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중소업체 밀어내지 말아야

입력 2008년08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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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상용화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차업체의 요청에 따라 정부가 안전기준 등의 제도를 마련했으나 이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곳은 거대 자동차회사뿐이다.

며칠 전 만난 전기차업체 관계자는 이를 두고 "대책없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가 저탄소 국가성장을 선언했음에도 전기차관련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자동차 안전기준을 제시하며 중소 전기차업체의 시장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자동차 안전기준을 통과하려면 당초 39개 항목만 충족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무려 119개에 달하는 항목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어이없어했다.

119개 항목의 기준을 통과하려면 현행 내연기관 자동차에 사용하는 섀시가 필수다. 따라서 완성차업체가 섀시를 공급해줘야 차를 만들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완성차회사 입장에선 자칫하면 중소업체의 전기차가 자기네 경차의 경쟁차종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소업체가 직접 섀시를 만들기란 더욱 어렵다. 결국 해외에서 섀시를 들여와 국내 기술로 만든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부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책은 오히려 "퇴보"라는 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다.

중소 전기차업체들이 주목하는 완성차의 섀시 공급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경우 배터리 기술이 부족하지만 버스도 전기차로 만들고 있어 전기차의 기본 기술에 대해선 기초가 튼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만든 전기차를 프랑스와 스위스 등으로 수출하는 마당에 정작 한국 내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 중국 섀시를 들여온다는 게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전기차업계는 안전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준하는 것보다 시속 80km 이하로 운행되는 시티카의 개념을 전기차에 도입해야 한다는 것. 4년동안 끈질기에 전기차 상용화를 문의하고,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사정했음에도 한 번의 답변도 없던 국토해양부지만 청와대의 정책목표가 발표된 만큼 태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토해양부도 청와대의 주문에 따르기는 했다. 전기차의 안전기준을 마련한 것. 하지만 중소 전기차업체 중 안전기준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결국 "대기업 봐주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서울시가 전기차를 구입, 각 구청 등에서 업무용으로 쓰도록 하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제주도는 시범사업으로 전기차를 활용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자치도여서 안전기준과 관계없이 자치법으로 자동차 운행규정을 두면 운행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을 써야 한다. 아쉽게도 국토해양부의 안전기준을 통과한 전기차는 현재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전기차 사용을 고려하는 이유는 경제성과 환경 때문이다. 일본도 우편배달용 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꿀 예정이고, 프랑스는 이미 사용중이다.

전기차의 안전이 문제라면 사용 가능한 도로와 속도를 제한하면 된다. 문제는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떻게 접근하느냐다. 국토해양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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