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현대차가 올해 진출 18주년을 맞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 승용차 시장은 2000년 들어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내수 시장 규모가 100만대 수준으로 회복된 뒤 2003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2003년 121만대, 2004년 142만대, 2005년 153만대, 2006년 191만대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던 러시아 승용차 시장은 작년 256만대가 판매돼 처음으로 200만대를 돌파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향후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시장 예측기관 글로벌 인사이트(Global Insight)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승용차 산업 수요는 301만대에 달해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 규모의 시장이 될 전망이다.
◇ 중소형 비중 절반 이상..수입 메이커 약진 = 러시아 승용차 시장을 차급별로 보면 중소형급이 가장 큰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B(소형), C(중소형) 세그먼트 시장은 작년 전체 승용차 판매 실적에서 60.4%를 차지할 만큼 중요도가 높다. SUV는 전체 판매의 15% 이상을 차지했는데 소득 증가와 함께 중산층 이상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러시아 승용차 시장은 수입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이 점차 개방되면서 가격 우위를 무기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던 러시아 토종 업체들은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해외 업체들에게 시장을 점차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체 승용차 판매 중 수입 브랜드 비율은 2003년 16.2%에 불과했으나 2006년 50.9%로 절반을 넘긴 이후 작년 62.3%를 기록하는 등 수입차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때 승용차 시장에서 대여섯 개의 러시아 토종 브랜드가 각축을 벌였으나 최근에는 러시아 제1의 완성차업체인 아브토바즈(AvtoVAZ)만이 "라다"라는 고유브랜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른 토종업체들은 대부분 자사브랜드를 포기하고, 해외업체들과의 기술제휴를 통한 CKD(반제품조립)방식의 생산업체로 명맥을 유지하거나 사업을 거의 포기한 상태이다. 갈수록 수입브랜드와 토종브랜드간 판매 격차가 심화되는 이유는 러시아 정부가 적절한 자국 자동차산업 육성정책을 제시하는데 실패했고 토종업체들이 신차 개발, 생산, 원가관리 등에서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수입브랜드 40여개 각축..투자 경쟁 가속 = 현재 러시아 시장에서는 총 40여 개의 수입 브랜드(현지 CKD 생산판매 포함)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작년 총 159만7천여대가 판매된 수입차 시장에서 포드가 17만5천793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으며, 현대차(14만7천843대), 도요타(14만5천478대), 시보레(14만2천805대), 닛산(11만6천498대)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4월말까지 시보레, 현대차, 포드, 도요타, 닛산 순으로 판매순위가 바뀌었다. 러시아 토종업체와 달리 해외 업체들은 소형부터 대형승용과 SUV, MPV 에 이르는 풀라인업 구축을 통해 날로 다양해지는 현지 소비자의 구매 성향에 적극 대응하면서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포드는 포커스를 중심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작년 9만대가 팔린 포커스는 C세그먼트에서 현대차의 엑센트 등과 직접 경쟁하는 모델로 러시아 최고의 인기 차종이다. 포드는 2002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완성차 공장에서 포커스를 생산 판매했는데, 현지 생산을 통한 재빠른 시장 선점과 1천400-2천500cc의 다양한 배기량 및 다양한 사양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포드는 올해 9월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 연산 2만5천대 규모로 중형 몬데오 모델을 추가로 투입하고, 기존 포커스 생산도 현재 7만5천대에서 2010년 10만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도요타도 작년 12월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완성차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도요타는 연산 2만대 규모의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2년 안에 5만대로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제2공장을 추가해 러시아 내에서 총 연산 30만대 규모의 시설을 갖출 방침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중형 캠리 모델을 생산하고 있으며, 소형모델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시보레는 올해 들어 포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는데, 라노스, 아베오, 라세티 등 B, C세그먼트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판매 실적 6만5천751대 중 이들 세 차종이 5만6천259대를 차지할 정도로 소형차 중심의 판매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보레는 모기업 GM의 러시아 및 CIS(독립국가연합)지역 공략 계획에 따라 2010년 연간 80만대 판매체제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닛산 역시 2009년 초 가동을 목표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연 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중이며 티아나, X-트레일을 생산할 계획이다.
유럽업체 중에서는 르노가 작년 10만1천166대를 판매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는데 모스크바 공장에서 생산 중인 로간(4만9천323대)을 비롯해 심볼 등 B세그먼트에서만 5만5천대 이상 판매했다. 르노는 특히 러시아 최대 완성차 업체인 아브토바즈의 지분 25%를 사들이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러시아 승용차 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가는 연산 15만대 규모의 칼루가 공장에서 중형 제타와 차세대 소형차를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0년 20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외에도 미쓰비시는 최근 2011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PSA가 2010년 연산 15만대, 스즈키는 2010년 연산 2만6천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메이커들의 러시아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작년 한해 해외 자동차업체의 대 러시아 투자액은 약 18억 달러에 달했으며, 그 결과 오는 2011년에는 해외 업체의 생산능력이 1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건설 수요로 중대형 상용차 판매 늘어 = 중대형 트럭과 버스를 포함하는 러시아 상용차시장은 2006년 12만6천대, 2007년 16만8천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15% 증가한 19만7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대형트럭은 작년에 전년 대비 40% 증가한 14만5천대가 판매됐고 올해는 작년에 비해 16% 늘어난 16만9천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 상용차 시장의 성장세는 연 6~7%의 GDP 성장에 따른 정부의 사회간접 자본 투자 확대 및 최근 고유가로 인한 오일머니 유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상용차시장은 트럭, 버스 모두 토종 메이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대 업체는 GAZ로 중형트럭과 버스를 주로 판매하며, 그룹 산하에 PAZ, KavZ 등의 버스메이커들을 두고 있어 러시아 트럭, 버스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대형트럭 시장은 KamAZ가 대표업체로서 수입 브랜드 보다 40-50% 가량 낮은 가격에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차, 이스즈, 이베코 등 수입 브랜드들은 현지업체와의 CKD 조립이나 합작투자를 전개하고 있으며 스카니아, 볼보, 히노 등은 단독투자를 추진중이다.
bumsoo@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