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티뷰론이 급발진사고를 일으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고는 운전자가 급발진 순간에 시동을 껐음에도 차가 움직인 것이어서 원인 규명에 메이커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자동차경매장에선 96년식 티뷰론 자동변속기차종에서 급발진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티뷰론을 운전한 곽모 씨는 "시동이 걸린 채 서 있던 티뷰론을 빼기 위해 시프트레버를 후진(R)에 놓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뒤로 튀어나갔다"며 "즉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으나 전혀 작동되지 않아 시동 키를 돌려 엔진 작동을 정지시키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후방에 주차된 차를 들이받은 후 멈춰서자 엔진이 꺼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홍모 씨는 "엄청난 굉음이 차에서 났다"며 "매우 황당했다"고 말했다.
사고차 운전자 곽 씨는 "현장에 현대자동차 정비서비스가 출동해 시동을 걸어 차를 빼려고 했으나 걸리지 않았다"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배터리쪽에 손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에 현대차에 근무했던 사람의 말로는 급발진이 일어났던 차는 급발진 직후 시동이 꺼지면 재시동이 걸리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며 "그러나 메이커는 운전자 오조작으로 몰아붙여 답답할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발진은 현재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실제 조사해보면 대부분이 운전자 오조작으로 결론난다"며 "이번 사고도 운전자 과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곽 씨는 "운전만 20년 이상 했는데, 굉음이 울리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 어떤 누구라도 그 같은 경험을 하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급발진사고는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100여 건 이상 신고됐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메이커가 변속기의 오작동 방지를 위한 시프트록을 적용, 오조작은 감소했으나 사고는 끊이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급발진에 대해 법원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법원은 지난해 급발진으로 6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무죄 선고 배경에 대해 "가해차 속도와 질주하는 힘, 목격자의 진술, 폐쇄회로 TV에 찍힌 진행모습, 피고인의 운전경력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운전자는 주차하던 중 갑자기 시속 50∼100㎞로 좁은 일방통행로 160m를 역주행, 행인과 다른 자동차를 들이받아 사상자 6명을 낸 뒤 기소됐다. 그러나 사고가 촬영된 폐쇄회로에는 급발진을 막기 위해 운전자가 변속기 레버를 후진에 위치시켰음이 드러나 법원은 "분명 후진등이 들어와 있었지만 앞으로 주행한 뒤 사고가 났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원인은 모르지만 분명 급발진이란 실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급발진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재현이 어려워서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사고와 비슷하거나 동일한 급발진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메이커가 적극 나서야 하지만 오히려 이미지 하락 등을 이유로 소비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제조사와 정부, 소비자들이 함께 원인을 규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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