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화제다. 연일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오바마" 뉴스에 어린이들까지 오바마를 외울 정도다. 한국 대통령 이름은 모르면서도 미국 대통령 이름은 이미 익숙해졌다.
오바마가 이 처럼 관심대상이 되는 건 미국이 한국에 미칠 다양한 파장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오바마가 후보시절 "한국은 미국에 수십만대의 차를 파는데, 미국은 한국에 불과 5,000대를 판다"고 했던 말이 도화선이 됐다. 자동차부문에선 공정한 교역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오바마는 판단한 셈이다. 미국 자동차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가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도 오바마의 강경발언의 배경이 됐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선 "오바마=자동차"의 등식을 세운 것처럼 연일 한미 FTA를 거론하며 자동차 이야기를 거론하고 있다. 그 만큼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여기서 오바마가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 바로 미국 빅3의 오만이다. 세계적인 흐름을 거부한 채 휘발유차를 고수했고, 더불어 큰 차를 자랑처럼 여겨 왔다. 국제유가의 오름세는 나몰라라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원이 없어 일찍부터 고효율차에 치중해 왔던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들이 잘 팔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쉽게 보면 미국 빅3의 제품문제가 지금의 위기를 부른 것이지,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한 게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만큼 미국도 해외에 많이 내다판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가 취임 후 한국과의 FTA에서 자동차부문만 별도로 재협상해도 빅3의 위기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설령 "오바마 효과"로 한국이 자동차부문을 완전 개방하고 양보해도 국내에서 팔리는 미국차는 5,000대가 6,000대는 될지언정 6만대는 어렵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오바마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게 현지의 생산확대라는 분석도 있다. 어차피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오바마로선 빅3를 보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면 자연스럽게 해외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기아가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짓는 것도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피하기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동일한 생산을 전제할 때 미국용은 미국에서, 미국인들에 의해, 미국인들을 위한 차를 만들라는 의미다. 빅3가 위태해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으니 오바마로선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사실 한국이 가장 긴장하는 대목은 평등거래 주장이다. 쉽게 보면 미국이 한국에 5,000대를 판매하니 한국도 미국에 수출해서 파는 완성차를 5,000대로 맞추라는 것. 물론 미국 내 공장의 한국차 생산분에 대해선 조치가 없겠지만 국내 생산분 중 미국 수출분을 제한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미국공장의 완성차 생산차종을 다양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라인 확대를 위한 현지 투자가 늘어나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는 증가하게 된다. 그에 반해 국내 공장 생산분은 줄어들고, 일자리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자동차부문 FTA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만이 최상이다. 하지만 미국 내 수입물량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일부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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