒤덮였다. 바야흐로 벚꽃세상이다. 쌍계사 십리벚꽃길, 진해 군항제, 전주-군산 간 백리 벚꽃길, 여의도 윤중로 등 전국의 소문난 벚꽃 군락지에 상춘객이 몰리고 있다. ‘벚꽃’하면 이 곳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 전북 진안군 마이산도립공원의 벚꽃단지다.
마이산 벚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피는 벚꽃으로 유명하다. 마이산이 해발 300∼400m 고원에 위치한 까닭에 이웃한 도시 전주보다 평균기온이 2∼3도 정도 낮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벚꽃들이 질 무렵인 4월중순부터 마이산 벚꽃은 꽃망울을 터트려 절정을 이룬다. 수천 그루의 벚꽃이 일시에 개화해 핑크빛 터널을 이룬 모습은 장관이다. 더욱이 마이산의 오묘한 두 산봉우리와 어우러진 벚꽃세상은 마치 무릉도원을 보는 듯하다.
벚꽃길은 진안과 마령 방면에서 탑사에 이르는 10여km 구간에 걸쳐 이어진다. 특히 마이산 남부의 이산묘에서 탑사를 잇는 2.5km의 벚꽃터널길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듯 연분홍 꽃잎이 하느작하느작 날려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온통 꽃잎천지다.
남부주차장쪽에 형성된 상가는 ‘벚꽃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때를 맞춰 흥겨운 축제 한마당을 펼친다. 지난해부터 군 단위의 공식적인 벚꽃축제는 없앴지만 다양한 민속놀이와 먹거리장터 등을 펼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상가를 벗어나면 저 멀리 그 유명한, 말의 귀를 닮았다는 마이산의 두 산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에 앞서 발목을 잡는 건 마이산 입구에 조성된 인공호수인 탑영제다. 오리배가 평화롭게 떠다니는 수면 위로 마이산이 통째로 비춰진다. 또 호수 주변을 빈틈없이 꽃피운 벚꽃행렬이 길게길게 이어진다. 그 꽃그늘 아래 아예 자리를 펴고 앉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듯하다.
멀리서 보이던 두 봉우리가 점차 가까워지면 일반적인 산 모습과 달리 마치 시멘트를 부어 놓은 듯한 두 개의 봉우리가 더없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봉우리 표면 곳곳에 거인의 발자국처럼 깊이 팬 자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타포니 지형이라 일컬어진다. 이는 지각변동으로 생겨난 현상인데, 1억 년 전 호수였던 이 곳이 융기하면서 자갈성분인 역암층이 만들어졌고, 이 과정에서 자갈뭉치가 떨어져나가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마이산에는 기이한 돌탑이 줄 잇는 탑사가 유명하지만 탑사 외에도 금당사, 은수사 등의 절이 있다. 남쪽 입구에 있는 금당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온통 황금색을 칠한 대웅보전에, 역시 황금색을 입힌 석탑과 미륵불 등이 있어 눈길을 잡는다. 그러나 절집다운 고색창연함은 찾아볼 수 없어 근래에 지어진 절임을 짐작케 한다. 은수사는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이 곳의 물을 마시고 물이 은같이 맑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본시 불당 겸 요사채로 쓰인 건물과, 그 위 산신도각이 있을 뿐이었으나 근래 극락전, 태극전, 대웅전과 요사채를 건립했다. 한 때 국내 최대 크기였던 법고(1982년 제작)가 눈길을 끌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이산 줄사철군락(천연기념물 380호)과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386호)가 경내에 있다.
*맛집
남쪽 상가지구는 벚꽃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길게 음식점이 이어진다. 참나무 장작불에 굽는 즉석 흑돼지 삼겹살, 목살, 등갈비구이가 인기다. 그 밖에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정식, 버섯감자전, 찹쌀동동주 등 다양한 토속음식을 선보인다. 진안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는 애저찜이 첫손 꼽힌다. 진안은 예로부터 수질과 풍토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고 물맛이 뛰어난 진안의 돼지고기맛은 예부터 소문나 있는데, 어린 돼지로 요리한 애저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진안 곳곳에 애저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많은데 진안관(063-433-2629), 금복회관(063-432-0651) 등이 유명하다.
*가는 요령
호남고속도로 전주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전주역을 지나면서 좌회전해 26번 국도를 탄다. 화심온천 - 신정리 - 연장리 - 진안 - 마이산에 이른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장수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장수 방면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에 오른다. 장계를 지나 진안 방면 26번 국도를 달리면 진안 - 마이산이다. 또 얼마 전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마이산 가는 길이 더욱 가깝고 쉬워졌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