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짝퉁부품의 유통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짝퉁부품의 원산지로 알려진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차 부품 중 절반 이상이 가짜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가 사설회사를 통해 제조현장 적발에 나서고 있으나 점점 더 교묘해지는 짝퉁부품의 제조 및 유통에 대해선 두 손을 든 상황이다.
▲유통현황
올 상반기에 국내외에서 적발된 짝퉁부품은 66만여 개 35억원어치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전체의 30만여 개 155억원에 비해 금액은 크게 줄었으나 그 숫자는 급격히 늘었다. 업계에선 단속되지 않은 부품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해외 완성차업계 추산에 따르면 적발되지 않는 짝퉁부품 규모는 통상 적발규모의 약 5~6배에 달한다.
국산차용 짝퉁부품의 원산지는 주로 중국이다. 기자가 직접 찾은 중국 내 자동차부품 유통단지에선 손쉽게 이런 부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확인을 위해 한국 부품을 판다는 가게에 들러 오일필터를 구입했다. 제품의 포장지에는 국내 부품업체의 검사필증과 순정품이라는 용어가 선명히 인쇄돼 있다. 그러나 내용물을 꺼내보니 조악한 인쇄상태와 잘못된 한글 등 오류 투성이다. 금세 알아 차릴 수 있었으나 중국 소비자 입장에선 구분이 어렵다는 게 현지 부품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짝퉁부품은 비단 오일필터 등 소모품류에 그치지 않는다. 에어백처럼 기술이 복잡한 제품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가짜부품으로만 만든 엔진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국내 유통경로
중국에서 제조된 짝퉁부품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에 상륙한다. 국내 수입업자들이 대규모로 들여와 유통시키는 게 일반적이지만 짝퉁부품을 단속하는 관세청 등 관계기관의 노력으로 정상적인 경로로 국내에 수입하는 건 사실상 쉽지 않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는 짝퉁부품은 대부분 밀수품처럼 들여온다는 게 부품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국내로 반입된 짝퉁부품은 싼 값을 앞세워 주로 소규모 경정비업체들에 공급된다. 워낙 정교한 짝퉁부품이 많아 정비업체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유통업자가 제3의 경로로 진품을 입수했다면 믿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 장착한 부품이 가짜인 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대책
짝퉁부품으로 인한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타이밍 벨트의 경우 진품에는 방탄조끼 원료인 아라미드 섬유가 촘촘히 박혀 있어 큰 충격을 받아도 조금씩 늘어날 뿐이다. 반면 가짜부품은 아라미드 섬유가 없거나, 조금만 들어 있어 쉽게 끊어진다. 실제 최근 자유로를 달리던 차의 타이밍 벨트가 끊어지는 바람에 시동이 꺼져 사고위험에 처한 운전자가 나오기도 했다. 마찰재의 성분과 혼합비율에서 기술력을 알 수 있는 브레이크 패드는 가짜부품의 경우 작은 힘에도 엿가락처럼 휘어져 제동능력을 상실한다. 차체와 바퀴를 이어주는 짝퉁 휠 볼트가 부러져 바퀴가 이탈하는 일도 있었다. 모두 운전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짝퉁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이 짝퉁부품을 직접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에 따르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게 부품이 들어 있던 상자나 포장지다. 인쇄상태가 조악하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부품에 부착된 검사필증도 검사해야 한다. 부품제조사는 위조가 불가능한 검사필증을 만들어 제품에 붙이고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변하는 검사필증이 대표적이다. 또 부품 몸체에 완성차회사의 로고가 타각돼 있는 지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일일이 부품을 체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짝퉁부품의 폐해
짝퉁부품은 한국차의 전반적인 이미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에 장착된 짝퉁부품이 사고를 유발하지 않더라도 자동차 성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엔진과 관계된 소모품인 필터류의 경우 연료의 이물질을 걸러내는 연료필터와 공기를 정화하는 에어필터 그리고 엔진오일의 이물질을 걸러주는 오일필터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엔진 성능에 문제가 생겨 잔고장이 자주 발생한다. 결국 짝퉁부품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완성차업체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제조된 가짜부품이 한국에 수입돼 포장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뀌어 중동이나 미국 등지로 팔려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짜부품을 진짜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한국을 경유지로 활용하는 사례다.
상하이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상하이폭스바겐과 GM 등도 가짜부품과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며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부품업체와 완성차회사가 어떻게든 가짜부품의 제조 및 유통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짝퉁부품 제조와 유통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척결의지는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 이 역시 중국 내 일자리 창출에 한 몫하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는 중국산 부품 유통 보장
이런 가운데 한국은 최근 일부 부품의 수입·유통을 법적으로 보장키로 했다. 많이 쓰는 부품 10개를 정해 판매업체가 자기인증 후 판매토록 한 것. 정부 입장에선 부품공급 경쟁을 유도해 부품값 하락을 이끌겠다는 의도이지만 짝퉁부품의 유통을 오히려 법적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부품을 여러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해당 부품으로 인해 사고가 났을 때 부품 판매업체가 사라지면 보상받을 길이 전혀 없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짜부품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무엇보다 소비자 주의가 필요한 만큼 부품을 사거나 정비했을 때 정비내역서를 반드시 챙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능적으로 몰래 반입되는 짝퉁부품의 유통을 근절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상하이=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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