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선보인 로체 이노베이션이 국내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형제기업인 현대자동차 쏘나타부터 넘어서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최근 기아가 제주도에서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 등과 비교시승을 진행한 데서 비롯됐다.
기아는 일본차와의 비교시승에 대해 로체가 상품성면에서 일본차보다 한 수 위라는 점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로체 이노베이션이 어코드와 캠리에 비해 편의품목 등은 더 많지만 가격면에서 더 싸다는 얘기다. 기아는 일본차와 직접적인 비교를 통해 로체 이노베이션의 상품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를 삼으려 했던 셈이다.
그러나 비교시승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비교대상차종으로 쏘나타가 빠져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는 로체의 경쟁차종이 쏘나타, 토스카, SM5 등인데도 기아가 엉뚱한 차들을 비교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 이 관계자는 "국내 중형 세단시장에서 로체가 넘어야 할 산은 일본차가 아니라 쏘나타"라며 "과연 로체 이노베이션과 어코드, 캠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말로 이번 비교시승의 효과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쏘나타와 로체를 비교시승하는 건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로체의 상품성을 놓고 볼 때 일본차와 경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비교시승을 기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아로선 로체 이노베이션을 띄우기 위해 비교시승이란 칼을 뽑았으나 쏘나타를 건드릴 경우 가뜩이나 브랜드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는 것. 즉 쏘나타의 벽을 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어서 차라리 일본차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비교가 오히려 일본차의 제품력만 부각시킨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전에도 현대가 제네시스와 BMW, 벤츠를 직접 비교한 후 참가자들이 BMW의 역동성과 벤츠의 안정감만 확인했다고 평가한 적이 있어서다. 또 i30와 폭스바겐 골프의 비교에선 골프의 우수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따라서 로체 이노베이션과 일본차의 비교시승은 오히려 로체 이노베이션 판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의 판매 1위인 쏘나타가 국내에 경쟁자가 없어 일본차를 겨냥한 것과, 로체의 일본차 지목은 차원이 다르다"며 "게다가 일본의 경우 주력차종이 2.4가 아니라 차체를 키우며 3.5로 넘어간 상황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교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로체의 국내 주력차종은 2,000cc급"이라며 "일본차와의 비교를 위해 2,400cc급을 강조할 필요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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