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나들이코스 중 청춘남녀가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로 양수리를 빼놓을 수 없다. 양수리는 남쪽으로 흐르는 북한강과 서쪽으로 흐르는 남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 해서 두물머리, 즉 양수리(兩水里)라 불린다.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망과 서정적인 분위기, 멋진 카페와 이름난 맛집들이 줄을 잇는 이 곳은 4계절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양수리 가는 길목인 팔당댐과 양수리 사이의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현마을에는 뜻깊은 유적지가 있다. 이 나라의 큰 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적지다. 학자, 시인, 과학자로 불릴 만큼 다재다능했던 다산은 시대를 앞선 선구자였다.
1762년 태어난 다산은 조선의 개혁을 꿈꾸다 오랜 유배생활 끝에 1836년 고향인 이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18년이란 장기간에 걸친 유배생활 속에서도 민생을 위한 경세의 학문인 실학을 연구해 《목민심서》, 《경세유표》등 500여권에 이르는 방대하고도 귀중한 저서를 남긴 다산은 백성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치, 경제, 교육,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부르짖은 시대의 ‘개혁가’이자 애국ㆍ애민의 한 길만을 걸었던 참선비였다. 그의 학문과 사상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꾸준히 연구되고 추앙받고 있다.
다산 유적지는 입구에서부터 다산의 얼이 잘 느껴지도록 조성됐다. 수원성 축조에 사용된 거중기를 비롯해 선생이 집필한 저서의 내용이 새겨진 동판 장식물로 산책로를 연결해 놓았다. 그 길을 따라 유적지 안으로 들어서면 생가 여유당과 다산의 묘, 기념관, 문화관 등이 있다.
다산의 5대조부터 터를 잡고 살았던 생가 여유당(與猶堂)은 고졸한 자태를 보인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유실된 걸 1986년 복원했다. 당호인 여유(與猶)는 선생이 1800년(정조24년) 봄에 모든 관직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은 것이다. 여유당의 오른편을 돌아 뒤편 동산에 오르면 다산묘소가 나온다. 부인 풍산 홍 씨와 함께 합장한 묘역에 서면 여유당을 휘감고 도는 북한강의 물줄기가 보인다.
다산기념관을 들어서면 현관에 다산의 대표적 저서인 《목민심서》의 몇 구절이 적힌 동판물이 장식돼 있다. 내부에는 다산의 친필서한·간찰(簡札)·산수도 등과 대표적 경세서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사본이 전시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실물 4분의 1과 2분의 1크기로 만들어진 거중기와 녹로다. 역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도록 만든 거중기와, 도르레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일종의 크레인인 녹로는 실학정신에 바탕한 다산의 노력과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기념관 바로 옆에는 지하 1층, 지상 1층의 다산문화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는 다산이 설계한 배다리(舟橋)를 이용해 정조가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러 갈 때의 모습을 그린 능행도가 있다. 능행도를 왼쪽으로 보며 문을 들어서면 가운데 기둥 정면엔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글이 적혀 있다. 자연을 벗삼아 한가롭게 세월을 보내는 음풍농월의 사치스러운 시를 비판하고 실학적, 주체적인 시를 쓸 것을 아들들에게 부탁하는 서찰에서 다산의 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기념관에는 크게 네 시기로 나뉜 다산의 생애와, 《경세유표》를 비롯한 대표적인 저술들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한쪽 벽면에는 5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분야별로 기록해 놓았다.
매년 10월에는 이 곳에서 다산문화제가 열린다. 다산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문화적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우리 문화를 통해 다산 선생을 직접 체험하는 시민문화축제다. 이 때는 다채로운 시민행사와 놀이가 펼쳐진다.
*맛집
마현마을의 터줏대감격인 황토마당(031-576-8087)은 강변마을의 작은 음식점에서 출발했으나 지금은 대규모 음식점으로 발전했다. 장어구이, 매운탕, 닭도리탕 등이 주메뉴로, 독특한 양념이 고유의 맛을 자랑하는 비결이다.
다산유적지에서 나와 300m쯤 가면 조안면 사무소가 나온다. 사무소 길 건너편에 위치한 기와집순두부집((031-576-9009)은 70년 이상된 한옥 기와집을 손질해 쓰고 있는, 옛 정취 물씬 나는 음식점이다. 양평과 여주, 남양주 등지에서 생산되는 토종콩과 강원도에서 구입한 100% 국산콩을 사용해 재래식 방법으로 만든 두부가 부드럽고 고소하다.
*가는 요령
서울 강변북로를 타고 구리·양평 방면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를 타고 달린다. 팔당대교 - 양수방면 3km 진행 - 능내역을 지나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우회전해 1.5km 들어가면 다산유적지 주차장에 이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