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초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유명한 독일 루프오토모빌이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루프의 모델A 혹은 e루프로 명명된 이 전기스포츠카는 단순히 회사 이미지를 위해 개발한 컨셉트카 혹은 전시차가 아니라 실제 판매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물론 세계 최초로 전기 슈퍼 스포츠카를 만든 건 아니지만 적어도 독일 내에서 최초로 실용성을 확보한 전기스포츠카라는 점에서 e루프의 등장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루프의 전기차는 시범주행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7초를 기록했다. 최고시속 225㎞, 1회 충전으로 최대 250㎞에서 320㎞의 운행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최근 국내 최초 뒷바퀴굴림 방식으로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 가솔린차와 비슷한 성능이다. 그러나 두 모델의 가속시간은 숫자상으로 비슷할 지는 몰라도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내연기관 회전력과 전기모터 회전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가솔린차의 경우 고회전력을 얻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전기차는 650Nm의 강력한 회전력을 출발과 동시에 뿜을 수 있다. 전기모터 특성 상 모델A는 얼마든지 발진가속시간을 6초 이내로 줄일 수 있고, 최고시속도 더 높여 스포츠 주행성능을 개선할 수도 있다. 전기차 운행거리는 배터리 성능과 직결돼 있으나 동력성능, 특히 출발할 때부터 높은 회전력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모터가 자동차를 구동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동력변환기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운행유지비다. 전기충전을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델A는 100㎞ 주행경비가 2,5~5유로밖에 들지 않는다. 루프 전기차의 구입비가 비싸더라도 일반적인 슈퍼 스포츠카의 100㎞ 주행 연료비가 최소 10유로인 것 그리고 전기차의 수명이 일반자동차보다 훨씬 길다는 걸 감안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선 소비자에게 충분히 경제적일 수 있다. 또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에너지를 얻느냐 석유에너지로 얻느냐에 따라, 또 밤에 충전하느냐 낮에 충전하느냐에 따라 전기료가 다르기 때문에 절약의 폭은 더 넓을 수 있다.
독일은 소위 ‘재생가능에너지법’이란 게 있다. 이 법은 태양광과 빛, 풍력, 수력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로부터 전기에너지를 얻어 전력회사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1998년 제정했다. 이 법이 공포된 뒤 독일에서는 수많은 민간 및 상업투자자들이 풍력발전단지나 태양열 집적 및 주택단지 등을 조성해 전기를 생산, 전력회사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풍력단지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는 게 비록 투자금에 대한 손익분기점이 좀 길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는 유럽에서 선두를 달리는 중이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도 독일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
루프자동차 사장인 알로이 루프 씨도 자연의 재생가능에너지에 많은 관심이 있어 자비를 들여 건설한 수력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다. 수력발전소라고 해서 반드시 대규모 댐을 건설하는 발전시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규모가 크지 않은 개울물 또는 냇물을 막아 만든 소형수력발전소가 주류다. 강 물줄기를 막아 만드는 대규모 댐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고, 개인들이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알로이스 루프 씨도 개울물을 막아 소형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소형 수력발전소를 통해 얻는 전기는 100가구 이상의 마을 전체 전기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다. 루프 전기차는 개울물로부터 슈퍼스포츠카를 달리게 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업계 친환경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도 부가적으로 얻는 셈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또 단순히 자동차를 고급화한다고 해서 브랜드가 형성되거나 곧바로 프리미엄 상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기술적 혁신과 독창적인 디자인이 기본돼야 한다. 여기에 역사적 전통과 고객들의 열정이 있을 때 비로소 브랜드 파워를 갖는 프리미엄 상품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루프의 전기차 모델A는 슈퍼카시장을 장악해 온 역사적 전통에 기술적인 혁신성과 실용성이 잘 조합돼 있다. 물론 앞으로 전기차에 대한 루프의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개발은 계속 진행되겠지만 말이다.
베를린=이경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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