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수소차 하이드로젠7이 한국도로를 달렸다. 이 차는 판매모델이 아니다. BMW가 100대만 생산해 유럽 및 미국에 이어 아시아 투어를 통해 오피니언 리더들이나 일부 소비자의 시승으로 수소차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 온 수소차는 모두 5대였다.
BMW는 1978년부터 수소엔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1984년 직렬 6기통 3.5ℓ 엔진을 얹은 745i 터보를 선보였다. 또 1990년엔 735iL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수소차를, 이듬해엔 직렬 6기통 2.8ℓ 엔진의 728h를 각각 개발했다. 여기에다 경주용 수소차인 H2R에 이어 760i를 기반으로 한 하이드로젠7을 만들었다. 이 차가 일반 가솔린차와 어떻게 다른 지 알아보기 위해 타봤다.
▲수소차만을 위해 개발한 일부 디자인
하이드로젠7의 외관은 보디에 적힌 ‘클린 에너지’와 ‘파워드 바이 하이드로젠’이란 글씨가 없다면 760i와 흡사하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수소차만을 위한 디자인이 곳곳에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관에서 가솔린차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차 오른쪽 뒤편에 자리한 연료주입구다. 가솔린과 수소를 함께 사용하다보니 연료주입구 역시 2개다. 차의 앞부분엔 내연기관인 가솔린엔진이, 뒷부분엔 수소통이 실려 있다. 뒷문을 열면 다른 760보다 용량이 225ℓ가 줄어든 트렁크를 보게 된다. 트렁크벽을 살짝 들면 수소통이 보인다. 뒷범퍼 밑에는 ‘보일 오프 매니지먼트’라는 배출구 2개가 더해졌다. 연소된 수소를 물로 전환시켜 배출하는 장치다. 액화수소의 온도는 영하 253도. 만일 기온이 상승할 경우 액체가 기체로 바뀔 수 있다. 이 때 기화된 수소를 산소와 만나게 해 물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
외관을 살펴 보던 중 특이한 걸 발견했다. 차 뒷부분 위쪽에 작고 뾰족하게 솟아오른 게 있었다. 스포일러치고는 너무 작아서 기존 가솔린차에도 이 장치가 있느냐고 물었다. 독일에서 파견된 엔지니어가 “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액체수소를 기화시켜 배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엔 실내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계기판. 연료가 2개이니 연료계도 가솔린과 수소의 남은 상태를 알 수 있도록 2개로 표시된다. 또 스티어링 휠 오른쪽 아랫 부분에 달린 ‘H2’모드를 누르면 수소 모드로, 다시 한 번 누르면 가솔린 모드로 전환된다.
이 차는 뒷유리 부분이 기존 760보다 올라가 있다. 뒷부분에 실린 수소탱크 때문이다. 따라서 뒷좌석 공간도 좀 좁아졌다. 그러나 뒷좌석의 위치를 기존 7시리즈보다 25mm 정도 뒤쪽에 둬 레그룸의 손실을 최소화했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760보다는 좁지만 장거리에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했다.
이 밖에 가솔린차와 다른 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어 부분에 단 센서들이다. 언뜻 보면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인데, 이 센서들은 수소가 새는 지 여부를 감지한다. 센서는 엔진, 보조 시스템 캡슐, 수소탱크 주입구 등 수소관련 부품 5군데에 부착돼 있다. 온도 및 압력을 점검하는 센서도 별도로 부착돼 있다.
차체 무게는 수소통 때문에 일반 모델보다 250kg 정도 무겁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후방에 추가 부품을 장착, 하중을 잘 지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차체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P)의 사용 등을 통해 무게를 줄였다. 각종 편의장치는 기존 760의 것을 그대로 적용했다.
▲가솔린차 못지 않은 성능
하이드로젠7은 수소연료전지차가 아니라 수소엔진차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화학작용을 통해 발전을 일으킨 전기로 차를 움직인다. 수소엔진은 일반 내연기관과 함께 수소를 에너지로 쓴다. 이 차에는 760 가솔린 모델의 V12 6.0ℓ 엔진이 올라갔다. 그러나 액화수소와 함께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하다보니 최고출력이 260마력으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0→시속 100km 도달시간은 9.5초, 최고시속 230km의 성능을 보인다. 가솔린 모델인 760i의 경우 445마력 엔진으로 0→시속 100km 도달시간 5.6초다.
수소엔진에는 760i에 장착된 가솔린엔진을 기초로 밸브트로닉, 더블 배노스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직접분사를 통한 가솔린 공급방식과, 엔진 흡입 시스템에서 통합된 수소 공급 파이프를 도입해 듀얼 모드 드라이브 방식이 가능한 엔진을 개발한 것. 이 엔진의 핵심은 짧은 시간 안에 흡입공기 속으로 정확한 양의 수소가스를 주입해 적절한 양의 연료와 공기가 혼합될 수 있게 하는 흡입밸브 기술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가솔린차와는 조금 다른 소리가 들리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H2’ 모드로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응답성은 기존의 760보다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BMW 특유의 가속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소탱크 때문에 무거워진 차체도 가속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번에는 H2 모드를 끄고 가솔린 모드로 달려봤다. 수소에서 가솔린 모드로의 전환은 주행중에도 가능한데, 약간 무겁던 느낌이 가벼워진 걸 제외하고는 거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코너링이나 제동성능 역시 기존의 760 그대로였다. 아직 강한 성능을 보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수소와 가솔린의 중간 지점에서 엔진 세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어느 정도 기술이 개발돼 수소통의 크기가 조금 더 경량화, 소형화돼 무게를 줄이고 성능 자체가 좋아지면 파워나 주행성능 모두 개선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수소차 시판은?
하이드로젠7은 수소연료 7.8㎏으로 200㎞, 휘발유 74ℓ로 500㎞ 등 한 번 충전과 주유로 총 700㎞를 달릴 수 있다.
시승 당일 잠실 소마미술관에서 이동식 수소 충전소가 있는 경기도 이천 BMW물류센터까지 80여km를 주행한 뒤 수소를 충전했다. 운전석에 있는 연료주입 버튼을 누르면 수소주입구가 열린다. 일반 가솔린 주유관보다 3~4배 정도 두꺼운 장치를 연결하면 내부에서 연료가 주입된다. 단, 수소를 주유할 때는 반드시 차를 정지 상태에 두고 시동장치를 꺼야 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충전은 바로 중단된다. 충전시간은 7~8분 정도.
수소차의 장점 중 하나는 유해가스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수소는 가솔린, 디젤 연료와 달리 무색, 무취이고 공기보다 15배 이상 가벼워 공기중으로 쉽게 흩어진다. 하이드로젠7이 사용하는 극저온 액화수소가 연료탱크에서 유출돼도 외부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화돼 공기중으로 사라진다. 혹시 자동차사고로 수소통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미 BMW에서는 안전성 부분을 확인했다. 유럽 신차평가 프로그램 기준을 통과했으며, 수소를 가득 채운 탱크를 1,000도에서 70분간 노출시키는 등 각종 테스트를 거쳤다.
그렇다면 이 차는 언제쯤 소비자들이 살 수 있을까. BMW측은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수소충전소 등 제반 인프라가 갖춰지면 언제든 판매가능하다”고 말했다.
얼마든지 양산은 가능하지만 수소차 1대 당 생산비용이 수억 원 정도로 높은 데다, 아직 세계적으로 수소충전소는 손에 꼽을 정도란 얘기였다. BMW는 이번 한국 시승을 위해 이동식 충전소를 함께 들여와야 했을 정도다. 더구나 아직 kg당 8~9유로(독일 기준) 정도인 수소 연료의 가격도 지금 당장 수소차의 판매가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BMW는 본사 차원에서 월드투어를 기획, 수소차에 대해 알리고 제반 시설을 빨리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시승/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