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 현대차가 향후 미국시장 공략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현대차는 미국에서 쏘나타, 싼타페 등 중형급 이상 차량 판매에 중점을 둬왔으나, 최근의 고유가 등으로 인해 미 소비자가 선호하는 차급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픽업트럭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지,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소형차 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해야 할 것인지가 현재 현대차가 당면한 고민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내 픽업트럭 수요는 2005년 323만대에서 2006년 290만대, 2007년 273만대로 줄었으며, 2012년까지 그 수요가 연간 250만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픽업트럭의 이 같은 감소는 고유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미국의 휘발유 소매가는 갤런당 평균 3.61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픽업트럭이 미 소비자들의 실용성 측면에서는 부합할지 모르나 경제성에서 점차 매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엔트리카와 콤팩트카를 포함한 소형차 부문은 2004년 238만대, 2005년 256만대, 2006년 275만대, 2007년 286만대 등으로 매년 10만대 이상 늘고 있고, 2013년 344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호응하듯 전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은 경제성을 내걸고 앞다퉈 미 시장에 소형차를 출시했거나 준비중이다. 다임러의 "스마트 포 투", 도요타의 "아이큐"(iQ), 폴크스바겐의 "업"(Up) 등이 그렇다.
하지만 현대차 입장에서 픽업트럭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연간 250만대의 시장이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될 경우 25%의 높은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작년초 한미 FTA 타결 직후 "당장 개발에 나서면 5,6년내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조사에 착수할 것" 등 본격 채비에 나설 것을 시사한 이유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미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출시가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고 했고, 현대차 고위 관계자도 "미국내 픽업트럽 판매가 엄청 줄고 있다. 픽업트럭은 연비가 좋지 않은 차량인데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풀었다. 특히 지난해초 당장이라도 픽업트럭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보였던 현대차는 아직까지 픽업트럭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방향이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개발쪽 설명이다. 대신 "소형차쪽을 눈여겨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이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에 베르나(미국명 액센트)와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를 수출중이다. 문제는 베르나와 아반떼의 증가세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르나의 경우 2005년 4만1천12대, 2006년 3만4천735대, 2007년 3만6천55대 팔려 4만대를 밑돌고 있으며 아반떼의 경우 11만6천336대, 2006년 9만8천853대, 2007년 8만5천724대로 하락중이다. 다만 올해들어 1-4월 각각 1만1천190대, 3만998대가 팔리며 작년 동기대비 각각 28.1%, 9.2% 증가하면서 미 소형차 수요증가에 맞춰 탄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현대차와 큰 가격차이가 없으면서도 공고한 입지를 구축한 도요타 야리스, 코롤라, 혼다 시빅 등의 아성을 어떻게 깨뜨리느냐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 소형차 시장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중대형차 판매 확대에 주력해왔으나, 소형차 수요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차 판매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소형차 구매력이 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동시에 i30 왜건을 올해말 미국에 내놓는 등 소형차 라인업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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