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여기저기서 자동차관련 행사가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특히 마땅한 관광객 유치가 어려운 지방자치단체들은 자동차와 연계한 행사를 통해 어떻게든 지역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자동차를 만만히 보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보거나 시민들의 혈세만 낭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2008 자동차 마니아 페스티벌"은 주최측의 미흡한 준비상황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도로에서 바이크 2대가 묘기를 부리다 인도를 덮쳐 구경하던 시민이 큰 부상을 입었다. 사고처리도 미숙해 무려 7분이 지나서야 구급차가 도착했다. 자동차관련 행사에 구급차 하나 준비하지 않았던 셈이다.
오는 9월 개최될 군산 자동차엑스포는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 박람회로 꼽히고 있다. 이미 서울과 부산에서 대규모 모터쇼가 열린다는 점에서 군산의 자동차엑스포는 주목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참가업체도 미미해 볼거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산 자동차엑스포 관계자는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 4곳과 수입차업체 8곳이 참가의사를 표시했다"는 말로 자동차엑스포 규모를 자랑하지만 실제 참가업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방도시들이 자동차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행사를 성공시키는 능력이다. 군산 자동차엑스포만 하더라도 모터쇼가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니 전북에서도 열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게다가 군산에 GM대우자동차 공장이 있다는 점을 이 행사의 배경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GM대우조차 군산 자동차엑스포의 참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부산모터쇼도 참가 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는데, 군산 자동차엑스포가 눈에 들어 오겠느냐"며 "군산 자동차엑스포를 밀어붙이는 조직위원회를 보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군산의 특성을 살리는 자동차엑스포가 돼야 하는데, 무조건 서울이나 부산을 쫓아 대규모 완성차박람회를 펼치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신차시장 규모가 120만대에 불과한 국내에서 모터쇼의 추가 개최는 허공에 돈을 뿌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완성차박람회의 위상을 갖추기보다는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사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매년 20억원에 가까운 시민들의 혈세는 자치단체장의 단순한 홍보비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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