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모델 라인업에 크로스오버 SUV가 하나 더 포함됐다. 바로 EX35다. 인피니티는 이 차를 국내에 소개하며 “여성과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고 밝혔다. 깜찍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각종 편의장치들이 요즘 트렌드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란다.
이 차의 등록실적은 출시된 1월 79대를 시작으로 2월 69대, 3월 79대를 각각 기록했다. 당초 회사측이 기대했던 것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으나 수입 SUV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X35의 어떤 점이 고객에게 어필했고, 또 어떤 점이 단점으로 작용했을까.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쿠페와 세단, SUV의 장점만을 결합시켰다는 회사측 설명처럼 이 차는 크로스오버카다운 외관을 보여준다. EX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더구나 여성 고객이라면 ‘예쁘게 생겼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기존의 SUV들이 보여준 크고 강인한 이미지 대신 각 모서리 부분들을 둥글게 처리해서다. 앞모양은 더블 아치형 그릴과 L자형 헤드 램프 등으로 포인트를 줬으며, 긴 보닛이 인상적이다. 따라서 3,498cc의 배기량에도 차체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옆모양은 쿠페처럼 올라간 어깨라인이 인상적이다. 또 윈도 가장자리와 도어 아랫 부분을 가는 은색 선으로 처리해 액센트를 만들었다. 이 차의 높이는 1,600mm다. 다른 인피니티 모델들의 높이는 G35 세단이 1,455mm, M이 1,510mm인 것과 비교하면 그다지 높지 않아 타고 내리기에 편하다.
차 문을 열고 실네로 들어서면 차체가 좁다는 생각이 든다. 뒷좌석은 성인이 앉기가 힘들 정도다. 천장도 낮고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도 일반 SUV보다 작은 편이다. 대시보드마저 약간 높게 설계돼 있어 시야도 좁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운전석에 앉으면 갑갑함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보완하는 건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다. 전반적인 색상은 블랙과 밝은 회색 투톤으로, 차분함을 준다. 파란 불이 들어오는 계기판이나 다이얼 및 기어 노브 등에 크롬으로 멋을 부렸다. 아날로그시계나 블랙 우드트림 등도 고급스럽다.
▲가볍고 부드러운 가속성능
EX는 V6 3,498cc 302마력 엔진을 얹었다. 최대토크는 34.8kg·m/4,800rpm. 높은 엔진회전수에서 힘을 내는 세팅이다. 변속기는 수동이 가능한 5단 자동이다. 도로상황에 따라 앞뒷바퀴 사이에서 균형을 50대 50까지 배분하는 지능형 4륜구동 시스템인 상시 4륜구동을 적용했다. 여기에 프론트 미드십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차체자세제어 시스템(VDC)과, 갑작스러운 기어변속을 방지하고 지형에 따라 엔진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어댑티브 시프트 컨트롤(ASC) 등을 채택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EX의 낮은 높이가 실감난다. SUV를 탔다기보다는 일반 세단에 가까운 느낌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부드럽게 달려나간다. 페달의 응답성은 빠르지는 않으나 민감한 편에 가깝다.
직선 코스에서 시속 150km 정도까지는 무리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그러나 302마력의 힘이 제대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낮은 차체가 빛을 보는 건 아무래도 코너링 때다. 굽은 길을 일반 SUV보다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서스펜션은 앞바퀴의 경우 경량의 고강도 더블 위시본을, 뒷바퀴는 독립형 멀티링크를 각각 장착했다. 승차감이나 핸들링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EX35의 안전장치로는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앞좌석 보조 사이드 에어백, 앞뒷좌석 탑승자의 머리보호를 위한 루프 커튼형 에어백 등을 갖췄다. 이 밖에 4륜 벤티드 디스크 브레이크, ABS, EBD, BA등도 기본품목이다.
▲첨단 편의장치로 무장
이 차의 여러 장치 가운데 가장 궁금했던 건 닛산이 자랑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였다. 닛산이 특허를 가진 이 시스템은 차의 앞뒤, 좌우 사이드미러 밑에 울트라 와이드 앵글(180도) 카메라를 각각 1개씩 총 4개를 달아 차의 앞뒤와 양 옆의 360도 상황을 마치 차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으로 7인치 컬러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유용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작동법이 쉽지 않다. 또 화면에 뜨는 기준 라인에 차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고, 고화질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겐 해상도가 좋지 않은 화면도 아쉽다.
EX35에는 이 밖에도 첨단 편의장치가 많다. 인텔리전트 키를 가진 운전자가 차 반경 1m 이내로 접근하면 운전석쪽 사이드미러 하단에 있는 작은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는 웰컴 라이팅 시스템, 운전자가 보다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운전대와 좌석 위치가 자동 조절되는 이지 엔트리 시스템, 운전자가 시트 위치를 바꾸면 스티어링 휠과 사이드미러 위치도 함께 조절되는 인텔리전트 포지셔닝 시스템 등이 그 것이다.
▲나름대로 경쟁력있는 가격
이 차의 연비는 ℓ당 8.3km로 2등급이다. 판매가격은 5,470만원으로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세단과 SUV를 조합한 ‘크로스오버카’가 주는 장단점이 그대로 나타난다. 세단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에겐 차체가 너무 크고, SUV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에겐 화물적재공간이나 실용성 등이 부족하다. 반면 큰 차체 때문에 SUV가 부담스러웠던 사람이나, 세단보다는 실용성있는 차를 원하는 이들은 매력을 느낄 것 같다.
시승 /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