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독일의 "폴크스바겐법"을 다시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12일로 예정된 경영감독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폴크스바겐의 대주주인 포르셰와 폴크스바겐 경영진 간의 권력투쟁이 가열되고 있다.
10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전날 독일이 폴크스바겐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소위 "폴크스바겐법"을 개정하라는 ECJ의 지난해 10월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1960년 폴크스바겐 민영화때 제정된 폴크스바겐법은 단일 주주가 2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주총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율도 통상의 법률보다 5% 낮은 20%로 설정해 놓고 있다. 독일 정부는 ECJ의 불법 판정에 따라 지난해 법률을 개정해 의결권 행사의 제한을 폐지했으나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은 주주 80% 이상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는 조항을 포함시킴으로써 폴크스바겐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는 니더작센 주정부의 거부권을 사실상 유지시켰다.
이 문제를 둘러싼 EU와 독일 정부 간의 갈등은 폴크스바겐 지분의 3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포르셰와 폴크스바겐 경영진간의 권력투쟁으로, 또 사실상 폴크스바겐을 이끌어온 피흐 가문과 포르셰 가문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전이되고 여기에 종업원 대표들까지 가세하는 등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연말까지 지분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인 스포츠카 업체 포르셰는 폴크스바겐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 법률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포르셰는 폴크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가 대주주인 포르셰와 협력에 미온적이고 폴크스바겐 경영감독위원회의 페르디난트 피흐 의장이 포르셰의 벤델린 비데킹 CEO를 몰아내려고 했다는 데 분개하고 있다. 반면에 피흐 의장은 비데킹 CEO가 폴크스바겐 브랜드인 페이톤, 세아트 브랜드의 장래를 의문시한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 있다. 피흐 의장은 포르쉐 창업주인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외손자다.
또 폴크스바겐 종업원 4만여명은 12일 경영감독위원회 회의에 맞춰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EU의 요구를 규탄하고 포르셰에 반대하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포르셰의 인수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직원평의회 대표들은 특히 이번 회의에서 포르셰가 향후 폴크스바겐 자회사인 아우디의 자동차 플랫폼 및 엔진 부문을 인수할지 여부에 대해 경영감독이사회에 최종 결정권을 주는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는 포르셰의 벤델린 CEO, 폴크스바겐의 빈터콘 CEO, 그리고 피흐 의장 등 관련 인사들이 한결같이 8개 승용차, 3개 상용차 브랜드를 보유한 거대기업 폴크스바겐의 미래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으나 실제로 이번 싸움은 "권력, 허영, 자존심"에 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폴크스바겐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는 니더작센주의 크리스티안 불프 주지사는 10일 EU와 법적 투쟁에서 패배할 경우 지분을 5%를 추가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프 주지사는 폴크스바겐의 거부권 행사 최소 지분을 다른 회사들처럼 25%로 높여야 한다는 포르셰의 주장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도 "이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 더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5%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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