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기본으로 한 뒷바퀴굴림 방식의 제네시스 쿠페를 출시했다. 이 차는 현대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스포츠 쿠페다. 그 동안 앞바퀴굴림의 투스카니 등으로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를 간신히 유지해 왔다면, 제네시스 쿠페는 뒷바퀴굴림이라는 스포츠 쿠페의 정통성을 따른 차로 개발했다. 프리미엄 제품군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현대로선 스포츠 쿠페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얘기다.
제주도에서 이뤄진 시승회에는 최고출력 303마력(6,300rpm)과 최대토크 36.8㎏·m(4,700rpm)을 발휘하는 V6 3.8ℓ 람다엔진을 얹은 380 GT가 제공됐다. ZF가 만든 뒷바퀴굴림용 6단 변속기를 적용했고, 브렘보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가 더해졌다. 타이어는 앞이 225/40R 19인 반면 뒤는 너비가 앞보다 20㎜ 넓은 245/40R 19를 끼웠다. 브리지스톤 포텐자 타이어를 채용했으며, 앞뒤 각각 듀얼 맥퍼슨과 5개로 연결된 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제원표에 따르면 0→100㎞/h 가속에는 6.5초가 걸린다.
▲스타일
스포츠 쿠페로 보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날카로운 앞모양이 이 차의 성격을 확연히 드러낸다. 옆모양 또한 날렵하기는 마찬가지다. 짧은 오버행과 비교적 긴 휠베이스 덕분이다. 그러나 뒷모양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 취향이기는 하나 트렁크 리드까지 파고 들어간 리어 램프는 어색해 보인다. 경쟁차종인 일본차를 지나치게 의식한 게 아닌가 싶다. 대체적으로 과거 티뷰론의 분위기와 많이 닮았다. 실제 현대 관계자는 “티뷰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조사결과를 많이 반영했다”고 밝혔다.
인테리어는 외관에 비해 역동성이 많이 떨어진다. 우선 계기판은 2개의 원형으로 구성됐는데, 중간 부분이 어색하다. 트립창이 아래에 작게 위치한 탓에 위가 허전해 보인다. 갖가지 경고등이 들어오는 곳이지만 지나치게 넓은 게 오히려 흠이다. 센터페시아도 간결하지만 역동성을 담아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실내에만 있으면 프리미엄 세단 정도의 분위기다. 그나마 알루미늄 슬립방지 페달이 괜찮아 보인다.
센터페시아는 제네시스와 비슷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없다. 아예 적용되지 않는 품목이다. 있으면 좋겠지만 현대로선 제네시스 쿠페 구입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쿠페 구입자는 주로 경주용으로 쓰거나, 성능을 높이는 개조를 많이 할 것을 염두에 뒀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엔진룸 커버도 없다. 어차피 뜯고 개조할 텐데 뭐하러 적용하느냐는 얘기다. 그럼 개조하지 않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냐고 묻고 싶다. 변명이 아니라면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실내 곳곳의 소재도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시트는 마음에 든다. 버킷 타입이고 질감이 좋다.
▲성능
버튼 시동키를 눌러 시동을 걸었다. 폭발적인 배기음을 들을 수는 없다. 정지 상태에서 오디오 볼륨을 높였는데, 귓가에 울리는 폭발적인 사운드를 듣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운드 용량이 크지 않아서였다. 스포츠 쿠페 구입자의 특성을 감안할 때 오디오에는 신경써야 했다. 음질이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움직임이 빠르다. 인테리어는 그렇다해도 정작 중요한 성능면에선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배기음이 그렇다. 공회전 때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을 때는 모르지만 정속주행이나 주행중 가속 페달에 살짝 발을 올려 놓으면 묵직하면서도 듣기 좋은 배기음이 들린다. 굳이 머플러 개조를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소음기준만 아니었다면 보다 강렬한 배기음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에 수긍이 갔다.
가속능력은 좋다. 0→100㎞/h 가속시간을 측정하지는 못했으나 일단 가속 페달을 깊숙히 밟으면 야수처럼 튀어 나간다. 뒷바퀴굴림 특성에 따라 오버스티어 현상이 일부 있지만 뒤에서 밀어주는 맛이 느껴진다. 안정감을 주기 위해 앞뒤 무게배분은 54대 46으로 세팅했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어 뒷좌석을 살폈다. 성인이 앉기에는 레그룸이 충분한 반면 천장부터 내려오는 쿠페라인 때문에 머리가 닿는다. 아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시승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 차에 ‘패밀리 스포츠 쿠페’라는 이름을 붙였다. 평소 출퇴근용으로 즐기다 주말에 아이를 뒤에 태우고 가볍게 드라이브를 나설 때 어울린다는 얘기다.
이 말을 되짚어보면 극한의 고성능을 원했던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의미다. 이 부분은 현대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프리미엄 스포츠 쿠페로 개발했을 뿐 유럽형 정통 스포츠카는 아니라는 얘기다. 승차감은 이 말을 쉽게 증명한다. 단단하기는 하지만 유럽형 스포츠 쿠페처럼 몸이 시달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북미용에 가깝다. 현대측도 유럽보다는 북미를 고려했다고 말한다.
스포츠 쿠페 소비자를 위해 댐핑의 움직임 범위를 최대한 좁혔으나 대중성을 위한 약간의 탄력은 남겨둔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도 국내 대부분의 도로에서는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에 충분할 것 같다. 실제 비교적 한산한 도로에서 시속 200㎞를 넘겼지만 불안함이 별로 없다. 대형 트럭 등이 지나면서 만들어 놓은 불규칙한 노면만 아니었다면 그 이상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건 차량을 완벽히 제어하기엔 제동성능이 좀 떨어지는 점이다. 브렘보제 디스크와 캘리퍼가 좋은 제품이지만 고속에서도 확실한 제동능력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 물론 브레이크에 신뢰를 보내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으나 달리기 선수로 태어난 차라면 그 어떤 속도에서도 뛰어난 순간제동력이 필수라는 점에서 그렇다.
▲총평
제네시스 쿠페는 뒷바퀴굴림이라는 스포츠 쿠페의 기본을 갖추고, 달리기 성능에 충실한 차다. 아쉽게도 국내에서 주력으로 판매할 2.0ℓ 터보차는 타보지 못했다. 북미 주력차종인 380 GT의 경우 가속성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스타일과 가속성에만 주안점을 뒀을 뿐 인테리어는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 현대 연구소 관계자는 “스포츠 쿠페지만 따지고 보면 대중적인 스포츠 쿠페”라는 말을 했다. 극소수가 아니라 소수를 겨냥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극소수에 포함되는 사람에게는 ‘혹평’을, 소수에 포함되는 사람에게는 ‘호평’을 들을 수 있다.
2.0ℓ 터보의 판매가격은 2,320만원이다. 당초 비싼 값을 예상했던 사람들에게는 착한 가격이다. 어차피 내수가 아니라 북미에서 주로 팔 차라는 점에서 북미 판매가격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결과다. 이를 두고 현대 사람들은 ‘내수가 수출을 이겼다’고 표현했다. 제네시스 쿠페뿐 아니라 다른 차종도 수출과의 싸움에서 내수가 시원하게 이겨주기를 바란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