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비교적 잘 버티던 독일 자동차업계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실적전망을 유지한 채 특별한 위기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던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VW)은 25일 볼프스부르크 주 공장의 가동을 3주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최고급차 생산업체인 다임러와 BMW도 독일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과잉생산을 예방하기 위해 1만6천명의 직원이 일하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가동을 다음달 18일부터 내년 1월11일까지 3주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회사인 아우디는 12월 중순부터 한달간 헝가리 공장을 일시폐쇄하기로 했으며 폴크스바겐 인수를 추진중인 스포츠카업체 포르쉐도 1월말 독일 남동부 추펜하우젠 공장의 가동을 1주일 동안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다임러, BMW, 오펠 등 다른 독일 자동차업체들도 작업단축, 공장 일시 폐쇄 등을 발표했었다. 또 BMW는 직원 8천명 감축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동부 라이프치히 공장의 임시직 직원 수백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오펠에 이어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도 독일 정부에 자동차금융부문에 대한 대출보증과 새차구입 보너스 지급을 요청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일부 관계자들은 "다임러와 BMW가 이번 위기 후에도 독립된 회사로 존립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슈피겔은 특히 대표적인 고급차 생산업체인 다임러와 BMW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BMW는 그동안 다임러의 메르세데스-벤츠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결과 판매대수가 1999년 이후 2배로 늘었고 2007년부터 세계 최대의 고급차 판매업체로 등극했다. 이 같은 양적 팽창은 1시리즈와 미니와 같은 소형 모델의 강화를 통해 가능했으나 결국 이것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BMW는 또 리스와 할부판매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리스 차량의 실제가격이 장부가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고 할부금 연체도 급증하는 등 위험이 커지고 있다.
다임러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어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다임러로서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처럼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이익 확대를 통해 배당을 늘려 주가를 부양하는 것만이 인수합병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임러가 기술, 디자인 등에서 세계 고급차 시장을 선도하고 궁극적으로 높은 차량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고 슈피겔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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