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다국적 부품기업들의 한국 모시기가 잇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거대 다국적 부품사들이 한국 내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치며 이른바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것.
자동차부품기업 매출액 기준 세계 4위인 콘티넨털은 얼마 전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주요 고객이 국내 자동차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언론을 대상으로 행사를 가진 점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세계 13위 부품업체인 바스프가 자신들이 보유한 미래기술 등을 펼쳐 보이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마찬가지로 국내 완성차업체 OEM 공급이 대부분이지만 초청대상은 언론이었다.
다국적 부품업체들이 언론을 대상으로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한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홍보다. 완성차회사가 주고객이지만 브랜드를 널리 알려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게다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아시아의 성장을 주목하면서 한국에 구애의 손길을 던진 것도 공통점이다. 이미 국내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부분의 완성차회사와 거래를 하면서도 그 동안 외면했던 소비자 인지도에 새롭게 주목한 것이다.
사실 다국적 부품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완성차회사 눈치만 살피며 납품기회만 얻으려는 국내 부품업체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모터쇼에 부품업체가 왜 나가는 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게 국내 부품업체의 현실이다. 물론 다국적 부품업체가 한국에 공을 들이는 건 그 만큼 국내 자동차산업이 발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품개발을 요청하면 "있는 제품 가져다 쓰라"고 한 시절이 있었던 걸 떠올리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거대 다국적 부품업체가 국내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결국 한국 자동차회사의 선택을 받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계는 국내에서조차 브랜드 알리기를 외면하고 있다. 부품업 자체가 완성차회사에 종속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회사도 한국 부품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납품을 받던 시대는 지나고 있다. 완성차회사도 부품업체의 브랜드를 보게 됐다는 얘기다. 완성차회사가 먹고 먹히는 무한경쟁을 겪고 있는 만큼 부품업체 역시 품질과 기술 외에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걸 두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마저 아직 해외 완성차업체의 구애를 많이 받지 못하는 것도 기술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해외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서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필터업체를 선정하면서 독일계 기업과 합작을 요구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국내 부품업체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브랜드 홍보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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