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독일 브레멘주가 사상 처음으로 속도 무제한으로 유명한 독일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Autobahn)에 속도 제한을 도입했다.
라인하르트 로스케 브레멘주 환경장관은 9일 주내의 아우토반에 시속 120㎞의 속도제한 규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로스케 장관은 이번 조치는 교통 안전 뿐 아니라 환경 보호 및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멘주의 아우토반 속도제한 대상 구간은 60㎞에 불과하다. 고속도로 속도제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독일 16개주 중 가장 작은 규모의 도시주인 브레멘주가 가장 먼저 속도 제한을 시행함으로써 다른 주에 파급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야심찬 기후보호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은 유럽연합(EU)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호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그 동안 논란을 빚어온 아우토반 속도 제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환경장관은 기후보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우토반에 속도 제한 규정을 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연정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사민당은 아우토반에 속도제한을 두는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집권 기민-기사당 연합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 사민당은 지난해 10월 전당대회에서 기후보호를 위해 아우토반에 일률적으로 시속 130㎞의 속도 제한을 둘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아우토반에 일률적으로 속도제한을 두는 방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0월 속도제한 논란이 벌어진 당시에 "내 임기 중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위험 구간에만 속도 제한을 두는 현행 시스템이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속 주행 뿐 아니라 차량정체도 환경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은 규율에 얽매인 독일 사회의 숨통 구실을 하는 전통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과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방출 증가가 기후변화를 촉발하는 것으로 지적됨에 따라 아우토반에 속도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민당과 환경운동 단체들은 고속도로에 속도제한을 둘 경우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즉각 5% 감소하고 장기적으로는 15%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아우토반에 속도제한을 두면 배기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동물이 자동차에 치어 죽는 "로드 킬"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독일에서는 아우토반의 속도 제한을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자동차업체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현재 상태에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인간의 무한 질주 본능을 "신성한 권리"로까지 여기는 독일인의 정서에 속도제한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볼프강 티펜제 교통장관은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는 속도 제한이 아니라 자동차 연료 및 엔진 개선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고 말해 속도제한 규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독일의 자동차 업계는 아우토반 속도제한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펴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일률적인 속도제한은 자동차의 기술 개발을 저해하고 고성능 자동차의 수요를 줄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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