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부터 베를린, 하노버, 쾰른 등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 환경구역(Umweltzone)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환경구역이란 미세먼지와 질소화합물 배출량이 정부가 정한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지역 혹은 초과할 위험이 매우 높은 지역을 말한다. 대부분 인구가 밀집한 도심지나 교통왕래가 빈번한 거리 혹은 발전소나 산업시설이 있는 지역이다. 독일연방환경청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란 공기역학적으로 10µm 미만의 지름을 갖는 모든 먼지를 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크기여서 공기중에 항상 떠다니는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화합물이 공기중의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대기중의 높은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고했고, 이미 수많은 논문과 연구자료를 통해 공개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각종 기관지계통질환, 폐암 및 혈액순환질환 등을 일으키며 기존 질병을 더욱 악화시킨다. 실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 주민은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유럽 및 독일연방정부는 2005년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 도시 미세먼지 농도를 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일정한 지역 내 대기중 미세먼지 하루 경계값은 50µg/㎥이고, 이 값을 연간 35회 이상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연평균 경계값은 40µg/㎥으로 규정했는데, 대도시 중요 간선도로는 물론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나 교통량이 많거나 발전소 등 산업시설이 있는 곳은 끊임없이 미세먼지 측정결과가 공표된다. 결과적으로 도심지의 미세먼지 방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EU와 독일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바로 환경구역인 셈이다.
독일정부는 2006년 환경구역제도의 도입을 선포하고, 2007년부터 1단계로 환경구역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자동차의 환경구역 내 진입을 차단했다. 환경구역 스티커는 자동차의 매연 및 질소화합물 그리고 배기가스 배출량에 따라 빨간, 노란, 초록색으로 구분된다. 휘발유차는 3원촉매 배기가스정화장치가 부착되지 않았거나, 유로2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빨간색 스티커가 발부된다. 디젤차는 매연필터(DPF)가 없는 노즐분사방식의 경우가 빨간색이다. 산화 혹은 환원방식의 배기가스정화장치만 있는 가솔린차나 매연필터가 장착되지 않은 디젤차는 노란색 스티커이며, 이 밖에 유로2 이상 배출가스 기준치를 만족하는 모든 가솔린차와, 매연필터가 장착된 고압분사방식 디젤차는 초록색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독일정부는 환경구역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10년부터 오직 초록색 스티커를 붙인 차만 환경구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올초부터 시작된 환경구역 규제 1단계는 일단 모든 차가 각 허용 배출가스에 해당하는 스티커를 부착해야만 하는 ‘스티커부착 의무사항’이지만 2010년부터는 운행을 규제한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는 빨간색이든 노란색이든 초록색이든 일단 스티커가 없는 차만 환경구역 진입이 금지된다. 그러나 위반차에 대한 벌칙과 범칙금 등 제재강도가 높은데, 스티커 미부착차로 적발되면 40유로의 벌금에 벌점 1점이 추가된다. 2년동안 누적벌점이 18점을 넘으면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독일제도를 감안하면 가혹한 편이다.
한 번 빨간색 스티커를 받았다고 해서 계속 빨간색을 유지해야 하는 건 아니다. 엔진 개조 및 매연필터 등의 추가 장착을 통해 얼마든지 초록색 스티커로 바꿀 수 있다. 사실 환경구역 진입에 가장 타격을 받는 건 가솔린차가 아니라 디젤차다. 미세먼지의 경우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더 많이 내뿜어서다. 독일정부가 환경구역을 정한 것도 바로 디젤차의 미세먼지와 질소화합물 저감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독일 및 유럽의 경우 디젤엔진 승용차 비율이 50%를 육박해 매연필터가 없는 디젤승용차 운전자들은 필터 장착에 따른 추가비용에 적잖이 반발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독일정부는 노란색이나 빨간색 스티커를 받은 차 중 2009년말까지 추가로 매연필터를 달면 장착비용 330유로를 지원한다. 매연필터는 차종에 따라 장착비용이 다른데, 600유로에서 1,200유로까지 다양하다. 차종과 매연필터의 종류에 따라 50%에서 60%까지 매연필터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매연필터를 추가로 달면 장착지원금은 장착확인을 거쳐 현금으로도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디젤차에 부과되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도 지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1년간 자동차세를 면해준다. 디젤엔진과 매연필터 종류에 따라 약간 다를 수 있으나 대개는 스티커도 초록색으로 바뀌어 환경구역진입이 가능해진다.
매연필터가 없는 차는 2009년 이후부터 연간 자동차세가 대폭 오른다. 매연필터를 갖춘 차에 지원한 만큼 달지 않은 디젤차에 높은 세율의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셈이다. 장착비 지원과 세금면제 등 정부의 지원금을 따져 보면 실질적으로 매연필터를 추가 장착해도 실수요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아직 모든 디젤차에 맞는 매연필터가 전부 시장에 나와 있는 게 아니어서 차종에 따라서는 매연필터를 달려고 해도 맞는 매연필터가 없는 경우도 있다. 독일 라인란트 기술감독연협회의 매연필터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뢰제 씨는 “늦어도 오는 2010년초까지 애프터마켓을 위한 매연필터가 개발돼 줄줄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머플러를 생산하는 업체나 기존 매연필터 개발자는 매연필터시장 확대를 위해 이미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는 중이다.
커먼레일이나 펌프노즐 등 고압 연료분사방식 디젤엔진은 매연필터를 적용하는 데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별반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전에 출시된, 소위 플랜저 방식의 노즐분사방식 디젤차는 초록색 스티커를 받기는 다소 어렵다. 단순히 매연필터만 추가한다고 매연이나 질소화합물 배출량이 줄지 않아서다. 유일하게 초록색 스티커를 받을 가능성은 연료를 바꾸는 방법, 즉 연료를 디젤에서 LPG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 LPG차로 개조하는 건 이제 막 시작단계인 데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어서 자동차 소유자는 물론 업자들도 경제성을 맞추기 힘들다. LPG 개조를 통한 초록색 스티커 획득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직은 좀 불투명해 보이는 것이다.
이경섭 베를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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