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라이어의 로체, 변신의 폭은?

입력 2008년07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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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로체 이노베이션은 변화를 무기로 한 차다. 특히 피터 슈라이어의 손길이 닿았다는 데 변화의 핵심이 맞춰져 있다. 이런 이유로 기아 내부에서도 로체는 두 가지가 있다고들 말한다. 슈라이어의 로체(로체 이노베이션)와 그렇지 않은 로체(구형 로체)다.

로체가 ‘이노베이션’이라는 차명을 달고 나오려면 무엇보다 내·외관의 변화가 뚜렷해야 했다. 눈높이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앞뒤 램프 변경 따위의 잔재주는 이제 통하지 않아서다. 그래서일까. 로체 이노베이션은 앞뒤뿐 아니라 실내도 대폭 바뀌었다. 기아가 내세우는 ‘디자인 기아’를 위해 슈라이어 부사장의 입김을 최대한 반영한 셈이다.

▲스타일
변화의 시작은 앞모양이다. 날카로운 직선으로 이뤄진 앞모양은 공격적이다. 슈라이어는 이를 두고 호랑이 얼굴에 비유했다. 그 것도 호랑이가 입을 크게 벌린 모양이라고 강조했다. 구형과 달리 라디에이터 그릴은 위아래 폭이 좁아지는 대신 가로로 길어졌다. 헤드 램프도 사각형으로 다듬어졌다. 라운드가 일부 가미돼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구형 로체의 지적이 더 이상 이노베이션에선 통하지 않는다.

옆모양은 큰 변화가 없다.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바꾸지 않는, 부분변경차종이란 점에서 옆모양마저 달라지기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뒷모양도 변했다. 가만히 보면 구형 로체의 리어 램프 형상은 그대로 두고 LED 적용이란 기능적인 변화로 색다름을 연출했다. 좌우로 넓어 보이는 앞모양과 잘 어울린다. 누가 봐도 기아차임을 알 수 있게 만들겠다는 슈라이어 부사장의 설명대로라면 앞으로 기아 램프 디자인의 방향은 가로형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계기판이다. 전반적인 느낌은 모하비와 비슷하다. 레드와 화이트가 적절히 배합된 조명도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다이내믹 시프트’로 일컬어지는 패들 시프트는 스티어링 휠 뒤에 달려 있으나 사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장치다. 움직임의 역동성을 강조키 위해 패들 시프트를 적용했으나 과연 이 기능을 사용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 생각하면 사족(蛇足)에 가깝다. 특히 2.0ℓ 엔진이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밖에 실내에서의 변화는 크게 없다. 센터페시아가 조금 변했지만 구형과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 성능
로체 이노베이션에는 쏘나타와 같은 163마력의 2.0ℓ 쎄타 엔진이 올라갔다. 변속기는 자동 4단이다. ‘역동성’이란 단어로 이노베이션의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는 기아로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역동성을 느끼기에 2.0ℓ 엔진은 부족하다. 가속 페달의 응답성은 빠르지만 기대만큼 치고 나가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역동성’이란 컨셉트를 내세우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그저 2,000㏄급 중형 세단으로 보면 무난하다.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핸들링이다. 유럽차와 같은 송곳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핸들링에 따라 차의 움직임이 곧바로 반응하는 건 매우 인상적이다. 그 만큼 승차감도 단단하다. 적어도 이노베이션의 역동성이란 ‘스타일링과 핸들링’에 몰려 있는 듯하다. 따라서 성능면에서 조금 부족한 역동성을 원한다면 2,400㏄급이 어울릴 것 같다. 물론 자동차세 등에서 불리한 면은 감수해야 한다.

▲ 경제성
이노베이션은 1,894만원에서 2,350만원이다(2.0 AT 기준). 물론 액면가다. 요즘 액면가 그대로 주고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감안하면 가격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도 이 차의 경제성을 돋보이게 해준다. 주행중 녹색불이 들어오도록 운전하면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일종의 운전습관 교정기다. 운전습관이 나쁜 사람도 연료사용량을 표시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 쉽게 보면 주행중 녹색불이 들어오도록 운전하는 습관이 저절로 길러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ℓ당 주행거리는 11.5㎞(2.0 AT 기준)에 달한다(택시로 많이 쓰이는 로체 LPG는 ℓ당 9.1㎞). 구형에 비하면 5.5% 향상된 숫자다. 경쟁차에 비해 월등한 건 아니지만 에코 드라이빙 기능을 강조하는 만큼 효율은 최대한 높인 셈이다.

기아는 로체 이노베이션을 내놓으며 현대 쏘나타와의 차별화에 주력한 듯하다. 기아 관계자는 “쏘나타와 기본설계가 같기에 내·외관과 기능면에서 달리 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많은 변화를 줘도 국내에선 "쏘나타 동생"이란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위해 슈라이어가 입김을 불어 넣었고, 기아는 몇 가지 기능(슈퍼비전 클러스터, 내외관, 패들 시프트,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으로 쏘나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형(쏘나타)을 넘는 동생(이노베이션)이 될 지 궁금하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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