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만만찮고 힘들 때면 “절로 가고 싶다”고들, 농담처럼 하소연할 때가 있다. 말은 쉽게 하지만 사실 아무나 절로 가 스님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에서의 생활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체험할 수 있다. 템플 스테이(temple stay)는 자연환경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며 마음의 휴식과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일이다. 아침예불 종소리를 들으며 깨어나 맑은 음식으로 공양을 하고 단정히 앉아 마음을 비우는 참선을 통해 마음의 풍요로움을 되찾고자 한다.
서울 근교에 있는 천년고찰 흥국사에서는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부터 주말 템플 스테이를 열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에 위치하고 있지만 서울 은평구 구파발에서 10여분 거리인 흥국사는 인근의 사람들이 공원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 찾는 산사다.
작은 규모와 달리 흥국사의 창건연대는 천년세월도 훌쩍 넘어 선다. 신라 661년 (신라 문무왕 원년)에 당대 최고의 고승이었던 원효대사가 북한산 원효암에서 수행하던 중이었다. 북서쪽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산을 내려와 지금의 흥국사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이곳에서 석조 약사여래 부처님을 발견한 원효대사는 인연도량이라 생각하여 본전에 약사여래상을 모시고 ‘상서로운 빛이 일어난 곳이라 앞으로 많은 성인들이 배출될 것이다’ 하며 절 이름을 흥성암(興聖庵)이라 하고 오늘의 흥국사를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그 이후 사찰의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자세한 자취는 알 수 없으나 서기 1686년(조선 숙종 12년)에 중창한 사실과 영조시대에 크게 발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영조46년인 1770년, 생모 숙빈 최씨의 묘원인 소녕원에 행차했던 영조 임금이 많은 눈을 만나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는데 그때 ‘조래유심희(朝來有心喜 : 아침이 돌아오니 마음이 기쁘구나) /척설험풍징 (尺雪驗豊徵 : 눈이 한자나 쌓였느니 풍년이들 징조로다)’라는 싯구(詩句)를 편액(扁額)으로 만들어 하사했고, 약사전을 중창했으며 이후 왕실의 원찰이 되어 왕실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했다고 한다.
현재는 본전인 약사전을 비롯해 나한전, 명부전, 삼성각, 미타전, 요사채 등이 경내에 있다. 약사전에는 정조 16년(1792)에 제작된 약사전후불탱화(藥師殿後彿撑畵)가 걸려있다. 또 미타전 안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극락구품도가 있는데 아미타여래좌상 후불탱화로, 화법이 뛰어난 19세기 후반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당시 흔치 않은 불화라는 점과 수준 높은 화풍을 구사한 점, 일반 산수 회화 연구의 보조 자료로서의 가치와 사보 연구에 중요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범종각은 종무소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원래는 절의 동남쪽 모서리에 있었으나 새로 종무소를 신축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가는 요령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구파발 삼거리에서 은평뉴타운 공사현장을 끼고 들어간다. 일영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흥국사 북한산 길을 따라 3km 남짓 가면 왼쪽으로 흥국사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다리를 건너 숲길을 따라 쭈욱 들어가면 흥국사 일주문과 주차장이 이어진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