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이라고 시인 최영미가 노래했듯이 사방을 황홀히 수놓았던 그 화려했던 벚꽃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꽃이 지고나면 바야흐로 ‘봄을 여읜 슬픔’에 봄몸살을 앓는 이들이 한둘 아니다. 그런 이들에게 비타민같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곳이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프로방스마을이 바로 그 곳이다. 관광지라고 하기엔 작은 테마마을이지만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채와 이국적인 풍경이 유쾌함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프로방스마을로 달리는 차 안에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제2모음곡 중 3곡‘미뉴에트’)이라도 흐른다면 더욱 상쾌한 봄나들이가 될 것이다.
자유로를 타고 달리다가 헤이리마을 못미처에 자리한 프로방스마을은 그 규모도 작을 뿐더러 뚜렷한 이정표도 눈에 띄지 않아 초행길엔 단번에 찾아가기 어렵다. 또 ‘프로방스마을’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파스텔톤 건물 몇이 옹기종기 모인 왜소한 마을입구와 마주하면 실망감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 안 건물로 발길을 옮겨 놓기 시작하면서 터져 나오는 탄성을 막을 수 없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은.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문화·역사적인 마을로, 휴양지로 유명하다.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이 곳은 1996년 프랑스식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유럽풍 디자인의 아기자기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연보라, 노랑, 연두 등의 파스텔톤 색상과 어우러진 이국적인 마을이 만들어졌다.
프로방스마을은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 리빙관, 패션관, 허브농장 등의 시설로 구성됐다. 이들은 독립된 건물에서 각각의 컨셉트로 운영되지만 모두 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즉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사용하는 식기를 디자인하고 제작하기 위한 도자기공방이 존재하고, 프로방스마을의 디자인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며 핸드페인팅 도자기를 중심으로 데코레이션 상품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리빙관, 손님들에게 파는 베이커리, 플라워, 허브 등등도 모두 이 마을 안에서 만들어지고 길러진 것들이다.
프로방스마을이 너무 상업적인 쇼핑공간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허브정원 등 곳곳에 아름다운 휴식공간이 펼쳐져 있다. 또 체험관에서는 비누 만들기, 도자기 핸드페인팅 등을 즉석에서 배워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이 밖에 다양한 문화공연과 새로운 체험도 할 수 있는 이벤트가 기획되고 있다.
*맛집
라벤더의 보라색과 허브의 그린, 앙증맞은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은 프로방스 지방의 한 레스토랑에 온 듯한 느낌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그릇들과,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맛을 낸 음식들에 한 번쯤 취해볼 만하다. 더러 음식값이 비싸다는 불평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분위기와 요리를 생각한다면 그리 비싼 값도 아니다. 레스토랑 프로방스(031-945-0230), 더허브키친(031-945-7517)에서는 정통 이탈리안 푸드를 선보이지만 우리 입맛에 맞는 매콤한 고추장과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떡볶이그라탕 등 퓨전음식도 준비돼 있다.
한국적으로 해석한 샤브샤브 요리를 프로방스 지방의 전원풍 인테리어에 조화롭게 결합시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샤브샤브(031-944-8124)는 임진강과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뛰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예술적 감각이 묻어나는 유럽풍 쿠키와 케이크를 선보이는 베이커리&카페는 아라비카 커피 원두의 깊고 감미로운 향과 고소한 빵냄새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031-944-8107).
*가는 요령
자유로를 타고 달리다가 성동IC에서 빠진다. 성동리 4거리에서 좌회전해 30m 정도 가다가 음식점이 있는 골목이 보이면 이 곳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한 후 600m쯤 올라가면 왼쪽으로 입구가 보인다. 비보호 좌회전 길에는 아무 이정표가 없으므로 길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