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역전한 데에는 경유승용차 허용이 배경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경유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경유에 대한 세금이 불어나서다.
정부는 2004년 경유승용차의 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자동차업계 등은 유럽 내 경유승용차 판매가 대세인 점을 들어 경유승용차 판매허용에 대해 강력히 지지했다. 특히 유럽에 기반을 둔 일부 수입차업체들이 경유승용차 판매를 주장하자 정부는 통상마찰 방지를 위해 경유승용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허용키로 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환경부는 휘발유값 대비 57%에 불과한 경유를 사용하는 차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오염물질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경유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제2차 에너지세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경유가격을 올려 경유승용차의 수요확대에 약간의 제동을 건 셈이다. 환경부는 또 경유의 황함량을 낮추는 방안을 동시에 시행, 정유사의 탈황시설을 늘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5년 경유승용차의 부분판매가 허용되면서 경유가격은 휘발유 대비 75% 수준으로 인상됐다. 2006년에는 경유승용차 판매가 전면 허용되면서 경유가격이 휘발유 대비 85%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때부터 국제 원유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특히 경유의 산업수요가 늘면서 경유가격이 급등, 휘발유 대비 90%에 육박했다. 국민들의 원성이 뒤따랐고, 뒤늦게 85%로의 조절을 시도했지만 이미 늘린 유류세수를 맛본 정부로선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정유사와 주유소가 마진을 높인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세금 부분은 피해가려 했다.
최근들어 국제 경유가격이 또 다시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경유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자 정부는 다시 휘발유가격 대비 85% 수준의 경유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 인상으로 휘발유 및 경유의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세수도 감소하는 마당에 경유 세금 인하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게다가 공급가격 기준으로 경유가격이 휘발유를 뛰어넘은 상황에서 경유 세금 인하는 오히려 경유 수요를 늘려 유류 수입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유 세금을 인하할 때 발생하는 세수 부족분을 채워 넣을 마땅한 대체 세목이 없는 점도 정부가 세금 인하 반대를 고수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경유가격을 휘발유 대비 85% 수준에 맞추려면 ℓ당 150원 가까이 세금을 내려야 함을 감안할 때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세수 부족은 정부로서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휘발유 세금은 조금 올리고, 경유는 낮추는 쪽으로 조정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외국과 달리 정부의 세금정책으로 오랜 기간 휘발유보다 경유가격이 저렴했다"며 "이 같은 흐름을 국제유가 인상이 단번에 바꿔 놓고 있는데도 정부가 방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초 경유승용차의 오염물질 배출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최소화를 위해 경유가격을 올렸는데, 최근 환경부가 추진하는 이산화탄소 감축은 경유차가 훨씬 더 유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이미 경유의 황함량이 낮춰져 있고, 경유승용차의 배출가스도 유럽연합 기준에 부합하는 만큼 경유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할 근거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결국 현재의 국내 경유가격 인상은 정부가 이미 달콤하게 맛을 본 세수증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점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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