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인 IPIC가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과의 갈등이 본격적인 공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IPIC는 8일 성명을 통해 현대중공업 등 현대 주주들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계속 방해하면 2003년 주주간 계약에 따라 현대측 지분 30%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5일 IPIC가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으므로 지분 70%를 모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대응 조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1일 GS칼텍스 등 GS계열 3개사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에 법적 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맞서 IPIC는 현대 주주들이야말로 근거없이 법적 분쟁을 일으켜 매각 절차를 방해함으로써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으며 이를 신속하게 시정하지 않으면 당시 계약 내용에 따라 거꾸로 현대측에 지분 매각을 요구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IPIC는 "현대측이 주식을 싼 값에 사려는 부적절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IPIC는 지난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현대측에 먼저 매입 조건을 제시할 기회를 줬고 경쟁 입찰에 참여하라고 통지하기도 했지만 모두 반응이 없었던 점을 들었다. IPIC는 또 매수 희망자들에게 현대주주들이 지분 50%에 대해서는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렸고 현대 주주들에게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여러차례 확인해줬다고 강조했다.
IPIC는 1999년 5억달러(6천127억원)을 투자해 당시 현대가(家) 소속이던 현대정유 지분 50%를 확보했고 2006년에는 콜 옵션을 행사해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던 지분 20%를 주당 4천500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이후 매각을 추진해 지난 2006년 하반기에 미국 코노코필립스사가 약 4개월간 주유소 실사까지 진행하다가 경영권과 가격 등의 문제로 인수 계획을 접자 작년 5월부터는 공식적인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위한 경쟁 입찰에는 GS칼텍스와 호남석유화학, 코노코필립스, STX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IPIC는 작년 12월께 이 가운데서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려다가 현대중공업이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작업을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하반기 입찰이 진행되던 때만 해도 별다른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인수 희망 기업 중 한 곳인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은 "현대중공업과의 우선매수권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매각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작년 말께 매각 작업에 제동을 걸기는 했지만 주주간 갈등은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가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이사회에서 IPIC 지분 매입을 결정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측이 선임한 김정래 이사(현대중공업 전무)가 이사 의무를 위배했다는 점을 들어 IPIC측에서 해임하려하자 현대중공업이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 주주간 갈등이 불거지게 된 배경이라고 IPIC는 말했다.
업계에서는 주주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산되고 국제중재재판소까지 가게된만큼 IPIC지분 매각 문제는 해결되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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