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의 미학, 랜서 에볼루션

입력 2008년11월2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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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폭발적인 차’다. 운전할 때 느껴지는 역동성이 그 만큼 대단하다. 운전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밟으면 언제든 총알처럼 튀어나가고, 밟으면 어떤 조건에서도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실내에 안전 바만 장착하면 바로 경주장 투입이 가능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다.

MMSK가 들여 온 랜서 에볼루션은 벌써 10번째 변화를 거친 차종이다. 그래서 마치 학교 졸업 동문기수를 따지듯 10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정식 차명도 랜서 에볼루션X다. 여기서 ‘X"는 영문이 아니라 로마 숫자 "10"을 의미한다. 1992년 월드랠리챔피언십에 등장한 뒤 미쓰비시의 "고성능"을 상징하며 10번째 개량됐다. 첫 해 경주 출전을 위해 제작한 200대는 일본 내에서 하루만에 팔렸을 정도다. 이런 명성을 기반으로 국내에서도 랜서 에볼루션을 구입한 사람을 중심으로 동호회가 결성돼 있다. 이른바 ‘란에보’ 동호회다. 이들 동호회원은 이구동성으로 "란에보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 만큼 강력한 성능이 일품이라는 얘기다.

▲스타일&인테리어
한 마디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얼굴이다. 위아래로 넓게 퍼진 라디에이터 그릴 탓에 번호판은 좌측 범퍼로 옮겨야 한다. 날카로운 헤드 램프와 대형 리어 스포일러, 18인치 경량 휠 그리고 약간 찡그린 듯한 리어 램프 모두가 고성능을 나타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실내에 앉으면 전반적으로 주행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디자인이 아니어서 아쉽다. 화려한 명성이나 겉모양과 달리 실내는 단조롭다. 2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이 그렇다. 2% 정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성능
2,000㏄급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90마력을 발휘하는 이 차는 도로 위에선 거칠 게 없다. 물론 운전에 따라서는 얌전한 세단으로 변신한다. 쉽게 보면 포르쉐처럼 오로지 정통 스포츠카로 태어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랜서 에볼루션이 주는 매력이 있다.

시트는 레카로가 제작한 버킷 타입이다. 양 옆구리를 타이트하게 감싸준다. 마치 레이싱카에 올라탄 듯하다. 동시에 코너링도 일품이다. 시트의 지지력과 힘을 자동으로 분배하는 네바퀴굴림, 빌스타인 쇼크업소버와 아이바흐 코일 스프링으로 구성된 단단한 서스펜션이 어우러져 깊은 코너링도 쉽게 공략된다. 참고로 미쓰비시는 그들의 네바퀴굴림 방식을 S-AWC로 부른다. S-AWC는 앞뒤 구동력과 엔진 토크, 브레이크 압력, 선회속도센서가 포함된 ACD와, 주행중 좌우 바퀴의 토크 차이를 제어해 흔들림을 줄여주는 ASC(Active Stability Control), 코너링 중 제동력과 조향력을 높여주는 스포트 ABS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가속력이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맹수처럼 튀어나간다.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2개의 클러치에 1, 3, 5단과 2, 4, 6단이 연결돼 변속은 무척 빠르다.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 시프트를 통한 변속 또한 빠르다. 변속레버는 원형으로 손에 잘 잡히는데, 수동이었다면 변속레버를 움직이는 맛이 좋았겠지만 수동 겸용 자동이어서 잦은 변속이 불필요했다. 게다가 ‘D" 모드에서도 폭발적인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굳이 수동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추월에 필요한 순간가속력은 변속레버 옆에 위치한 "스포츠" 모드를 누르면 된다. 엔진 회전영역이 변하며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한다.

배기음은 폭발적이다. 시속 100㎞까지는 묵직한 저음이 나오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면 스피커 사운드처럼 실내 전체에 배기음이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시속 150㎞ 정도에선 옆사람과 큰 소리로 대화해야 할 정도로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미쓰비시가 왜 랜서 에볼루션을 그들의 고성능 플래그십으로 여기는 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브렘보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안정적이다. 물론 급제동 시 노즈다운 현상이 없지는 않지만 시속 120㎞ 이상에서 속력을 순간적으로 떨어뜨려도 자세의 흔들림은 없다.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에서 고속과 저속을 오가며 고성능과 뛰어난 제동력을 경험하니 ‘참으로 매력적인 차’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스티어링 휠도 손에 잘 잡힌다.

또 한 가지 랜서 에볼루션의 장점을 꼽으라면 오디오다. 락포드 포스게이트 오디오 시스템의 앰프출력은 650W다. 볼륨을 올리면 9개의 스피커에서 차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강력한 사운드가 뿜어져 나온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배기음이 흥분을 유발한다면, 강력한 뮤직 사운드는 흥분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총평
출발 때 가득 채웠던 연료는 경주까지 가는 동안 중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공인연비는 8.1㎞/ℓ지만 역동적인 성능을 즐기다보면 연료소모는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시속 100㎞를 유지하면 순간연비가 약 13㎞로 결코 나쁘지 않다. 6,200만원의 판매가격이 논란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폭발적인 ‘2,000㏄급 일반도로용 경주차’를 기대한다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 미쓰비시가 국내 판매목표로 세웠던 월 20대의 판매실적 달성엔 무리가 없다. 한 번 타보면 좀체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차가 랜서 에볼루션X이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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