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BMW도 LPG시장 뛰어들어

입력 2008년11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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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LPG시장의 성장이 눈부시다. LPG사업자들의 성장률이 연평균 80%에 달할 정도다. 호황중에서도 대호황이다. 금융위기의 삭풍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독일 LPG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환율과 석유가격의 불안정성에 기인한다. 더불어 배출가스에 따른 각종 새로운 규제도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독일 정부가 LPG 세금을 오는 2018년까지 동결하면서 그래프는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 “LPG로 대안 찾자”
독일 정부와 의회가 결정한 LPG관련 법안은 LPG 연료에 부과하는 ℓ당 9센트(휘발유는 65.4센트)인 현행 세금을 2018년까지 유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소비자에게 세금혜택을 줘 LPG차 수요를 늘리겠다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대도시 대기질 개선과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감소를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지나친 석유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에너지를 개발하려는 연방정부의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이 배경이 됐다. 이를 위해 그 동안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던 세금은 앞으로 일련 규정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첫 단계로 독일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표기되도록 의무화했다.

최근 한국에서 저탄소 성장 운운하며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소위 "녹색정책"이 회자되고 있다. 마치 새 정부의 고유정책처럼 보이지만 독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조용히 실천해 온 여러 에너지정책 중 하나일 뿐이다. 유럽과 독일은 녹색 교통정책에 따라 유로5와 같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외에 도심 내 환경존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존의 목적은 10㎛ 미만 지름의 미세먼지와 매연을 낮추는 것이다.

2010년부터 본격적인 효력을 갖는 환경존법에 따르면 매연필터를 달지 않은 디젤차나 3원촉매장치가 없는 가솔린차는 환경존에 진입할 수 없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디젤차에 매연필터를 추가 장착하면 일정 액수의 필터장착보조금을 연방정부가 한시적으로 지급해주는 것도 그래서다. 올 연말까지 모든 차는 앞유리에 초록, 노랑, 빨강색의 환경존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LPG와 더불어 애프터마켓용 매연필터(DPF)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폭발적인 LPG 성장, 선택은 소비자의 몫
독일의 환경정책은 이미 1970년대부터 LPG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해 온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 등에 호재가 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LPG 충전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확보돼 있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LPG관련 법을 제정하면서 충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급속히 조성하는 중이다. 지난 90년대말까지만 해도 독일은 LPG를 연료로 쓰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다. 따라서 독일 내 LPG시장 확대는 전문가들에 의해 어느 정도 예견되던 바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들어 지속적으로 오르는 유가 그리고 정부가 석유에너지에 높은 환경세를 부과하면서 휘발유가 ℓ당 1.4유로를 넘어서자 LPG가 자연스럽게 주목받게 됐다.

2004년 독일 전역에 200여 곳에 불과하던 LPG충전소는 4년만에 4,000여 곳으로 늘었다. 주유소 3개 가운데 하나는 LPG충전소다. 게다가 조만간 거의 모든 주유소가 LPG충전소를 겸할 수 있다는 게 독일연방액화가스연맹의 전망이다. 실제 기존 주유소가 LPG 충전장치를 추가해 영업하는 곳도 하루에 7~8곳씩 늘고 있다. 2008년 6월 현재 독일에 LPG로 개조한 자동차가 23만대 정도이고, 2012년까지 최소 150만대가 LPG로 전환할 것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가히 폭발적인 시장확대가 아닐 수 없다.

독일 LPG 개조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철저히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개된다. 독일액화가스연맹은 소비자들이 LPG로 개조했을 때 경제적 이익과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한 식으로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즉 100㎞당 휘발유소비량에 휘발유가격을 곱한 값에서 100㎞당 LPG 연비에 LPG가격을 곱한 값을 뺀 다음, 개조비용에 100을 곱한 값으로 나눠주면 다음과 같은 개조비용에 대한 투자비용회수 거리가 나온다.

<개조비용×100/(휘발유연비(ℓ당 100㎞)×ℓ당 가격)-(LPG연비×ℓ당 가격)=투자비용회수 거리(㎞)>

독일인들의 승용차 평균이용거리가 연간 2만㎞에 달한다는 통계를 적용하면 100㎞를 주행하는 데 약 9ℓ의 효율을 갖는 중형승용차는 2008년 8월 현재 휘발유 ℓ당 가격 1.56유로와 LPG ℓ당 가격 70센트를 적용하고, LPG가 휘발유에 비해 약 10% 정도 더 소비되는 걸 감안해 100㎞당 10ℓ LPG 소비를 기준으로 식에 대입하면 대강 개조 후 2만8,000㎞부터 개조에 들어간 투자비용이 회수된다. 이 분기점은 개조 후 1년반에서 2년 사이로 대개 모아진다. 연간 운행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당연히 분기점도 짧아지게 된다. 따라서 영업용차나 연간 운행거리가 많은 승용차가 우선적으로 개조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LPG로 개조한 중고차가격도 30% 정도 높게 책정돼 LPG 개조는 활황세를 타고 있다.

▲너도나도 LPG사업 참여
이런 점에서 독일 전역에 500여곳의 가맹점을 가진 ATU(www.atu.de)는 정비공장 프랜차이즈의 대표적인 회사답게 올 8월중순부터 LPG 개조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은행의 신용대출과 연결해 고객의 개조비용을 소액의 월정액으로 정산할 수 있는 전략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독일연방 노동부도 실업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교육에 LPG 설치 및 개조교육을 정규과목으로 넣었다. 자동차정비 전문가(마이스터)가 있는 거의 모든 정비공장에서 간단한 교육을 통해 LPG 개조 및 설치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종 인터넷은 물론 온·오프라인을 통한 광고도 활성화되는 중이다.

독일에서 판매되는 LPG관련 부품이나 설치 및 개조부품은 인근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최근들어 후발주자인 폴란드와 동유럽 제품이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LPG로 개조한 독일의 거의 모든 차는 휘발유와 LPG를 겸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는 운전자가 임의로 운행상황에 따라 자동 혹은 수동으로 연료를 선택할 수 있지만 LPG 충전시설이 확충됨에 따라 LPG만을 사용하는 단일 방식도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멀티분사 방식의 분사 인젝터에 무리없이 적용 가능한 가스 형태의 LPGI 시스템이 액상분사 방식인 LPLI보다 우선되고 있다. 이는 겸용 방식이 우세한 것과 맞물려 있는 상황인데, 최근 새로운 방식의 LPG 분사개조 시스템이 하루가 멀다하고 개발돼 선보이지만 당분간은 LPGI 혹은 LPI 분사방식의 겸용 시스템이 시장을 선도해 나갈 전망이다.

독일 내에서 LPG 설치 및 개조를 하려면 각 가스와 관련된 LPG 부품은 독일가스안전협회인 GAP나 GSP 검사를 통해 인증서를 받아야 하고, 일정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LPG 개조세트나 모델은 법규 70/156 EWG나 ECE R115 인증서를 받아야 한다. 장착 및 설치 개조도면과 품질에 대한 보증서, 사용자설명서는 반드시 독일어로 작성돼 있어야 하며, 적어도 유로4에 해당하는 배출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LPG설치 및 개조 인증서는 TÜV, 데크라, GTÜ등 독일 연방정부 인증기술 위탁을 받은 회사로부터 소정의 양식과 절차를 밟아 진행하면 된다. 제품의 안정성 및 안전성과 내구성 그리고 신뢰성이 확보돼 있다면 기본적으로 독일에서 각 제품의 해당 인증서를 획득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 같은 기본조건만 충족된다면 업체는 각자 고유의 사업전략과 판매계획에 따라 자유롭게 인증차종을 정해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현지법인인 유한회사(GmbH) 또는 주식회사(AG) 등을 설립하거나 현지 유력회사와의 합작 혹은 협력관계를 맺고 직판체제 등을 구축해도 된다.

현재 독일 내 LPG로 개조할 수 있는 차는 소형차와 준중형차다. 각 정비공장에서 고객이 원할 경우 개별인증 방식으로 기타 모델을 LPG로 개조해주기도 한다. 이 경우 LPG 개조 후 인증 및 배출가스 검사를 받아 차적증명서에 기재하면 된다. 그러나 이미 인증받은 차종 외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개별인증 수요는 많지 않다. 최근 동유럽회사들이 독일시장에 진입하면서 벤츠나 BMW와 같은 프리미엄 차종에 대한 인증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중대형차 개조시장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향에 맞춰 최근 벤츠와 BMW 그리고 오펠, 폭스바겐 등은 LPG 차종을 직접 양산할 계획이다. 실제 폭스바겐은 골프6 LPG를 올 11월에 출시했다. 이어 오펠도 발을 맞출 방침이다. 한국의 현대 및 기아자동차는 이미 LPG 모델을 독일시장에 내놨다. 양산메이커의 LPG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승용 LPG시장이 활발한 것과 달리 디젤이나 경유차의 LPG 개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있다. 2009년말까지 매연필터를 장착하면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데다 아직은 독일 내 디젤이나 경유엔진을 LPG로 개조해주는 개조상품이 본격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서다. 또 디젤차는 겸용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LPG 충전기반이 취약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현재 소수의 디젤엔진차가 LPG로 개조됐으나 대부분 경유와 LPG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 95% 수준인 휘발유 대비 경유값이 내년부터 같아지고, 도심지 환경존에 대한 미세먼지 및 매연규제가 본격화되면 경영수지를 위해 100% 디젤엔진인 택시와 1t에서 4.5t에 이르는 경상용차의 LPG 개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독일에서 제공되는 LPG는 부탄과 프로판이 혼합된 것으로, 여름에는 부탄 대 프로판 비율이 60대 40, 겨울에는 40재 60이다.

▲한국업체여, 독일시장을 두드려라
독일 LPG시장이 비약적으로 확장되기는 했지만 기술적인 면과 독일 전체 에너지분배시장 등을 고려할 때 LPG에 관한 사회기반 및 시장성은 아직도 초기 상태다. 그야말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최근 3년동안 LPG시장이 매년 평균 80% 이상 성장한다는 연방액화가스연맹의 보고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앞으로 LPG 세금이 동결되는 2018년까지 독일의 LPG시장은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LPG 사용에 따른 지속적인 기술개발은 다른 액화가스인 CNG 및 LNG 그리고 모든 에너지의 궁극적인 목표인 액화수소에너지 사용 기술과도 접목된다. 따라서 미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치의 시너지효과는 매우 밝다.

독일 연방정부는 LPG 와 CNG 및 LNG 기술개발 프로젝트 등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액화가스연맹과 산학협동으로 LPG를 바이오매스로부터 얻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깊은 바다속 혹은 식물쓰레기로부터 친환경적으로 LPG을 얻게 된다면 장래 LPG시장은 그 만큼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LPG관련 업체나 독일액화가스연맹과 같은 단체들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LPG를 자동차연료로 써 왔으며, 전체 운행차 중 약 22%가 LPG차라는 점은 분명 독일인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한국 내 자동차시장의 점유율 특성 상 한국차에만 적용된 기술이어서 다른 회사 차종에 장착한 사례가 거의 없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럼에도 축적된 경험과 기술신뢰도는 충분히 믿을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독일 LPG 개조업체는 한국회사들의 활발한 독일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독일 LPG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판매사업과 더불어 미래지향적인 LPG 기술개발에 동참할 수 있는 한국업체가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비즈니스 관점을 갖는 업체가 한국에는 별로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 LPG 기술을 갖고 있지만 선진국에선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경섭 베를린 특파원 kslee@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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