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기업에 다니는 김철수(가명, 42) 씨는 수입차를 사기로 마음먹고 희망차종 목록에 맞는 각 수입사별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가 갖고 있는 예산은 5,000만 원 정도로, 세금 등을 포함해 현찰로 차를 구입하고 싶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동차의 성능, 디자인, 내구성 등과 함께 연비였다. 가뜩이나 기름값이 치솟는 데다 용인 신도시가 집인 김 씨로서는 장거리 출퇴근을 위해 연비가 필수 고려대상이었다. 그런데 수입사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소개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준비한 예산으로 살 수 있는 포드 몬데오나 토러스에서부터 크라이슬러 세브링, 폭스바겐 파사트, 푸조 407은 물론 조금 욕심을 내 인피니티 G35 세단까지 필요한 정보를 알기 위해 일일이 수입사별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이 가운데 일부 수입사는 각 차종별 디자인에서부터 성능, 기술력에 대한 자랑은 잔뜩 늘어놨으나 정작 연비에 대한 부분은 ‘미정’이라고 적어놓거나, 아예 연비에 대한 내용이 없기도 했다. 결국 그는 고민하다가 연비가 ℓ당 15.7km인 폭스바겐 골프 TDI를 샀다.
본지는 김 씨의 제보를 받고 각 수입차업체의 홈페이지를 방문, 연비를 기록하지 않은 곳이 있는 지 확인했다. 대부분의 업체는 홈페이지 모델소개 코너의 제원표에서 연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드 및 링컨(www.ford-korea.com), 인피니티(www.infiniti.co.kr) 등은 모델의 제원표에 연비를 표시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에너지관리공단 수송홈페이지(http://bpm.kemco.or.kr/transport)에 가면 정보를 알 수 있다.
본지는 공단의 자료를 분석해 각 차종별 공인연비를 조사, 수입차 중 베스트 및 워스트 연비 모델들을 확인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베스트 연비 1위-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 가운데 연비가 가장 좋은 차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로 23.2km/ℓ였다. 이후 2~10위는 폭스바겐 디젤차가 5종, 푸조 디젤차가 4종이 독차지했다. 최근 폭스바겐과 푸조의 판매가 급신장한 것도 고유가시대에 걸맞는 친환경 고연비 모델 라인업을 갖춘 것과 무관하자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위는 푸조 407 2.0 HDi(17.4km/ℓ), 3위는 폭스바겐 골프 2.0 TDI(15.7km/ℓ)였다. 4~6위는 모두 푸조차로 뉴 307SW HDi(14.4km/ℓ), 뉴 307 HDi(14.4km/ℓ), 푸조 407 2.0 HDi(14.3km/ℓ)였다. 그 뒤를 폭스바겐 제타 2.0 TDI(14.0km/ℓ), 파사트 바리안트 2.0 TDI(13.9km/ℓ), 파사트 2.0 TDI 스포츠(13.9km/ℓ), 파사트 2.0 TDI 프리미엄(13.7km/ℓ)가 이었다. (이 자료는 배기량 및 모델 종류 구분없는 단순 비교)
▲워스트 연비 1위-벤틀리 아니지 RL
저연비 상위권은 아무래도 4,000~6,000cc급 대형 세단 또는 스포츠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차들은 대부분 부나 권위의 상징 또는 주행성능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판매되는 300종 가까운 수입차 중 가장 연비가 나쁜 차는 벤틀리 아니지 RL(4.7km/ℓ)이었다. 또 벤틀리 컨티넨털 GT 스피드(4.8km/ℓ)도 저연비차 2위에 올랐다. 다음으로는 롤스로이스 팬텀(5.0km/ℓ), 포르쉐 카레라 GT(5.1km/ℓ), 페라리 F430 스파이더(5.2km/ℓ), 벤츠 ML63 AMG(5.2km/ℓ), 페라리 599GTB 피오라노(5.2km/ℓ), 마이바흐 57S(5.2km/ℓ), 마이바흐 62S(5.2km/ℓ), 벤틀리 컨티넨털 플라잉스퍼 6.0(5.3km/ℓ) 순이었다.
▲배기량별 베스트 연비 톱10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살 때 고려대상에 넣을 만한 고연비차로는 어떤 게 있을까? 배기량대별로 알아봤다. 단, 이 목록은 모델 종류와는 상관이 없다.
각 배기량별 1위 차는 1,000cc대의 경우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23.2km/ℓ), 2,000cc대는 볼보 S80 D5(13.0km/ℓ), 3,000cc대는 렉서스 RX400h(12.9km/ℓ), 4,000cc대는 아우디 A8 4.2 TDI 콰트로(10.2km/ℓ), 5,000cc대는 벤츠 SL500(7.7km/ℓ)이 각각 차지했다. 6,000cc대는 국내 판매모델이 10종 미만이어서 순위에 넣지 않았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