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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 모양의 석탄박물관. |
연탄에 대해, 그 것도 이 오뉴월에 뜬금없이 무슨 연탄 얘기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최근 지속되는 고유가 현상으로 연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30~40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연탄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그 이름조차 낯설고 생소한 게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연탄이 뭐예요?”, “어떻게 생겼어요?”라는 되물음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새끼 끝에 매달아 오던 시커먼 19공탄 두 장이 인생을 따뜻하게 만들어줬다는 개똥철학을 요즘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자. 구구절절 얘기한들 가스보일러에 길들여진 그들에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아득한 전설같은 이야기일 뿐. 백문이 불여일견. 이 곳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있는 석탄박물관에 가면 그 시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전설이 아니라 엄마 아빠 어린 시절의 현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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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을 찍어내는 모습. |
석탄산업은 우리나라 근대사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이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 국민생활에 밀접한 연료공급원이자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석탄은 우리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가스와 석유의 공급으로 그 수요가 크게 줄면서 한 때 호황을 누렸던 광산업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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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집게. |
국내 제2의 탄전이었던 문경시는 이에 폐광된 은성광업소 자리에 석탄박물관을 건립했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석탄의 역할과 그 역사적 사실을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전시, 역사적 교육의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석탄관련 유물들을 비롯해 석탄산업, 생활사 등 전반적인 내용을 볼 수 있다.
석탄박물관의 외관은 연탄 모양으로 지어졌다. 건물의 중앙전시실은 석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돕는 공간으로, 석탄의 기원과 광물/ 화석, 석탄의 이해, 석탄산업과 생활상 등을 담고 있다. 한 때 영화를 누렸던 광부들의 생활상은, 1981년 10월 당시 광부와 문경시청 공무원의 월급봉투를 비교 전시한 코너에서 잘 알 수 있다. 당시 공무원의 월급 수령액이 11만9,546원이었던 반면 광부의 월급 수령액은 25만9,529원이었다. 광부 월급이 공무원보다 높은 데다 일은 하루 3교대로 8시간씩 했기 때문에 탄광이 잘 돌아가던 시절에는 농민들도 탄광일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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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갱도. |
그러나 야외전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세워진 진폐순직자위령비와 사당을 마주하면 그 일이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인공으로 공기를 만들어주는 공기압축기, 갱내에서 사람을 태워 다니던 인차, 석탄을 실어 나르던 광차 등 광산장비들도 전시돼 있다. 1970년 건축된 사택을 모델로 한 광원사택전시관은 광부 가족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1동에 4가구가 살았는데, 2가구를 복원하고 나머지는 은성탄광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패널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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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연탄. |
박물관 바로 옆에는 실제 석탄을 캐던 갱도를 재현해 놓았다. 폐광 직전까지 사용한 갱 안에 조성된 230m의 체험로에는 갱내 사무실, 갱내 구호활동, 갱내 점심식사, 가스 안전검사 및 출갱모습 등 과거 갱내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문경석탄박물관 054-550-6424
*주변 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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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전시장. |
석탄박물관 바로 옆에 가은오픈세트장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SBS 드라마 <연개소문> 촬영세트장으로 건립됐는데 현재 <대왕 세종>과 <일지매> 등이 촬영되고 있다. 가은오픈세트장은 모두 3개 구역으로 나눠지는데, 산 언덕의 제1세트장은 고구려궁과 고구려 마을, 평양성, 신라궁과 신라마을이 만들어졌고, 산 아래의 제2, 3세트장은 안시성과 요동성이 꾸며졌다.
매표소에서부터 제1세트장까지 330m 구간에 설치된 모노레일카를 타면 석탄박물관 전경은 물론 멀리 문경의 명산인 대야산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모노레일카에서 내리면 바로 고구려궁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지었다는 궁은 플라스틱ㆍ합판 등을 이용한 간이건물이 아니라 진짜 기와와 돌계단 등을 사용해 지은 세트장이다. 제1세트장에서 흙길을 따라 내려가면 제2, 3 세트장이 나온다. 안시성 앞에는 성 안으로 돌을 날려 보내는 투석기와, 성루 높이만큼 커다란 나무타워가 있다. 성 안에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들어서 있다. 요동성 안에는 초가집과 관아, 약초와 술을 파는 장터가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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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탄열차. |
아이들에게 옛 선조들의 숨결과 고구려의 역사를 일부나마 보여주고 싶다면 가은오픈세트장으로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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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영강의 물줄기. |
*별미
문경의 특산품인 호산춘을 비롯해 약돌돼지, 묵조밥, 민물매운탕과 메기매운탕 등이 유명하다. 호산춘은 황희 정승의 증손인 황정이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 집성촌을 이뤄 살면서부터 황정을 입향조로 하는 장수 황 씨 사정공파 종택에서 전승돼 온 가양주다. 솔향이 그윽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약돌돼지는 게르마늄과 셀레늄 등을 함유한 거정석(약돌) 분말을 첨가한 사료로 사육한 돼지다. 쫄깃쫄깃한 육질과 더불어 누린내가 없는 게 특징이다. 경북 8경 중 제1경으로 꼽힐 정도로 경관이 빼어난 진남교반 주변에 자리한 민물매운탕과 메기매운탕집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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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긴 석탄철로를 이용했다. |
* 가는 요령
경부·중부고속도로 - 호법분기점 - 영동고속도로(강릉 방향) - 여주분기점 - 중부내륙고속도로(충주 방향) - 문경새재IC - 3번국도(점촌·안동·상주 방향) - 901번 지방도(가은 방향) - 문경석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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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은드라마세트장.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