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공산주의 시절을 거치며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30년 가까이 사랑을 받았던 세르비아 국영 자동차업체 자바스타의 대표 차종 "유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980년부터 유고를 주요 모델로 생산해온 자바스타가 세르비아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지난 9월 이탈리아의 피아트에 매각됨에 따라 옛 유고의 "국민차" 역할을 했던 이 차종도 단종의 운명을 맞게 된 것. AFP 통신은 피아트가 기존에 생산하던 자바스타의 자동차 가운데 유고 등 3개 차종의 생산을 중단키로 했으며, 이에 따라 이번 주말에 출고되는 차량이 유고의 마지막 생산품이 될 것이라고 12일 보도했다.
유고는 공산주의 시절 옛 유고 연방의 국가 자동차산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차종으로, 발칸 각국은 물론 미국 등 74개국으로 수출됐었다. 처음 나올 당시 저렴한 가격과 높은 연비로 공산권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서방에서는 현격히 떨어지는 성능과 품질로 인해 "역대 최악의 수입 자동차"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당 3천990달러의 싼 가격으로 인해 "다이 하드"와 같은 액션 영화에 주로 파손되는 차량으로 나오거나 코미디 영화에 우스갯거리로 등장했다. 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시절에는 미국의 금수조치로 한동안 수출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1999년 코소보 내전 때에는 생산 공장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습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스타바 측은 유고가 1991년까지 11년간 미국에 무려 10만대 이상 수출됐으며, 지금까지 이 차량의 출고 대수는 80만대에 달한다고 자랑스럽게 홍보해왔다. 서방에선 저급한 공산주의 국가 차량으로 취급받았지만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마케도니아 등 옛 유고 연방 국가들에서는 연방이 해체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울퉁불퉁한 도로를 운행하는 수천대의 유고를 목격할 수 있으며, 생산 중단 소식에 가슴 아파하는 애호가들도 많다.
인터넷 동호인들은 유고가 아직도 많은 유고인 가슴에 남아있으며, 앞으로 이 차 외에 다른 승용차는 타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세르비아 크라구예바치에 있는 유고 생산공장 근로자들도 유고의 생산 중단에 슬픔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생산 초창기부터 이 공장에 근무한 미르코 일리치(50)는 "이제 더 이상 유고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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