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가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해서 가벼운 주말 산행이나 가족 산행에 적합한 경기도 남양주의 운길산(610m). 남한강과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경관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운길산 계곡에 아주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주필거미박물관이 바로 그 곳.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유일한 박물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주필거미박물관은 말 그대로 거미에 관한 모든 걸 모아 놓았다. 살아있는 각종 거미와 곤충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이 곳은 그야말로 ‘박물관이 살아있다’다.
팔당댐 - 조안면 진중리 3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은 미로를 방불케 한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고, 진중전철역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빠져나가면 구불구불 산길이 하염없이 이어진다(단지 느낌일까).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꼼짝없이 비켜서서 기다려야 하므로, 아무쪼록 박물관이 나타날 때까지 앞에서 차가 나타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
거미박물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을 알리는 입간판. 알고 보니 이 생태수목원 안에 거미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아라크노피아(Arachnopia)는 직조기술이 뛰어난 거미를 뜻하는 ‘아라크네(Arachne)’와 ‘유토피아(Utopia)’를 합성해 만든 말로, ‘거미의 천국’이라는 뜻이다. 거미박물관을 건립한 거미박사 김주필 동국대 교수가 만든 말이다.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은 1985년 9월 한국거미연구소를 설립해 세계를 누비며 거미를 채집하고 연구하던 김교수가 상당량의 자료가 수집되자 이를 정리해 한자리에 모으면서 터를 닦았다. 이 후 이 곳에는 사육실, 생태체험관, 화석전시관, 광물전시관, 희귀식물관을 비롯해 생태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과 조각공원, 야생화정원, 연못 등이 갖춰지면서 거미, 곤충, 꽃과 나무가 무성한 생태천국으로 자리잡았다.
주필거미박물관에는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4,000여 종의 거미 표본과 문헌, 소품들이 전시됐다. 1층은 주로 거미 표본과 거미에 관련한 물건들이 있다. 2층에는 각종 화석과 광물질 200여 종을 비롯해 기타 귀중품들이 전시·소장됐다. 사육장에서는 살아있는 거미, 이구아나, 두꺼비, 도마뱀, 구렁이 등이 있다.
30여 년 넘는 세월동안 거미에 미쳐 살아왔다는 김 교수는 거미예찬론자다. 거미가 생태계를 보호하는 익충인 동시에 의학, 농업, 방탄복산업 등에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한 연구대상이라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소재는 다름 아닌 거미줄이라는 것. 이미 거미줄을 이용한 방탄복도 나왔고, 앞으로는 미사일도 막을 수 있는 최첨단 소재로 거미줄이 개발된다는 것.
그가 사재를 털어 거미박물관을 연 건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생생한 체험을 통해 기초과학인 생물학에 흥미를 가졌으면 하는 소망에서다. 그래서 이 곳에는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태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당일, 1박2일 코스는 예약해야 한다.
·문의:031-576-7908~9. 홈페이지 www.arachnopia.com
·이용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어른 6,000원, 중·고생 5,000원, 초등생 이하 4,000원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 휴관
*가는 요령
올림픽대로 - 미사리 조정경기장 - 팔당대교 건너 양평 방향으로 우회전해 달린다. 터널 구간(5개소)을 지나 조안 인터체인지에서 오른쪽 청평·조안면 방향으로 내려선다. 진중 3거리에서 청평·대성리 방향으로 직진, 약 400m 지점에서 좌회전해 3km쯤 가면 주필거미박물관이다.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탈 경우 퇴계원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우측 일동 방향으로 향한다. 진관 IC에서 우측 춘천 방향으로 접어들어 자동차 전용도로를 탄다. 전용도로 종점에서 양평방향 - 3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주필거미박물관이 보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